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넷플릭스 드라마 혼돈의 세상에서 후기

 완성도는 아쉽지만 재미는 있다 

미스터리 스릴러 범죄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오히려 완성도 보다는 자극적인 재미라고 할 수 있다. 

스릴러인데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이런 장르는 예술을 하라고 만든 장르가 아니기에 그러하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 줘야 한다. 영화도 그렇지만 드라마는 보통 최소 6부작 이상의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야 하기에 흥미를 유발하지 않으면 계속 시청하기가 불가능하다. 그런 면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혼돈의 세상에서는 좋은 본본기를 제공하고 있다. 

제작비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작품의 수준이 아주 높지는 않으나 흥미로운 설정과 소재 그리고 콜맨 도밍고가 이야기를 재미있게 말아준다. 실망할 겨를이 없다. 어느 정도 순차적으로 떡밥을 제공해 주고 있는데 연출과 각본도 영리해서 누가 봐도 재미있게 볼 만하다. 나는 무조건 완성도가 최우선이라는 시청자에게는 좋은 선물이 아닐 수도 있으나 그래도 풀어 보면 기분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 정도는 된다. 

콜맨 도밍고는 그 동안 연기력으로 회자된 배우인데 이런 장르에서도 빛을 발한다. 

흑인 배우가 드라마 주연을 맡으면 아무래도 전세계적인 신드롬급 흥행을 기록하기가 힘든 경우가 많은데 그런 인종 차별적인 장벽만 제거한다면 충분히 재미나게 볼 수 있다. 성공한 남성이 갑자기 위기를 맞이하고 이를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만큼 벅차는 이야기도 없다. 우리는 보통 위기를 맞이하면 그대로 주저 앉거나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시 재기하지 못 한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만이라도 평범한 인간이 세상의 괴롭힘으로부터 결국은 승리하는 이야기를 보고 싶다. 믿었던 친구와 사회 시스템이 믿지 못할 만큼 빠른 속도로 나를 손절하더라도 나의 기지와 누군가의 도움으로 인생의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나는 스토리에 감동 받지 아니할 인물은 없다. 애초에 평탄한 삶이 어디 있겠나. 누구나 부침은 있고 위기는 있기 마련이다. 

아무 걱정 없이 사는 인생보다는 그래도 부침이 있는 인생이 더 할 이야기가 많다.

물론 당하는 와중에는 지옥이 따로 없긴 하지만 제 3 자의 입장에서 그러한 극복을 지켜보는 것만큼 흥미로운 일도 없다. 복수극 만큼이나 위기 극복 스토리는 자극적이다. 나도 모르게 억울한 누명을 쓴 주인공을 응원하게 된다. 특히 주인공이 아무런 죄도 없이 고통을 당하고 여러 사람들로부터 배신을 당한다면 말이다. 누구나 한 번 정도는 억울한 누명 그도 아니면 억울한 루머로 고생을 한 적이 다들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를 전혀 모르던 사람도 나를 의심하고 나를 알던 사람도 나를 믿어주지 않는다.

이런 미치고 환장할 만한 상황에서 제대로 벗어나기란 불가능하다. 대부분 시간이 해결해 주기 마련이지만 그렇지 못한 일도 있다. 나의 커리어가 달려 있거나 목숨이 경각이라면 여유롭게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억울한 일의 경중이 다르다는 말이다. 그런 초분을 다투는 상황에서 주인공은 지혜롭게 일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간다.

그러한 즐거움이 이 드라마를 보는 재미 중 하나다. 

디테일이 조금 부족하고 지나친 음모론이 과하다고 느낄 만하지만 미국은 원래 음모론의 나라 아닌가. 음모론이 정말 무서운 건 때로는 진실보다 더 강력하고 사람들이 진실보다 더 진실이라고 믿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이는 더 이상 음모론이 아니게 된다. 가끔은 진실보다 음모론이 더 힘을 얻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경우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상 별로 없다. 

그러한 미치고 팔짝 뛰는 상황을 드라마는 제대로 그려내고 있다. 

이 드라마의 재미는 각본의 흥미로움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콜맨 도밍고의 카리스마에 기대는 측면이 크다. 이는 이 드라마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할 만하다. 다른 거 다 떠나서 일단 재미는 있고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 지 궁금하다. 결정적으로 주인공이 어떻게 이 위기 상황을 벗어낮 마지막에 억울함을 풀지가 가장 궁금하다. 

