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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024의 게시물 표시

넷플릭스 드라마 세나 후기

 더 잘 만들 수 있었지만 충분히 재미있다  전설적인 레이서 아일톤 세나의 일대기를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세나가 공개되었다.  한국에서는 역시나 주목을 받지 못 하고 있다. 나조차도 세나라는 이름은 너무 생소했다. 그저 호기심에 시청을 시작했다가 마지막까지 달리고 말았다. 로튼 토마토 전문가 지수는 사실 좋지 않고 그들의 비판 의견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긴 하는데 전반적으로 보면 잘 만든 전기 드라마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인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정도 신파도 있고 미화가 당연히 들어가 있어서 평론가들이 좋아하는 건조하고 차가운 전기 드라마는 아닌데 오히려 나는 이 부분이 일반 대중들에게는 크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브라질 사람도 아니고 세나라는 사람도 전혀 모르지만 보면서 눈물이 차오르던 순간이 분명히 더러 있었기 때문이다.  간략히 이야기해 보면 아일톤 세나는 F1 에서도 알아주는 전설적인 드라이버 였다고 한다. 1994년 사고로 생을 마감하기 직전까지도 최고의 선수였고 브라질에서는 국빈급 대접을 받는 스포츠 스타였다. 우리 나라로 치면 박찬호나 박세리 그리고 김연아에 버금가는 인물이었고 그가 죽자 국장으로 장례식을 치뤄 주었을 정도라고 하니 세나의 브라질 내에서의 위상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드라마를 보고 나면 왜 그토록 브라질 국민들이 세나를 사랑하고 레이싱 팬들이 세나를 좋아했는지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정치나 명성보다는 오로지 레이싱 하나 만을 위해 살아온 인물로 어찌 보면 일본 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듯한 인물인데 34살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해서 더 전설이 되었던 바로 그런 사기캐라고 할 수 있다. 드라마를 보면 연맹 회장과의 갈등도 적나라하게 나오는데 브라질 출신으로 알게 모르게 차별도 많이 받았으나 오로지 자신의 실력으로만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어서 더 사랑을 받았던 건지도 모른다.  내가 레이싱은 잘 몰라도 초반에 돈이 없으면 시작...

넷플릭스 드라마 아사프 후기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튀르키예 드라마를 본 적은 없다.  넷플릭스를 통해서 다양한 나라의 드라마들은 보아오긴 했는데 왜인지 튀르키예 드라마는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나도 이유는 잘 모르겠다. 완성도나 재미에 대한 기대가 없었기에 그러하다. 하지만 아사프는 어쩌다 보니 보게 되었는데 튀르키예 드라마라는 걸 보면서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스페인 드라마인 줄 알았다.  그리고 역시나 크게 흥미를 느끼지는 못 했다.  왜 재미를 못 느끼는 건지를 한 번 생각해 보면.  단순히 드라마 자체가 재미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으나 나는 보면서 다른 걸 느끼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서 재미가 없기도 했으나 드라마 안에서 보여지는 세계가 나의 정서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는 생각이 보는 내내 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특히 초반에 교통 사고가 나는 부분에서 사고를 낸 당사자가 너무 당당하게 자리를 박차고 떠나는 게 황당했다.  한국 같았으면 바로 보험사를 부르고 난리가 났을텐데 말이다. 저 상황에서 유유히 멋있는 사람처럼 떠나간다는 게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된다. 일단 한국은 저렇게 도망가더라도 어차피 블랙박스 카메라가 있기 때문에 결국은 잡히게 된다. 한국에서라면 절대 벌어지지 않을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게 바로 튀르키예라는 나라라는 사실에 아연실색하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특히 나같은 사람에게는 상싱적인 일이 여기에서는 비상식적인 일이 되어 버린다.  특히 주인공이 자동차 수리점에서 받는 부당한 대우 또한 이해하기 어려웠다. 주인공이 얼마나 무른 사람인지를 보여주려고 일부러 그렇게 하는 거일 수도 있으나 이 또한 내 정서상 받아 들이기 어렵다. 어느 정도 합리적인 설명이 필요한 지점에서도 캐릭터를 위한 빌드업이라며 무작정 넘어가 버린다. 나는 처음에 교통 사고 가해자가 현금을 주기에 많이 주는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고 이런 상황에서 주인공이 그냥 넘어가는 것도 실상 이해하기 힘들었다. 아무리...

넷플릭스 드라마 혼돈의 세상에서 후기

 완성도는 아쉽지만 재미는 있다  미스터리 스릴러 범죄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오히려 완성도 보다는 자극적인 재미라고 할 수 있다.  스릴러인데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이런 장르는 예술을 하라고 만든 장르가 아니기에 그러하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 줘야 한다. 영화도 그렇지만 드라마는 보통 최소 6부작 이상의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야 하기에 흥미를 유발하지 않으면 계속 시청하기가 불가능하다. 그런 면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혼돈의 세상에서는 좋은 본본기를 제공하고 있다.  제작비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작품의 수준이 아주 높지는 않으나 흥미로운 설정과 소재 그리고 콜맨 도밍고가 이야기를 재미있게 말아준다. 실망할 겨를이 없다. 어느 정도 순차적으로 떡밥을 제공해 주고 있는데 연출과 각본도 영리해서 누가 봐도 재미있게 볼 만하다. 나는 무조건 완성도가 최우선이라는 시청자에게는 좋은 선물이 아닐 수도 있으나 그래도 풀어 보면 기분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 정도는 된다.  콜맨 도밍고는 그 동안 연기력으로 회자된 배우인데 이런 장르에서도 빛을 발한다.  흑인 배우가 드라마 주연을 맡으면 아무래도 전세계적인 신드롬급 흥행을 기록하기가 힘든 경우가 많은데 그런 인종 차별적인 장벽만 제거한다면 충분히 재미나게 볼 수 있다. 성공한 남성이 갑자기 위기를 맞이하고 이를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만큼 벅차는 이야기도 없다. 우리는 보통 위기를 맞이하면 그대로 주저 앉거나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시 재기하지 못 한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만이라도 평범한 인간이 세상의 괴롭힘으로부터 결국은 승리하는 이야기를 보고 싶다. 믿었던 친구와 사회 시스템이 믿지 못할 만큼 빠른 속도로 나를 손절하더라도 나의 기지와 누군가의 도움으로 인생의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나는 스토리에 감동 받지 아니할 인물은 없다. 애초에 평탄한 삶이 어디 있겠나. 누구나 부침은 있고 위기는 있기 마련이다.  아무 ...

