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 에르난데스 실화
아론 에르난데스 이야기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한 번 들은 적이 있다.그 당시에도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에 라이언 머피 제작으로 총 10부작의 드라마로 재탄생되었다.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10부작인 만큼 다큐멘터리에서 세세하게 다루지 않았던 아론 에르난데스의 어린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가난한 푸에르토리코 이민자 집안 출신으로 전설적인 선수가 되었으나 살인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 받고 감옥에서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한 아론.
미국에서 미식축구가 차지하는 지위는 한국인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 그 이상이다.
미국 내에서 미식 축구의 인기는 한국에서 야구나 축구의 인기와 비교도 되지 않는다. 전미 시청률 통계를 보면 상위 30위권에 거의 다 미식 축구라고 보면 된다. 스포츠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게 미식 축구가 아니라 그야말로 미국인들의 삶을 관통하는 스포츠라고 할 만하다. 우리 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슈퍼볼 역시 미식 축구라는 걸 생각해 보면 미식 추국에 대한 미국인들의 사랑과 집착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하나의 스포츠가 나라 전체를 흔든다는 게 내 입장에서는 이해가 가질 않으나 이를 통해 미국 사회를 가늠할 수 있다는 건 재미있는 요소라고 할 만하다.
여기서 우리는 다들 의문을 품을 거다.
미래가 보장되어 있고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었던 아론 에르난데스가 범죄를 저지르게 된 배경을 말이다. 애초에 운동만 알고 자란 선수가 어떻게 사람을 죽이게 되었는지가 궁금할 따름이다. 범죄와는 가까이 하지도 않았고 오직 운동 만을 보고 자란 아론은 왜 범죄자가 되어 스스로 생을 마감하게 되었을까.
어린 시절을 살펴 보면 답이 조금 나온다.
아론의 아버지 역시 미식 축구를 하였으나 무슨 운동이든지 간에 그러하지만 천재적인 재능이 없다면 프로 선수로 뛰기 어렵고 그 말인 즉슨 취미 생활로 운동을 하기에는 먹고 살기 힘들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운동 선수들이 그러하며 심지어 인기 없는 운동은 프로 수준의 실력이 된다고 해도 제대로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지만 미식 축구는 프로 선수들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연봉을 받고 거의 미국 영웅으로 추앙 받게 된다. 돈이 몰리면 인재가 몰리게 되어 있다. 아론 에르난데스 역시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하며 스타 선수로 성장하게 된다. 물론 몰락하기 전까지 말이다. 오히려 아버지가 살아 있었다면 어느 정도는 아론을 잡아 주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아론이 이렇게 된 데에는 아버지의 영향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어떻게 답을 내려야 할 지 모르겠다. 실제로 아버지가 만약 아론에 대해서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면 아론은 과연 대단한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나는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재능도 중요하지만 그 재능을 키워줄 멘토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를 주목하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아버지는 아론을 혹독하게 훈련했으나 아론의 내면을 바라보지는 못했다.
아니 사실 관심도 없었다.
아버지에게 아론은 스포츠 병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자식을 사랑하긴 하였으나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을 이루기 위한 도구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런 아버지가 아론의 내면까지 들여다 봐 주는 건 동화 속에서나 가능할 일이었고 남몰래 남성에 대한 사랑을 키우고 있었던 아론은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 볼 줄 모르는 사람인 상태로 성인이 된다.
자신을 제대로 모르고 어른이 된 사람들은 끔찍한 실수를 저지른다.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되면 상식적인 판단을 하기가 어렵다. 그저 제거하고 숨겨 두려고만 한다. 아론이 자신의 저지른 일을 은폐하려고 한 멍청한 일들을 생각해 보면 더 그러하다. 그런데 만약 아론이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허심탄회하게 밝혔다면 미식 축구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나는 단언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동성 결혼이 허용된 나라이지만 기독교에서 나온 청교도 문화가 자리잡은 나라이기 때문에 아직도 유명 스포츠 선수들은 커밍 아웃을 하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 그러하기에 아론 역시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밝혔다면 행복하게 살 수는 있었겠지만 프로 선수로 활동하기는 힘들었을 테다.
모든 걸 얻을 수는 없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포기해야 하며 아론의 경우 차라리 프로 선수가 되는 걸 포기하고 본인이 원하는 걸 하고 살았다면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지는 않았을 거 같아 더 안타깝다. 그저 소소하게 선수 생활 하면서 자신이 사랑하는 남성과 사랑을 나누며 생을 살아 나갔다면 다소 평범하게 살아갈 수는 있지 않았을까.
드라마 자체는 사실 평이하고 자극적인 재미도 크게 없어서 재미가 있다고 평하기는 어렵지만 시간 낭비용으로는 적당하게 볼 만하긴 하다. 시간이 많다면 보라고 추천하고 싶지만 꼭 봐야 할 작품은 아니다.
평점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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