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과 극본의 잘못된 만남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조용 작가의 차기작이어서 기대를 받은 드라마 미스터 플랑크톤은 이전 드라마와 비슷하게 역시나 결핍을 가진 인물들이 이야기를 다룬다.조용 작가는 이런 인물들에게 끌리나 보다.
드라마는 작가 놀음이라고 유명한 각본가의 작품은 기대하며 보게 된다. 역시나 극본은 더할 나위 없이 괜찮다. 조금 기묘하게 진행되는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생각해 보면 납득이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 어딘가 삐그덕거린다.
이야기 자체는 매력적인 데다가 배우들도 열연을 보여주고 있고 캐릭터도 나쁘지 않은데 연출이 각본과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다. 각본과 연출의 잘못된 만남을 시종일관 드러내면서 재미를 반감시킨다. 각본과 연출을 따로 분리해서 생각해 보자면 크게 문제가 없는데 문제는 각본과 연출의 합이 안 좋다 보니 종종 드라마를 보면서 상한 우유를 마신 듯한 느낌마저 든다.
특히나 초반 우도환이 멋지게 이다희를 결혼식장에서 구출하는 장면은 90년대 조폭 드라마를 보는 듯한 기분까지 들었으며 그게 절대 좋은 의미가 아니라는 점이 문제라면 문제다. 전체적으로 보면 결핍을 가진 인물들의 사랑 이야기라고 볼 수 있긴 하겠으나 이마저도 시청자들이 감정 이입을 제대로 할 때나 가능하다.
핵심 인물은 이유미와 우도환인데 이유미는 몰라도 우도환은 확실히 연기력이 애매하긴 하다. 오히려 처음에는 이유미에 대한 우려를 안고 시청을 시작했는데 보다 보니 확실히 누가 문제인지는 알겠다. 우도환의 연기력이 아주 발연기라고 보긴 어려우나 이런 섬세한 캐릭터를 연기하기에는 연기력의 기본기가 생각보다는 탄탄하지 않다.
우도환이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큰 배우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 했는데 초반 이미지를 생각해 보면 연기력이 그만큼 늘지는 않아서 여러모로 아쉽다. 액션 연기는 나쁘지 않은데 조금만 더 깊은 감정을 요구하는 배역에 있어서는 크게 매력을 드러내지 못 한다. 조각같은 외모와 그보다 더 완벽한 몸매 역시 배역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데에 크게 도움이 되지는 못 한다.
오히려 우려했던 이유미는 제 역할을 다 하는데 이유미 자체가 스타성이 많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는 조금 아쉽고 우도환과 이유미의 케미 역시 생각보다 좋지는 않다. 둘이 붙어 있으면 설레임이나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도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애틋한 감정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화학 작용이 일어날 거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그러한 부분에서는 확실히 많이 미흡하다.
만약이라는 말만큼 무의미한 말은 없지만서도 만약에 각본에 맞는 보다 더 독특하고 실험적인 연출이 들어 갔다면 그리고 그에 더해 주연 배우들을 더 케미가 괜찮은 조합으로 만들어 내었다면 이보다 더 나은 완성도와 화제성을 기록할 수도 있을텐데 역대급으로 반응도 없고 화제도 안 되고 있다. 최근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중에서도 이 정도로 화제가 안 되는 드라마가 있었나 싶을 정도다.
나는 워낙에 기대를 안 하고 보기 시작하긴 해서 실망감도 크지 않았는데 그래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부흥기를 기대하기에는 심각하게 역부족인 드라마인 것만큼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오징어 게임 시즌 2 가 나오기 전까지는 이러한 침체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공유와 서현진 주연의 드라마 트렁크도 사실 크게 기대가 되지는 않는다.
몇 년 전만 해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에 대한 맹목적인 기대감이 있던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절이 꿈이었나 싶다.
평점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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