FX 드라마 잔혹한 침묵 후기

 영국과 아일랜드  생각보다 규모가 작은 드라마로 아일랜드의 역사적인 사건에 대해 다루고 있는 드라마 잔혹한 침묵의 영어 제목은 say nothing 이다.  아일랜드 독립을 위해 투쟁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지금이야 아일랜드가 영국보다 훨씬 더 잘 사는 나라 중 하나이긴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영국은 지독하게도 아일랜드를 괴롭혀 왔다. 그런데 영국이 아일랜드만 괴롭힌 건 아니다. 생각해 보면 영국은 대영제국이라는 이름 아래 정말이지 수많은 나라들을 괴롭혀 왔고 그 폐해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아일랜드 정도나 되니 저항도 하고 이 정도로 회복해서 잘 사는 나라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다고 보여진다. 다른 나라들은 아직도 빈곤 국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니 말이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세계사에서 이런 미친 일이 있나 싶으면 항상 영국이 관여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슬프게도 이는 농담이 아니라 절반은 사실이다.  나라가 힘이 약하면 강대국들에 휘둘릴 수 밖에 없다.  우리 나라도 비슷한 역사가 있지 않나. 전쟁 이후 남북으로 갈라진 역사를 살펴 보면 미국과 소련의 영향력이 당시 얼마나 강력했고 우리 나라 지도자들의 의견은 얼마나 깡그리 무시가 되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지금 우크라이나 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아마 내년 정도에는 전쟁이 마무리가 될텐데 시대만 다르지 우리나라와 비슷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그나마 아일랜드 정도나 되니 영국에 저항도 하고 반항도 하면서 지금까지 버텨올 수 있지 않았을까. 초반에도 나오지만 이런 저항의 방법으로 처음에는 평화적인 시위도 하고 그랬지만 우리 나라 일제 시대 독립군들처럼 결국에는 무력 투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평화적인 방법으로 바꿀 수 있는 건 여건이나 상황이 될 때에나 가능한 일이지 미얀마나 태국을 봐도 평화적인 방법으로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다. 미얀마는 현재 군부 정권...

드라마 아메리칸 스포츠 스토리 후기

 아론 에르난데스 실화  아론 에르난데스 이야기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한 번 들은 적이 있다.  그 당시에도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에 라이언 머피 제작으로 총 10부작의 드라마로 재탄생되었다.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10부작인 만큼 다큐멘터리에서 세세하게 다루지 않았던 아론 에르난데스의 어린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가난한 푸에르토리코 이민자 집안 출신으로 전설적인 선수가 되었으나 살인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 받고 감옥에서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한 아론.  미국에서 미식축구가 차지하는 지위는 한국인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 그 이상이다.  미국 내에서 미식 축구의 인기는 한국에서 야구나 축구의 인기와 비교도 되지 않는다. 전미 시청률 통계를 보면 상위 30위권에 거의 다 미식 축구라고 보면 된다. 스포츠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게 미식 축구가 아니라 그야말로 미국인들의 삶을 관통하는 스포츠라고 할 만하다. 우리 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슈퍼볼 역시 미식 축구라는 걸 생각해 보면 미식 추국에 대한 미국인들의 사랑과 집착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하나의 스포츠가 나라 전체를 흔든다는 게 내 입장에서는 이해가 가질 않으나 이를 통해 미국 사회를 가늠할 수 있다는 건 재미있는 요소라고 할 만하다.  여기서 우리는 다들 의문을 품을 거다. 미래가 보장되어 있고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었던 아론 에르난데스가 범죄를 저지르게 된 배경을 말이다. 애초에 운동만 알고 자란 선수가 어떻게 사람을 죽이게 되었는지가 궁금할 따름이다. 범죄와는 가까이 하지도 않았고 오직 운동 만을 보고 자란 아론은 왜 범죄자가 되어 스스로 생을 마감하게 되었을까.  어린 시절을 살펴 보면 답이 조금 나온다.  아론의 아버지 역시 미식 축구를 하였으나 무슨 운동이든지 간에 그러하지만 천재적인 재능이 없다면 프로 선수로 뛰기 어렵고 그 말인 즉슨 취미 생활로 운동을 하기에는 ...

BL 드라마 태권도의 저주를 풀어줘 후기

의외의 수작   BL 드라마를 많이 보면서 느낀 건데 확실히 제작비가 넉넉하지는 않은가 보다. 평균 제작비 단가를 알기 어려우나 아마 우리가 흔히 보던 일일 드라마보다도 제작비가 더 낮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방송을 타거나 거대 OTT에서 공개되는 일은 많지 않고 먼저 전문 플랫폼에서 공개되고 나서 이후에 전체 회차가 티빙이나 웨이브를 통해 공개되는 일이 잦다. 드라마 태권도의 저주를 풀어줘 역시 헤븐리에서 먼저 공개되고 나서 티빙을 통해 2회차씩 매주 금요일 공개되는 것으로 보인다. 공개되자마자 호평을 받은 드라마로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감상했는데 아주 완성도가 높지는 않으나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임에는 틀림 없다. 완성도가 높지 않은 건 작가나 감독의 역량 부족이라거나 배우들이 연기를 못 해서 라기 보다는 단순하게 제작비가 없어서 그러하다.  단순히 재미있는 글을 쓰는 건 돈이 많이 들어가지 않고 재능만 있으면 되지만 그림으로 옮기고 이걸 영상화하는 작업은 어느 정도 자본력이 필요하다. 특히 드라마는 작가만이 아니라 감독과 제작진 게다가 배우까지 다 투입되어야 하는 말 그대로 종합 예술이다. 초기 세팅이 중요한 만큼 돈의 여부는 상당히 핵심 역할을 한다.  크게 흥행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보니 많은 돈이 몰리지 않고 그로 인해 좋은 인력이 모이기 어렵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괜찮은 작품이 나오는 거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그만큼 한국은 인재는 많은데 여건이 제대로 뒷받침을 못 받는 환경이라고나 할까.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OTT 마저 없었다면 한국 드라마 시장은 아예 망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욕심이긴 하지만 글로벌 OTT가 조금 욕심을 내서 제대로 된 자본과 인력으로 멋들어진 BL 드라마 하나 정도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긴 한데 과연 이루어질지는 의문이다. 은근히 전세계 소비층이 두터운 소재여서 제대로만 만들면 신드롬을 일으킬 수도 있을 듯하다. 우리 나라는 연기 잘하고 ...

