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뻔하지만 볼만한 가족 드라마
일본 드라마를 즐겨 보지는 않으나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거나 극본이 좋으면 보는 편인데 디즈니 플러스 드라마 간니발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야기라 유야가 주연을 맡은 금요 드라마 사자의 은신처가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길래 호기심에 감상을 해 보았는데 주말 가족 드라마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스토리 자체가 좀 평이한 편이어서 크게 만족하지는 못 했다고 할 수 있다.아직 1화 정도만이 공개 되었는데 무언가 전형적인 가족 드라마같은 느낌이 드는 데다가 이야기가 전개 방식도 조금 식상하긴 해서 크게 재미를 느끼지는 못 했다. 거의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며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동생 미치토를 돌보다시피하는 히로토가 결국 라이온을 경찰에 맡기지 못할 거라는 걸 누구나 알 수 있는 부분인데 갑자기 횡단보도에서 포효하며 달려가는 모습은 너무 오버스러워서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유독 일본에서 대안 가족 소재로 드라마나 영화가 많이 나오는 느낌인데 전통적인 가족이 해체 되는 일본 사회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일본은 우리 나라보다 출산율이 훨씬 더디게 무너지고 있는데 문제는 출산율 자체가 아니라 아이를 낳으면 안 되는 환경에서 아이를 낳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학대하거나 방치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나라도 정부나 지방 자치 기관에서 제대로 조사를 하지 않아서 그렇지 생각보다 방치되고 학대 당하는 아이들이 분명히 많을 거라고 생각 한다. 보통 아이들은 목소리를 내기가 힘드니 결국 죽거나 심각한 상태가 되어서야 세상에 알려지고는 하는데 그런 면에서 보자면 우리 나라에서 언론이나 영상 매체에서 가출 팸들의 이야기를 다루지 않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할 만하다.
투표권도 없고 나이도 어려서 존재감이 없는 가출 청소년들에 대해 다룰 때에 항상 범죄 관련 이야기로 들어올 수 밖에 없는데 생각해 보면 이런 청소년들은 피해자가 되거나 범죄에 뛰어 들어 가해자가 되거나 둘 중 하나의 길 밖에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평범하게 살면서 사회의 성실한 구성원이 되기에는 힘든 시스템을 우리 나라 역시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사회의 복지 수준이 낮으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이처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이다. 드라마 사자의 은신처에 나온 라이온 역시 아무래도 아버지의 학대로 인하여 어머니와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다가 살아 남았고 아마도 자살을 포기한 아오이가 마지 못해 자신의 배다른 남동생 히로토에게 아들 라이온의 맡긴 것이라 짐작해 볼 수 있다.
배다른 누나 아오이와 오래 살지는 않았으나 누나가 자주 사용하던 말과 라이온이 마요네즈를 유독 좋아하는 식성을 보자면 거의 99% 누나 아오이의 아들이라고 짐작되는 라이온을 히로토는 그냥 보낼 수가 없다. 온 몸에 누가 봐도 학대의 흔적이 넘치는 아이를 경찰에 넘긴다면 이 아이는 또 같은 상황에서 학대를 받으며 성장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 같은 경우 아이의 학대 정황이 조금이라도 드러나면 부모와 아이를 적극 분리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우리 나라는 심각한 경우가 아니면 최대한 부모에게 아이를 돌려보내는 방향으로 복지 정책이 발전되어 왔다. 결국 돈의 문제인데 미국도 분리만 시켰지 실제로 제대로 아이들을 돌보지는 않아서 이러한 아이들의 사회 부적응자로 자라날 확률이 다분하다.
특히 학교 폭력이나 직장 내 폭력처럼 겉으로 드러나고 증거가 남는 경우가 아닌 가정 안의 폭력일 경우 수면 위로 끌어 올리기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며 말 그대로 시체로 나오지 않는 이상 가정의 현관을 폭력이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 실제로 겉으로는 평범하고 화목한 가정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폭력에 노출되어 있고 갑자기 죽어 버리는 사례가 많은 걸 생각해 보자면 얇디 얇은 벽을 생각보다 많은 것을 감추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성실하게 공무원을 하며 자폐 남동생을 돌보는 착한 형에게 갑자기 배다른 누나의 아들이 들어오며 같이 살게 된다는 이야기는 솔직히 말해 조금 억지스럽긴 하다. 그리고 너무나 드라마나 영화에 나올 법한 이야기여서 보면서도 현실감이 그다지 돋아나지는 않는다. 게다가 너무 현실성도 없다. 저 상황에서 조카라고 추측되는 아이를 선뜻 맡을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나마 야기라 유야가 연기를 해서 히로토라는 인물의 개연성이 살아나는 건 사실이지만 납득이 조금 안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자폐 스텍트럼이 있는 동생 미치토 역시 너무나 순하고 현실에서는 있기 힘든 이상적인 상황이기에 무언가 만화나 동화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미 인생의 커다란 짐을 지고 살아가는 히로토가 과연 저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책임감을 발휘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되긴 한다.
혹 하나도 제대로 감당 못 하면서 다른 혹을 붙인다는 게 아무리 억지로 이야기를 만든다고 해도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런 식으로 아이를 돌보면 자칫 아이의 납치범으로 몰아갈 수 있어서 공무원인 히로토가 이런 걸 모를 리가 없음에도 결단을 하는 걸 포효로 표현한 것도 조금 웃기긴 했다. 차라리 현실적으로 라이온과 함께 경찰에 찾아가서 가정 폭력으로 신고하는 게 더 나은 방향 아닌가.
여러 모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구조를 바꾸고 상황을 이용하는 건 아무리 드라마나 영화라고 해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터라 실망스러웠다.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고 작가가 자꾸 억지를 부리다 보니 이야기 자체도 현실성을 잃고 정작 드라마 자체도 크게 재미가 없다. 그러다 보니 집중이 안 되고 흥미마저 떨어진다.
총평
기대했으나 역시나 실망
평점
2/5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