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현실
결혼에 관한 현실적인 보고서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충격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는 아마존 오리지널 드라마 1122 좋은 부부, 결혼을 한 적이 아직 없어서 이야기 전개 하나하나가 다 충격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 오히려 결혼을 한 부부들은 보고 나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을 정도로 현실적인 내용이라고 하던데 들여다 보면 과연 그럴만하다.결혼을 경험적으로는 전혀 모르는 내가 봐도 흥미로운 부분이 분명히 많았고 만약 나라면 이라는 상상을 하게 만드는 힘이 분명히 있는 드라마였다. 지나치게 현실적인 소재를 판타지스럽게 다루고 있긴 해서 보기에 편한 드라마는 절대 아니고 모두에게 추천할 만한 드라마라고 하기에도 그 무거움이 상당한데 그래도 의외로 재미는 있어서 술술 보게 된다.
겉으로만 보면 세상 누구보다 행복해 보이는 부부.
아치코와 아토야.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들은 겉으로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서로에 대한 애정이 상당한 부부라고 할 만하다. 서로를 미워하거나 증오하지 않으며 결점을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 눈을 부라리지 않는다. 남편과의 육체적인 관계가 부담스러웠던 아치코는 어느 순간부터 아토야와의 관계를 거부하게 되고 이에 상처를 받은 아토야는 취미 생활로 만난 다른 유부녀와 진지한 관계를 이어 간다.
그야말로 합법적인 바람을 부인이 허락해준 상황.
하지만 그 반대의 상황에 처하자 아토야 역시 흔들리기 시작한다. 내로남불이라는 말은 역시나 진리에 가깝다. 자신이 바람을 피면 사랑이지만 상대방이 바람을 피면 눈이 뒤집힌다. 아치코와 아토야 역시 그러하다. 어찌보면 성관계가 없는 부부 생활이 과연 지속 가능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는데 내 주변을 봐도 결혼한 지가 10년이 넘는 부부들은 성관계를 지속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털어 놓는다.
물론 아무도 그게 좋은지 나쁜지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10년이나 갈 것도 없이 일단 아이를 낳으면 부부 관계는 현격하게 줄어 든다고 내 주변 지인 한정으로 고백하기도 한다. 그럴 만도 하다. 남편은 일에 치여 살고 부인 역시 그러하며 육아와 가사를 맡아 하다 보면 성욕이 끓어 오를 만한 일이 부부 사이에서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아직도 여전히 그리고 끊임없이 시청자들이 불륜 드라마에 공감하고 분노를 하는 건 그만큼 바람이나 불륜이 공기 속의 먼지처럼 흔하디 흔한 일이기에 그러하다.
그 먼지를 먹고 참고 살 것이냐 아니면 뱉어내고 다른 공기를 마실 것이냐는 사람마다 다르다. 이혼이 흔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주변을 보면 마음 고생하며 참고 사는 경우도 이혼 만큼이나 많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참고 사느냐 아니냐로 나눠질 수도 있다. 드라마 속 대화에서도 나오지만 가벼운 육체 관계라면 한 번의 실수 정도는 감안하고 넘어가 줄수도 있다고 나오지만 그게 만약 사랑이라면 답변은 달라진다.
결혼은 단순한 육체 관계만을 기준으로 성립된 관계가 아니며 신뢰 관계가 그 기저에 깔려 있다.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과연 결혼을 생활을 유지하는 게 의미가 있느냐는 사랑 만큼이나 핵심 화두에 가깝다. 결혼은 어찌 보면 사랑보다는 신뢰의 문제라고 할 만하다. 아치코와 아토야 역시 사랑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서로의 바람으로 인해 관계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하자 사랑을 넘어 신뢰의 문제에 당도하게 된다.
서로 핵심적인 문제를 애써 외면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결혼이라는 걸 직접 해보진 않아서 드라마를 보며 완벽하게 공감하기는 힘들었으나 결혼이라는 제도가 가진 불합리성과 결점을 어느 정도 체험적으로 이해하게 만든 드라마이긴 하다. 이런 드라마를 보다 보면 행복하게 결혼 생활 유지하시는 분들이 정말 대단해 보인다. 그 어려운 과업을 오래도록 해 내신 분들이 아니던가.
결혼은 과연 미친 짓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 번 정도는 해 볼만하지 않을까.
그 끝이 실패라고 하더라도.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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