넷플릭스 드라마 헬리콥터 하이스트 후기

 왜 이민자들은 범죄에 빠지는 걸까  개인적으로는 범죄자를 미화하고 당위성을 부여하는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러 저러 해서 나의 상황은 범죄를 저지를 수 밖에 없었다고 핑계를 대는 듯한 기분이 들기 마련이다. 성인군자처럼 인생을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 사회의 구성원이 되기로 하였다면 적어도 기본적인 규칙은 지키면서 살아야 하지 않나. 지금 유럽 이민자들 특히 특정 종교를 가진 이민자들의 문제는 초기에는 생존 목적으로 들어 왔다가 살만하니 갑자기 자신들이 가진 고유의 문화를 아예 다른 문화권에 적용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물론 헬리콥터 하이스트가 그러한 지점을 드러내는 건 아니다. 일부러 제거한 건지 아니면 애초에 그러한 의도가 없었던 건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현재 유럽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불법 이민자들의 범죄나 그로 인해 유럽 내에서 불법 이민자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진 건 이들이 가진 문화의 힘이 크다. 이걸 문화의 힘이라고 봐야 할지는 조금 이견이 있겠지만 실제로 그러하다. 애초에 아무도 환영하지 않았고 오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불법적인 방법으로 꾸역 꾸역 들어와 놓고는 당당하게 자신들의 문화를 다른 문화에서도 적용해 달라고 하는 건 상식적으로 봐도 말이 안 되지 않은가. 미국에 가서 대한민국 법대로 하자는 것과 뭐가 다른지 모를 일이다.  특히 종교는 믿음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그나마 상식적인 법보다 더 말이 안 통한다.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민자 문제는 과거 유럽을 비롯한 서구 열강이 식민 지배 시절 저지른 업보 때문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이민자들 덕분에 피해를 보는 건 그런 서구 열강의 혜택을 거의 보지 못한 서민들이다. 특히 이 드라마의 배경이 된 스웨덴은 적극적으로 이민자를 받아 들인 나라로 유명한데 그 결과는 당혹스러울 정도로 뻔하다. 바로 범죄율 급증과 치안 불안이다.  과거만 해도 평화로운 나라 중 하나였던 스웨덴 이지만 ...

일본 드라마 방과후 의사 후기

 아이들의 고민  말 그대로 초등학교에 좌천된 의사의 이야기를 그리는 독특한 의학 드라마.  의학 드라마라고 하기에는 병원이 배경도 아닌 데다가 주요 인물이 의사 한 명 뿐이고 나머지는 다 초등학교 학생이거나 교사 뿐이지만 일본에 실제로 이런 제도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시범적으로라도 모든 초등학교에 의사 선생님이 상주하는 환경은 그야말로 꿈같은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나라는 의사 정원 늘리는 데에도 이 정도로 진통이 큰데 초등학교를 비롯해 학교마다 의사 선생님이 상주하는 나라의 모습은 어떠할 지 기대가 된다. 아이들은 많이 다치고 내 기억이긴 하지만 중학생 때나 고등학생 때에도 학생들이 잦은 부상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정말 많았다. 심지어 내가 다니던 학교는 5층이었는데 장난치다가 떨어지는 학생도 몇명 있었고 심한 경우 자살을 선택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무엇보다 많이 다치는 아이들이기에 학교에 의사 선생님이 상주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환경은 없을텐데 나라마다 의사 선생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도 하고 그렇게 되면 복지 비용이 더 들어가서 이걸 현실적으로 할 만한 나라가 과연 있을까 싶기는 하다.  개인적으로 의사도 의사인데 학교마다 상담 선생님을 한 명씩 의무적으로 두는 조항 역시 중요해 보이는데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다루는 데에 한계점에 다다른 요즘 저출산 정책 노래만 부르면서 세금 낭비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미래를 그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 겠다는 마음이 든다.  드라마 방과후 의사는 그야말로 여리디 여린 초등학생들을 돌보는 츤데레 의사 선생님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아이들이 가진 고민들을 보여주고 있다. 쓰쓰가무시 병이라던가 기면증 이라던가 아이들이 잘 모르는 질병을 통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이들의 말을 믿어 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실 아이들의 말을 믿어 주고 들어 주고 싶어도 그럴 여건이 안 되는 게 현실이고 오히려 선생님을 하시는...

일본 드라마 투명한 우리들 후기

 이야기는 좋으나 연출과 편집이 아쉬운 일본 드라마는 아무래도 인구가 많다 보니 저렴한 제작비로 많은 작품이 나오는 편이다. 국내에 다 소개되지 않는 드라마까지 합한다면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숫자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나 국내에서는 아직 자리잡지 않은 25분 내외의 드라마까지 합한다면 얼마나 많은 드라마가 매년 만들어지는 신기할 정도다. 국내도 드라마 왕국이라고 불릴 만큼 드라마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으나 일본은 일단 내수가 1억이 넘다 보니 국내와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생각보다 다양한 이야기와 소재를 가지고 드라마로 만들기로 유명한 일본인데 그래서 그런지 대중적인 인기를 대놓고 겨냥하지 않고 만들어지는 드라마도 많은 편이다. 이번에 넷플릭스에서 공개가 된 드라마 투명한 우리들 역시 그러한데 고등학교 졸업한 5명의 인물들을 통해서 일본의 젊은 층들이 느끼는 정서와 한계에 대해서 나름 투명하게 다루고 있다. 이런 비슷한 일본 드라마가 정말 많은 편인데 그래서 그런지 조금 뻔한 전개이긴 하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찬란하게 빛나던 인물들이 성인이 되면서 얼마나 그 색이 바래지는지가 주요 소재인데 이런 드라마가 일본에서는 생각보다 더 차고 넘치는데 나는 보면서 다른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리 나라는 고등학교 시절에도 저렇게 자유 분방하게 자신이 하고 싶어 하면서 사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저 좌절감을 성인 시기에 느낄 수 있는 건 어찌 보면 복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나라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대학교에 가기 위한 입시가 인생의 모든 것이라고 여겨질 정도인데 그러다 보니 중학교는 물론 고등학교 역시 대학 입시에 올인되어 있고 아이들의 상상력이나 꿈을 이야기하는 건 그야말로 어이없는 일이 되었다. 어찌 보면 학창 시절 만이라도 일본처럼 투명하게 보여지는 게 당연한 건데 한국은 얼마나 잘못된 사회인지가 교육 시스템만 봐도 알 수 있다. 누군가 그러지 않았는가. 한국은 학구열이 높은 나라가 아니라 입시열이 높은 나...