평점 

4/5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일본 드라마 무능한 타카노 후기

타카노 만큼이나 무능한 드라마 인기 만화 원작의 드라마 무능한 타카노가 2화까지 넷플릭스에서 공개 되었다.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로 1화만 보자 싶었는데 47분 내외의 1화도 다 보기가 곤혹스러웠을 정도로 재미를 찾기가 어려웠다. 보면서 만화 원작인가 싶었는데 역시나 만화 원작이었다. 일본은 만화를 드라마로 옮기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만화에 충실하다가 드라마 자체의 완성도를 말아 먹는 경우가 정말 많은데 이게 방송사나 PD의 문제라기 보다는 원작자의 입김이 강한 일본 만화 업계의 문제라는 생각도 든다.  일본은 원작자의 힘이 강력한 나라 중 하나이기에 만화의 내용을 하나라도 제외하거나 변경하려고 하는 시도 자체가 거의 불가능해서 우리 나라의 영화 감독 봉준호 조차 일본 유명 만화가의 작품을 영화화하는 걸 포기한 전적이 있을 정도인데 영상과 만화는 다르다는 점을 원작자들이 이해해줄 리가 만무하고 어느 정도 표현의 차이가 있다는 점을 타협하기가 불가능하기에 지금처럼 이도저도 아닌 작품이 나오게 된 게 아닐까 혼자 상상만 해본다. 정확한 건 내부자들만 알 수 있겠지만 말이다. 드라마 무능한 타카노는 시종일관 만화 같은 연출을 보여준다. 캐릭터에 대한 묘사와 대사 그리고 연출까지 만화를 그대로 옮긴 듯한 인상이다. 안 좋은 점이라면 이게 긍정적인 효과를 전혀 불러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캐릭터는 단순하고 이야기 전개도 유아적인 수준이기에 차라리 20분 내외의 시트콤처럼 가볍게 저예산으로 만들었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별 거 없는 이야기를 47분 분량으로 만들다 보니 이야기는 늘어지고 캐릭터의 매력은 사라지고 드라마의 재미도 가라앉는다.  애초에 완성도가 높은 일본 드라마를 찾아보기 힘든 요즘인데 일본 드라마 중에서 볼만한 작품은 방송사 작품이 아니라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 작품이 오히려 많기는 해서 그 괴리가 너무 크기에 이 정도면 방송사 드라마 작품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최근에 보면서 만...

일본 드라마 사자의 은신처 후기

다소 뻔하지만 볼만한 가족 드라마 일본 드라마를 즐겨 보지는 않으나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거나 극본이 좋으면 보는 편인데 디즈니 플러스 드라마 간니발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야기라 유야가 주연을 맡은 금요 드라마 사자의 은신처가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길래 호기심에 감상을 해 보았는데 주말 가족 드라마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스토리 자체가 좀 평이한 편이어서 크게 만족하지는 못 했다고 할 수 있다.  아직 1화 정도만이 공개 되었는데 무언가 전형적인 가족 드라마같은 느낌이 드는 데다가 이야기가 전개 방식도 조금 식상하긴 해서 크게 재미를 느끼지는 못 했다. 거의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며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동생 미치토를 돌보다시피하는 히로토가 결국 라이온을 경찰에 맡기지 못할 거라는 걸 누구나 알 수 있는 부분인데 갑자기 횡단보도에서 포효하며 달려가는 모습은 너무 오버스러워서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유독 일본에서 대안 가족 소재로 드라마나 영화가 많이 나오는 느낌인데 전통적인 가족이 해체 되는 일본 사회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일본은 우리 나라보다 출산율이 훨씬 더디게 무너지고 있는데 문제는 출산율 자체가 아니라 아이를 낳으면 안 되는 환경에서 아이를 낳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학대하거나 방치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나라도 정부나 지방 자치 기관에서 제대로 조사를 하지 않아서 그렇지 생각보다 방치되고 학대 당하는 아이들이 분명히 많을 거라고 생각 한다. 보통 아이들은 목소리를 내기가 힘드니 결국 죽거나 심각한 상태가 되어서야 세상에 알려지고는 하는데 그런 면에서 보자면 우리 나라에서 언론이나 영상 매체에서 가출 팸들의 이야기를 다루지 않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할 만하다.  투표권도 없고 나이도 어려서 존재감이 없는 가출 청소년들에 대해 다룰 때에 항상 범죄 관련 이야기로 들어올 수 밖에 없는데 생각해 보면 이런 청소년들은 피해자가 되거나 범죄에 뛰어 들어 가해자가 되거나 둘 중 하나의 길 밖에 남아...

티빙 드라마 스터디그룹 후기

 픽팍의 드라마 리뷰  티빙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추천 스터디그룹 후기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를 보고 나서  바로 시작하게 된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스터디그룹. 공교롭게도 둘 다 웹툰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그러니  비교를 안 할 수가 없다. 재미 면에서만 본다면 스터디그룹의 압승이다.  다소 거친 느낌이 드는 작품이긴 하지만 이런 게 바로 오리지널의 맛이 아니겠나. 수위나 소재를 생각한다면 전파를 타기 힘들어 보이긴 하는데 원래 티빙 오리지널 작품들은 공개 이후 TVN에서 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아마도 어느 정도 편집 과정을 거친 이후에 방송을 타게 될 거 같기는 하다. 전혀  잔인한 소재라는 생각이 안 들긴 했는데 대사에 ㅅㅂ이 정말 많이 나오는 데다가 폭력 수위가 상당해서 아이들이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재미있다.  아주 잘 만들고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는 생각은 사실 안 드는데 원초적인 재미를 제공해 준다. 특히 주인공 윤가민의 독특한 캐릭터가 주는 카타르시스가 상당하다. 중증외상센터에서 주지훈에게 거의 무매력을 느끼고 나서 이 드라마를 보니 황민현이 연기를 이렇게 잘했나 싶기도 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황민현은 연기력이 좋다기 보다는 캐릭터에 찰떡인 느낌이기도 하다. 배우 자체가 윤가민 이라는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 그런 시너지 효과도 절대 무시하지 못 한다. 마치 응답하라 1988에서 혜리와 덕선의 캐릭터가 거의 동일 인물인 것처럼 보인 것도 이와 비슷한 이치라고 하겠다.  개인적으로 황민현의 연기력이 아주 좋다고 보긴 어려우나 감독의 연출 스타일이 연기력을 커버해 주기에 크게 신경이 쓰이진 않는다. 뭐 막말로 황민현이 연기를 잘 한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 게 문제라면 문제인데 드라마가 워낙 호흡이 빠르고 거칠어서 크게 무리가 없다.  어찌 보면 연출이 모든 걸 보완해주는 구조다.  이장훈 감독의 연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