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적인 존재감
드라마 정년이는 김태리의 드라마다.주연 배우이기에 당연한 말일 수도 있지만 드라마 정년이를 보고 나면 김태리만 기억에 남는다. 보통 드라마 원톱 주연 드라마를 한 두 번 본 게 아니라서 신기한 지점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드라마 정년이는 김태리가 드라마의 모든 것이라고 할 만하다.
이게 좋은지 나쁘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이미 드라마가 8화를 마친 상태인데 10%라는 마의 시청률을 돌파하고 나서 천장을 뚫지는 못 하고 있다. 여성 국극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이 정도 화제성을 유지하는 것도 놀랍긴 하고 여성들만이 나오는 데도 이렇게까지 완성도 있게 만든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재미도 있고 감동도 크다.
김태리가 무대에서 득음을 하는 장면은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이 장면을 보고 아무렇지 않은 사람은 드물 거라고 본다. 하지만 보면서 다른 생각도 들었다. 드라마가 너무 김태리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원작도 그러하다면 상관이 없으나 드라마 정년이는 김태리 모노 드라마같은 느낌이 다분하다.
김태리라는 배우는 연기력은 물론 존재감도 대단한 배우이기에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드라마 정년이에서는 꽤나 많은 인물이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등장인물들이 정년이에 가려 병풍같이 보인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이게 잘못되었다는 것도 아니고 김태리 탓도 아니다. 하지만 사실이 그러하다. 다른 배우들이나 등장 인물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정년이라는 핵심 캐릭터를 제외하면 다른 캐릭터들은 마치 정년이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모든 인물이 정년이를 중심으로 돌아가며 이에 대한 피로도가 어느 정도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김태리가 주인공이라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보통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을 견제하는 핵심 인물이 한 명 정도 나오거나 아니면 주인공과 깊은 관계를 나누는 인물이 한 명 정도는 나와서 둘이 분량을 양분하는 경우가 많은데 드라마 정년이는 김태리 분량이 90% 라고 체감상 느껴질 정도로 다른 배우들의 존재감이 아쉬울 정도다.
다른 배우들이 연기를 못 하거나 존재감이 약해서라기 보다는 드라마의 중심이 지나치게 정년이 중심으로 되어 있다 보니 다른 배우들이 사실 잘 보이질 않는다. 그나마 신예은이나 라미란 정도는 신들린 연기력으로 버티고 있긴 하지만 나머지 배우들의 존재감이 먹먹할 정도로 낮다.
드라마 자체도 재미있고 흥미로워서 이런 지점을 지적하는 게 미안스러운 부분이긴 하지만 드라마 보면서 꺼림칙했던 터라 꼭 언급을 하고 넘어가고 싶었다.
뭐든지 과하면 탈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시청자들이 생각만큼 열광하지 않는 건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
김태리에게나 PD에게나 숙제가 하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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