넷플릭스 드라마 스파이가 된 남자 후기

 귀엽고 사랑스러운 노인 스파이 부인과 사별하고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갑자기 탐정 사무소에 취직한 노인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스파이가 된 남자는 드라마 굿 플레이스 제작진과 테드 댄슨이 힘을 모아 만든 코미디 드라마라고 볼 수 있다. 웃음 요소가 아주 강력하지는 않으나 기분 좋게 히히덕 거릴 정도는 된다. 테드 댄슨의 나이가 가늠의 안 되어 검색을 해보니 만으로 76세라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 했다. 겉으로 보면 50대라고 해도 믿을 만한데 아주 정정하신 모습에 더 감탄을 했다. 확실히 나이가 들면 신체 나이를 본인의 노력 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조절 가능하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배우라서 관리를 어느 정도 하겠지만 76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나도 보면서 반하고 말았다. 이런 할아버지라면 007 제임스 본드라고 해도 울고 갈 정도로 멋지지 않은가. 물론 드라마 자체는 코믹 톤이기 때문에 시종일관 보조 스파이가 된 남자의 실수담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76세의 나이에 저 정도 실수는 뭐 당연한 거 아닌가. 나는 그보다 한참 어린데도 불구하고 황당한 실수를 실생활에서 저지르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 나라와 일본이 조금 심한 편이긴 하지만 서구권이나 다른 나라 역시 인구 고령화가 생각보다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아이를 어느 정도 낳고 있다는 나라조차 노인 인구 부양 문제가 정치적인 면에서 심각하게 다룰 정도인데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과학과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노인들이 점점 더 오래 살면서 이들의 부양 문제와 함께 이들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활용할지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드라마에서는 탐정 보조를 하는 식으로 유쾌하게 풀어내긴 하였으나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가 않다. 최근 유행 중인 저속노화만 봐도 오래 산다고 답이 아니라는 건 단번에 알 수 있다. 숨만 붙어 있지 병상에 누워 살기만 한다면 큰 의미가 없지 않은가. 오래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건강하게 사는 게 답이라는 걸 우리 모두는 알고...

애플 드라마 디스클레이머 반전 결말

 예상 가능했던 결론  초반부터 캐서린이 너무할 정도의 악녀로 그려지길래 알폰소 쿠아론이 이런 뻔한 이야기는 하지 않을 듯해서 후반부에 어느 정도 반전이나 아니면 적어도 캐서린 입장에서 사건을 재구성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긴 했었는데 이러한 나의 예상이 전혀 틀리지는 않았어서 기분은 좋았다. 하지만 조나단의 광기는 상상 이상의 것이었고 캐서린의 입장이 단번에 이해가 가면서 마지막 화에서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게 과연 알폰소 쿠아론 감독 답다. 그 동안 드라마 안의 캐서린을 제외한 사람들이나 그리고 시청자들은 조나단의 친어머니인 낸시의 입장에서 그려낸 이야기를 믿고 있었다. 그 이야기가 상당히 그럴 듯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극적이었다. 유부녀가 남편이 없는 휴양지에서 이제 갓 성인이 된 소년을 유혹하여 하룻밤을 보내고 그 어린 소년은 결국 죽음에 이른다.  이보다 더 자극적인 설정이 있을까.  낸시는 이를 노리고 소설을 집필했고 고이고이 숨겨 두었다가 사후에 남편인 스티븐에 의해 발견된다. 애초에 우리는 먼저 질문을 했어야 했다. 아들 조나단의 죽음에 대해서 그토록 슬퍼하며 캐서린을 집요하게 쫓아다닌 낸시는 왜 이 소설을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을까. 분명 무언가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어쩌면 내시는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낳은 아들 조나단이 정상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그렇지만 사실을 안다는 것과 아들에 대한 사랑은 분명히 다른 지점이 있다. 자신의 자식이라면 악마여도 품게 되는 게 어미의 마음인 것이다. 낸시 역시 그러했고 그러한 부조리함에서 고통 받다가 결국 병까지 얻어 생각보다 일찍 삶을 마감해 버렸다.  어찌 보면 낸시를 죽인 건 현실을 받아 들이지 못한 본인의 탓이 가장 크다. 애초에 이탈리아 여행에서 같이 여행을 간 사샤가 먼저 돌아온 지점부터 의문을 품었어야 했다. 사샤의 부모님이 크게 화를 내며 낸시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점과 사샤과 가족의 죽음 때문에 집으로 돌아...

넷플릭스 드라마 어떤 사랑 후기

이 정도로 허접한 드라마라니   정말이지 오랜만에 이 정도로 형편없는 드라마를 감상했다. 최근 넷플릭스가 그래도 어느 정도는 볼 만한 드라마를 공급하고는 있어서 공장형 드라마이긴 해도 보다 보면 의외로 괜찮다 싶은 드라마들도 몇 개 있었는데 이탈리아 오리지널 드라마 어떤 사랑은 연출과 연기 그리고 각본까지 삼박자가 제대로 맞아 떨어지면서 가히 올해 최악의 드라마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만한 정도로 형편 없다. 얼마나 형편 없냐고 하면 거의 일년에 한 두 번 나올까 말까할 정도로 수준 낮은 드라마여서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보통 유럽 드라마들이 수준이 낮긴 해도 배우들의 연기는 그나마 볼 만한 경우가 많은데 그마저도 다 평범하고 배우들 중 매력이 보이는 배우가 단 한 명도 없어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정도였다. 스페인 오리지널 넷플릭스 드라마 엘리트들이 전세계적인 대박이 이루어지고 나서 이에 편승하려는 드라마들이 전세계 여기저기에서 나왔고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역시나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다.  엘리트들이라는 드라마는 재미도 있긴 하였으나 기본적으로 십대들의 섹스와 살인이라는 잔인하고 자극적인 소재를 끌어 들이면서 신드롬급 인기를 누린 것도 사실인데 이후에 제작된 비슷비슷한 드라마들은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한 상태로 멸망하고 말았다. 우리 나라에서도 몇 번 시도가 되었으나 한국 정서상 노출이나 수위를 높일 수가 없었기에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드라마가 되었다. 애초에 되는 게 있고 안 되는 게 있는데 뭐가 하나 된다고 하면 별다른 고민없이 달려드는 건 전세계적인 공통 현상인 것처럼 보인다. 그래도 이제 하도 망하다 보니 그런 시도가 많이 사라진 것도 사실인데 드라마 어떤 사랑은 역시나 비슷한 시도를 했다가 가열차게 멸망해 버린다. 따라하려면 기본적으로 완성도라도 높이는 시도를 했어야 했는데 이 드라마의 완성도는 어이없을 정도로 낮아서 이 프로젝트를 승인한 임원을 잘라야 하는 거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 소녀의...

넷플릭스 게라 자매의 전쟁 후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멕시코 막장 드라마  넷플릭스 덕분에 멕시코 드라마까지 챙겨 보게 된 나인데 인정하기는 싫으나 확실히 재미가 있기는 하다.  드라마는 재미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는 편이기에 막장 드라마의 자극적인 재미에 녹아 버리는 게 현실이긴 하지만 보면서 개운하지가 않은 것 역시 사실이다. 재미가 있기는 한데 완성도나 작품성 그리고 개연성이 거의 없는 수준이어서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같은 언어권임에도 불구하고 스페인과 멕시코의 드라마는 정서 자체가 아예 다른 수준인데 멕시코가 훨씬 더 막장스러운 편이다.  국내에서는 당연히 거의 화제가 안 되겠지만 라틴 문화권의 인구가 생각보다 많기 때문에 넷플릭스 글로벌 성적을 보면 국내에서는 아무도 모르는 멕시코나 남미 드라마들이 상위권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정서가 이렇게나 다르다 보니 당연한 결과이긴 한데 나라마다 문화 차이가 이렇게나 나는 게 신기할 정도다. 그런 의미에서 전세계적으로 심지어 인도에서조차 인기를 얻은 오징어 게임이 얼마나 대단한 공통 정서를 건드린 건지를 생각해 보면 다시 한 번 소름이 돋는다. 분명 재미는 있는데 대한민국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납득하기 힘든 장면이 한 회차에도 여러 번 나온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이걸 보면서 멕시코 사람들은 별 감흥없이 넘어간다는 이야기 아닌가. 그러면 내가 이상한 거지 드라마가 이상한 게 아니라 멕시코 사람들에게는 이게 상식이나 기준일 수도 있겠다 싶다.  남편과 바람을 핀 여동생을 남편과 강제로 성관계를 맺게 만들어서 딸을 얻는다는 초기 설정도 경악스러운데 자신의 친 딸을 구하기 위해 감옥에 들어간 모녀를 구하기 위해 무모한 탈출 방법을 쓰는 경찰 역시 당황스럽기는 매한가지다. 한국에서라면 그 어느 설정이라도 드라마나 영화에서 사용했을 경우 욕이란 욕을 다 먹었을 설정들이 한 회차에도 여러 번 나온다. 초반부터 상상조차 하기 힘든 혀를 내두를 정도의 막장 설정들이 난무하는 마당에 이런 저런 이견을 댈 ...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선한 구 경장님

 이토록 친절한 구경장 드라마를 볼 당시에는 별로 느끼지 못 했는데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안에는 부패한 경찰이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 사소하게 부정을 저지르는 경찰도 아무도 없다. 오로지 경찰들은 본인의 맡은 바 최선을 다하며 어떻게 하면 더 수사를 정확하고 긴밀하게 할 수 있을지만 고민한다.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주인공 장태수가 가장 개인적인 일로 근본부터 흔들리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딜레마가 너무 거대하다 보니 다른 경찰들까지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걸 용납하기는 어렵다. 보통은 주인공은 정의를 위해 싸우지만 주변에서 부패한 경우 이야기가 벌어지기 마련인데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일단 주인공부터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부패했다고 볼 만하다.  다들 말로는 공정한 수사와 정의를 외치지만 냉혈한 이라고 볼 수 있을 만큼 자기 일에 철두철미한 장태수 역시 딸 장하빈이 살인 사건에 연루되자 중심을 잃고 과하게 흔들린다. 그래도 결국에는 딸을 믿고 사건을 지혜롭게 해결해 나가지만 여기서 나는 질문을 해보고 싶었다. 과연 딸 장하빈이 실제로 사람을 죽인 거라면 어땠을까.  만약이라는 질문은 의미가 없지만 한 번 정도는 던지고 싶었다.  주인공 장태수도 흥미롭지만 개인적으로는 오재원 배우가 맡은 구 경장 역시 흥미로운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태껏 경찰 캐릭터에서 구 경장같은 인물이 있었는지 한 번 생각해 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 보통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경찰 캐릭터들은 완벽주의자 이거나 완벽하게 부패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구 경장은 그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사건 해결의 열쇠를 제공해 주기는 하지만 본인도 형이 경찰의 강압 수사에 자살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용의자에게 감정 이입을 하게 된다. 물론 나중에는 김성희라는 인물에게 놀아 나면서 자신의 알량한 동정심이 얼마나 덧없는지 깨닫게 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구 경장 같은 인물이 한 명 정도는 있어도 되지 않을까. ...

드라마 정년이 웹툰과 같을 필요가 있을까

 원작 팬들의 극성  일본 실사화 영화나 드라마가 망하는 이유를 여러 가지 들 수 있겠지만 나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너무 원작 만화와 동일하게 가려고 하면서 생기는 괴리라고 생각한다. 일본은 원작에 대한 권리가 강한 나라인 터라 원작자의 동의 없이는 함부로 원작을 훼손할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영상화 하면서 굳이 필요 없는 캐릭터나 장면 그리고 사건까지 다 영상화를 하면서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정말 많다. 일본에는 훌륭한 만화들이 많으니 괜찮은 실사화는 없는 게 바로 그런 연유다. 과거 봉준호 감독이 유명한 일본 만화를 영화로 만들려고 실제로 시도했던 적이 있었다. 실제로 원작 만화 작가 역시 본인의 작품을 영상화 해줄 인물로 봉준호 감독을 원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 프로젝트는 좌초되었다. 가장 큰 이유로 봉준호 감독은 원작을 영상에 맞게 각색을 하고 싶어 했으나 원작자는 조금의 변화도 원하지 않았다. 원작자의 마음도 그리고 감독의 의도도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본질적으로 보자면 영상 작업물은 만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일본 드라마를 보면 만화를 원작으로 한 경우를 정말 많이 보는데 거의 대부분은 실패작인 경우가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원작자의 입김이 너무 강하면 영상물 자체가 우스워진다. 그저 원작 팬들인 오타쿠만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일반 관객들까지 끌어 들이지는 못 한다.  나는 어느 정도의 각색은 무조건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드라마 정년이 역시 초반부터 몇몇 캐릭터가 제외되면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나는 원작 웹툰을 본 적이 없고 드라마 정년이만 보았는데 드라마만 보자면 최근 들어 나온 가장 걸작 드라마라고 칭하고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오히려 생각만큼 화제가 되지 않아서 의아할 뿐이다.  하지만 원작을 훼손했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해서 기함을 하고 말았다.  아마 이런 연유로 일본에서도 원작에 대한 훼손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려하는 것일테고 일리...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명실공히 걸작

 이보다 완벽한 드라마가 있을까  감탄만 나온다. 일정이 있어서 6화부터 10화까지는 몰아 보았는데 오히려 그게 다행이었다. 중간에 쉬었다면 아마 궁금해서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으리라. 이 정도의 흡입력을 느껴본 게 과연 얼마만인가. 최근에는 애플 오리지널 드라마 슬로 호시스 이후 정말이지 오랜만의 몰입감이다. 나도 좀 겉멋이 들어서 한국 드라마 수준이 아직 부족하다고 느낀 적도 있었으나 최근 드라마 정년이와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를 보면서 이런 나의 어리석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어찌 보면 한국 드라마가 미국이나 영국 드라마 만큼이나 전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 건 한국 문화라서라기 보다는 단순하게 완성도가 높기 때문이라는 걸 다시금 실감한다. 이건 영화와 드라마를 비교해 보면 더 간단하다. 최근 한국 영화가 극장에서 흥행한 경우가 손에 꼽을 정도인데 언론에서는 극장 자체의 침체를 이야기하며 영화 산업의 몰락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영화 파묘나 범죄도시4가 천만을 돌파한 걸 보면 그런 식으로 단순하게 해석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보다는 한국 영화의 수준 자체가 과거와 비교해 봐도 많이 저하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봐야 한다.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 없는 걸 떠나서 재미있는 영화를 찾기도 힘든 현실이다. 개인적으로 영화 범죄도시4나 파묘가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나 충분히 재미있었기에 관객몰이가 가능했고 불경기라고는 해도 그리고 영화표가 비싸다고는 해도 천만을 돌파한 걸 보면 결국 재미있고 볼 만한 작품은 일부러 극장까지 보려는 관객이 아직도 차고 넘친다는 이야기다.  현재 한국 영화 흥행 상황을 보면 처참하기 그지없다.  백만을 돌파한 영화를 찾기도 힘들 지경이다.  언제 한국 영화가 이렇게 되었나. 코로나로 인해서 이렇게 되었다라고 하기에는 회복 속도가 너무 더디다. 결국 관객은 재미있는 작품이라면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극장으로 향한다. OTT에서 보여주는 영화나 극장에서 보여주는 영화나 질적 차이가 크...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천재 여성 PD의 탄생

 한국 드라마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린 역작  언제인가 부터 여성 pd들의 활약이 많이 들려오고 있다.  정년이를 연출하고 있는 정지인 pd 도 그렇고 이번에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를 연출한 송연화 pd 역시 앞으로의 미래가 대단히 기대가 되는 감독이다. 드라마를 어느 정도 본 사람이라면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이하 이친자) 1화를 보고 바로 알 수 있었을 거다. 또 다른 명감독이 탄생했다는 걸 말이다.  이친자는 각본도 훌륭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연출도 대단히 놀라운 작품이다.  한석규과 왜 신인 작가와 감독의 작품에 출연하게 되었는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생각해 보면 우리 나라에서 여성 pd들이 두각을 나타낸 건 그다지 오래되지는 않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여성들이 능력이 없어서라기 보다는 그동안 시청자들은 몰랐거나 외면해 왔지만 드라마 pd 시장이 지독할 정도로 남성 천하였기 때문이다.  알게 모르게 차별이 정말 많았을 테고 여성들은 아마 기회조차 잡지 못했을 거라고 어렵지 않게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여성들은 주로 작가 라인업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우리 나라의 유명 드라마 작가들이 전부 다 여성인 건 바로 그런 이유도 한몫 단단히 했을 거라고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애초에 능력 없는 남성들이 만든 드라마보다는 드라마도 흥행과 성공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이다 보니 성별을 넘어 제대로 된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여성이나 남성이나 차별이 없게 되었다. 물론 지금도 은은한 차별이 어디에선가는 존재하겠지만 말이다.  흑백요리사에 나와 우리 나라 중식 1인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정지선 여성 셰프 역시 아무도 자신을 여성이라는 이유로 채용해 주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털어 놓기도 했다. 여성들은 우리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거의 모든 곳에서 차별을 받고 있는 게 바로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최근 드라마 정년이와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를 보면...

일본 드라마 이별 그 뒤에도 후기

 지나치게 뻔한 드라마 이 정도면 심하지 않은가. 멜로 드라마가 아주 새로운 이야기를 할 필요성도 의무도 없다고는 생각하지만 이 정도로 뻔하게 흘러가는 것도 어느 정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 좋은 배우들을 데려다가 이 정도 밖에 못 만드는 것도 놀랍지만 어느 정도 넷플릭스 대자본의 지원 사격을 받아 놓고 이렇게나 지루하고 뻔한 이야기를 하는 것 역시 다른 의미로 놀랍다.  하와이 로케이션 촬영까지 가서는 딱히 아름다운 풍경을 건지지도 못한 건 물론 왜 굳이 하와이여야 했느냐에 대한 질문에도 명확하게 답을 해주지 않는다. 그저 넷플릭스에서 돈 준다고 하니 하와이 한 번 가볼까 정도로 로케이션을 간 게 아닐까 의심할 뿐이다.  일본 사람들이 하와이 좋아하는 거야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지나가는 개도 알 정도이지만 드라마에서 왜 하와이에 가는지에 대한 설명은 필요하지 않나. 게다가 눈 내리는 지역에서 폭죽 이벤트라니 보면서도 어이가 없기는 했다. 총소리에도 저런 눈사태가 날 수 있다는 건 관련 영화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인데 저걸 몰랐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  전 남자 친구를 무조건 죽이려다 보니 나온 아이디어 같은데 그 구린 아이디어에 기가 찰 노릇이었다.  특히 몇몇 장면들은 너무 유치한 나머지 눈 뜨고 봐주기 어려울 정도였다. 특히 하와이 공항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면서 사람들이 몰려 들며 축제 분위기가 되는 게 가장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드라마가 판타지라고는 해도 이런 작위적인 설정을 요즘 시대에도 보다니.  어이가 없고 황당할 정도다.  전 남자 친구는 죽어 버리고 남자 친구의 심장을 이식받은 새로운 남자는 갑자기 피아노 연주를 기가 막히게 하며 평소에 마시지도 않던 커피까지 마실 수 있게 된다. 아무래도 장기 이식이 그러한 미비한 효과를 낸다는 연구 결과가 있기는 하지만 드라마는 판타지를 섞어 더 멀리 나간다. 그리고 이게 개연성이 없다 보니 납득하기가 힘들다. ...

일본 드라마 1122 좋은 부부 후기

 결혼의 현실 결혼에 관한 현실적인 보고서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충격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는 아마존 오리지널 드라마 1122 좋은 부부, 결혼을 한 적이 아직 없어서 이야기 전개 하나하나가 다 충격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 오히려 결혼을 한 부부들은 보고 나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을 정도로 현실적인 내용이라고 하던데 들여다 보면 과연 그럴만하다. 결혼을 경험적으로는 전혀 모르는 내가 봐도 흥미로운 부분이 분명히 많았고 만약 나라면 이라는 상상을 하게 만드는 힘이 분명히 있는 드라마였다. 지나치게 현실적인 소재를 판타지스럽게 다루고 있긴 해서 보기에 편한 드라마는 절대 아니고 모두에게 추천할 만한 드라마라고 하기에도 그 무거움이 상당한데 그래도 의외로 재미는 있어서 술술 보게 된다. 겉으로만 보면 세상 누구보다 행복해 보이는 부부.  아치코와 아토야.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들은 겉으로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서로에 대한 애정이 상당한 부부라고 할 만하다. 서로를 미워하거나 증오하지 않으며 결점을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 눈을 부라리지 않는다. 남편과의 육체적인 관계가 부담스러웠던 아치코는 어느 순간부터 아토야와의 관계를 거부하게 되고 이에 상처를 받은 아토야는 취미 생활로 만난 다른 유부녀와 진지한 관계를 이어 간다. 그야말로 합법적인 바람을 부인이 허락해준 상황.  하지만 그 반대의 상황에 처하자 아토야 역시 흔들리기 시작한다. 내로남불이라는 말은 역시나 진리에 가깝다. 자신이 바람을 피면 사랑이지만 상대방이 바람을 피면 눈이 뒤집힌다. 아치코와 아토야 역시 그러하다. 어찌보면 성관계가 없는 부부 생활이 과연 지속 가능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는데 내 주변을 봐도 결혼한 지가 10년이 넘는 부부들은 성관계를 지속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털어 놓는다.  물론 아무도 그게 좋은지 나쁜지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10년이나 갈 것도 없이 일단 아이를 낳으면 부부 관계는 현격하게...

넷플릭스 Mr. 플랑크톤 후기

 연출과 극본의 잘못된 만남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조용 작가의 차기작이어서 기대를 받은 드라마 미스터 플랑크톤은 이전 드라마와 비슷하게 역시나 결핍을 가진 인물들이 이야기를 다룬다.  조용 작가는 이런 인물들에게 끌리나 보다.  드라마는 작가 놀음이라고 유명한 각본가의 작품은 기대하며 보게 된다. 역시나 극본은 더할 나위 없이 괜찮다. 조금 기묘하게 진행되는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생각해 보면 납득이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 어딘가 삐그덕거린다.  이야기 자체는 매력적인 데다가 배우들도 열연을 보여주고 있고 캐릭터도 나쁘지 않은데 연출이 각본과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다. 각본과 연출의 잘못된 만남을 시종일관 드러내면서 재미를 반감시킨다. 각본과 연출을 따로 분리해서 생각해 보자면 크게 문제가 없는데 문제는 각본과 연출의 합이 안 좋다 보니 종종 드라마를 보면서 상한 우유를 마신 듯한 느낌마저 든다.  특히나 초반 우도환이 멋지게 이다희를 결혼식장에서 구출하는 장면은 90년대 조폭 드라마를 보는 듯한 기분까지 들었으며 그게 절대 좋은 의미가 아니라는 점이 문제라면 문제다. 전체적으로 보면 결핍을 가진 인물들의 사랑 이야기라고 볼 수 있긴 하겠으나 이마저도 시청자들이 감정 이입을 제대로 할 때나 가능하다.  핵심 인물은 이유미와 우도환인데 이유미는 몰라도 우도환은 확실히 연기력이 애매하긴 하다. 오히려 처음에는 이유미에 대한 우려를 안고 시청을 시작했는데 보다 보니 확실히 누가 문제인지는 알겠다. 우도환의 연기력이 아주 발연기라고 보긴 어려우나 이런 섬세한 캐릭터를 연기하기에는 연기력의 기본기가 생각보다는 탄탄하지 않다.  우도환이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큰 배우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 했는데 초반 이미지를 생각해 보면 연기력이 그만큼 늘지는 않아서 여러모로 아쉽다. 액션 연기는 나쁘지 않은데 조금만 더 깊은 감정을 요구하는 배역에 있어서는 크...

넷플릭스 드라마 케이지 후기

 무난무난한 액션 드라마  넷플릭스에서 여러 히트작을 만들어온 프랑크 가스탐비드가 만든 액션 드라마 케이지는 무난하게 볼 만한 작품이다.  애초에 프랑크 가스탐비드가 가벼운 킬링 타임 영화를 만들어온 사람이어서 크게 기대를 하지 않는다면 재미나게 볼 수 있다. 5부작의 짧은 시리즈인데 깊이감이 없는 드라마여서 크게 무리는 없다. 치고 박고 싸우는 드라마 라면 무조건 보는 시청자 층이 존재하는데 그걸 노리고 만든 기획 드라마라는 게 너무 뻔하게 드러나긴 한다. 하지만 그게 문제는 되지 않는다. 일단 재미만 있으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은 이 드라마가 과연 재미있느냐의 문제일 테다.  어차피 완성도가 높은 드라마도 아니고 묵직한 내용을 다루는 것도 아닌 데다가 가난한 청년의 인생 분투기를 다룬다면 보는 입장에서 주인공에게 어느 정도 감정 이입을 할 만한 여지를 제공해줘야 하는데 빈곤하게 산다는 가정을 제외하면 주인공을 무턱대고 응원할 만한 이유가 한없이 부족하다.  애초에 이런 드라마는 주인공의 서사를 튼튼하게 해서 뭐가 어떻게 되었든 간에 주인공에게 몰입을 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어차피 이야기 구조가 인간 승리이거나 아니면 좌절이거나 그 어떠한 경로로 가더라도 힘겹게 싸움을 준비하는 인물에게 모두가 응원의 마음을 보내도록 만들어야 하며 그게 재미의 핵심 요소다.  하지만 모든 면에서 드라마 케이지의 주인공은 애매하다.  크게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않으며 배우들의 문제인지 연출의 문제인지 알 길은 없으나 드러나는 캐릭터들이 다 평면적이다. 특히 나름 빌런 역으로 나오는 등장 인물들도 단편적으로 그려지는 터라 어떠한 위압감도 느껴지지는 않는다. 애초에 주인공과 빌런의 대립 구도라도 제대로 가지고 갔다면 이토록 심심하게 느껴지지 않았을 텐데 이건 아무래도 연출자의 역량 부족인 듯 보인다. 프랑크 가스탐비드의 영화를 넷플릭스에서 어느 정도 보긴 했는데 한 번도 만족한 ...

넷플릭스 은행 포위의 날 후기

 무색무취를 넘어 노잼 넷플릭스에서 나오는 스페인 드라마에 대한 어느 정도 기대가 있는 편이다.  엘리트들도 재미있었고 종종 대박 작품이 나오고는 하는데 최근 들어 스페인 오리지널 드라마 중에서 완성도를 넘어 재미있는 작품을 찾기가 정말 힘들어지고 있다. 드라마 은행 포위의 날 역시 1981년 혼란스러웠던 스페인에서 일어난 실제 은행 강도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주연 배우로는 넷플릭스 대박 드라마 종이의 집과 엘리트들에 모두 나왔던 주연 배우들이 포진해 있다. 이 배우 조합에 실화에 바탕을 둔 은행 강도 소재의 드라마라면 오히려 실패하기가 아니 재미없기가 더 힘든 조합인데 요상하게 재미가 없다. 아니 없어도 너무 없다. 원래 재미없으면 1화에서 그만두는 편인데 3화까지 보고 그만둔 건 그래도 무언가 더 있을 거 같아서 보게 된 건데 아무리 봐도 매력을 느낄 만한 요소가 전혀 없었다. 배우 때문에 참고 본 건데 배우도 크게 매력적으로 다루어지지도 않는다.  캐릭터 자체도 다 평면적인 데다가 사건 자체도 크게 인상적이지 않고 스페인의 혼란스러운 정국을 너무 수박 겉핥기 식으로만 훑다 보니 이에 기반한 긴장감도 부족하다. 정치 드라마가 되기에도 역부족이고 그렇다고 흥미로운 은행 강도 드라마가 되기에도 많이 부족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은행 강도 사건으로 드라마 하나 만들어 봐라 하면 누구나 떠올리기 쉬운 구도와 설정으로 점철되어 있다.  스페인 국민이 아닌 이상 역사적인 배경이 새롭게 다가올 리도 만무하고 그렇다면 은행 강도 사건에도 재미있는 면을 부각해야 할 터인데 그런 것도 없다. 은행 강도들은 누가 봐도 오합지졸이고 은행 밖에서 사건을 해결하려는 세력 또한 마찬가지인데 이걸 풍자하지도 않는다. 그저 무미건조하게 보여줄 뿐이다.  크게 보면 기자와 은행 강도 우두머리가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둘의 매력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오히려 평이하다면 평이하지 왜 주인공 인지도 이해하기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각본가...

넷플릭스 스포트라이트는 나의 것 후기

 여배우의 고단한 삶 과거에 대기업에서 인턴을 하며 친해진 여자 동기가 나에게 그런 말을 했다. 오빠는 남자인 게 스펙이에요. 그 당시에는 무슨 소리인가 생각을 했으나 나이가 좀 먹고 사회 생활을 하고 보니 그렇게 말한 의도가 확실하게 이해가 간다. 아니 냉정히 말하자면 그 당시에도 그 말의 의미를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었고, 나에게 비슷한 뉘앙스의 이야기를 하는 다른 여자들이 정말 많았다는 것도 기억한다. 같은 능력이지만 오직 여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한국에서는 불이익을 당한다. 내가 만약 여자라면 환장할 노릇 아닌가.  다행히 나는 남자였고 그런 불합리한 일을 적어도 한국에서는 당하진 않았다. 그러다가 외국을 나가게 되면서 확실히 소수자의 입장이라는 게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나의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같은 기회를 가지지 못 하는 게 무슨 의미인지 말이다. 그리고 여자는 소수자 이상으로 피곤한 일들을 하루하루 겪어내야 한다.  드라마에서도 적나라하게 나오지만 여자들은 숨쉬듯이 성추행을 당하지만 제대로 항변하지도 못한다. 조금이라도 불편한 티를 내면 생각이 너무 많다는 이야기를 그리고 까다롭다는 소문이 난다. 잘못은 남자가 했는데 나에 대한 소문이 안 좋아지는 신기한 일을 매일 매일 봐야 한다. 어느 정도 유명세가 있는 배우라고 해도 그러하다.  하비 와인스타인 사태만 봐도 이해가 가지 않나.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 여배우들도 하비 와인스타인에게 피해를 입었지만 수십년이 지나도 진실을 밝히기 어려웠다. 어찌 보면 드라마 스포트라이트는 나의 것에 나오는 이야기는 현실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순화되어 묘사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실은 항상 드라마보다 지독한 경우가 빈번하다는 걸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배우라는 직업은 선택을 받아야 한다. 대기업에 속하면서 일을 주기적으로 받는 직업도 아니며 누군가 나를 찾아주고 발굴해 줘야 한다. 영화 라라랜드에도 나오지만 무명 ...

정년이 김태리에 압도되다

 절대적인 존재감  드라마 정년이는 김태리의 드라마다.  주연 배우이기에 당연한 말일 수도 있지만 드라마 정년이를 보고 나면 김태리만 기억에 남는다. 보통 드라마 원톱 주연 드라마를 한 두 번 본 게 아니라서 신기한 지점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드라마 정년이는 김태리가 드라마의 모든 것이라고 할 만하다.  이게 좋은지 나쁘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이미 드라마가 8화를 마친 상태인데 10%라는 마의 시청률을 돌파하고 나서 천장을 뚫지는 못 하고 있다. 여성 국극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이 정도 화제성을 유지하는 것도 놀랍긴 하고 여성들만이 나오는 데도 이렇게까지 완성도 있게 만든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재미도 있고 감동도 크다.  김태리가 무대에서 득음을 하는 장면은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이 장면을 보고 아무렇지 않은 사람은 드물 거라고 본다. 하지만 보면서 다른 생각도 들었다. 드라마가 너무 김태리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원작도 그러하다면 상관이 없으나 드라마 정년이는 김태리 모노 드라마같은 느낌이 다분하다. 김태리라는 배우는 연기력은 물론 존재감도 대단한 배우이기에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드라마 정년이에서는 꽤나 많은 인물이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등장인물들이 정년이에 가려 병풍같이 보인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이게 잘못되었다는 것도 아니고 김태리 탓도 아니다. 하지만 사실이 그러하다. 다른 배우들이나 등장 인물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정년이라는 핵심 캐릭터를 제외하면 다른 캐릭터들은 마치 정년이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모든 인물이 정년이를 중심으로 돌아가며 이에 대한 피로도가 어느 정도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김태리가 주인공이라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보통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을 견제하는 핵심 인물이 한 명 정도 나오거나 아니면 주인공과 깊은 관계를 나누는 인물이 한 명 정도는 나와서 둘이 분량을 양분하는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