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아일랜드
생각보다 규모가 작은 드라마로 아일랜드의 역사적인 사건에 대해 다루고 있는 드라마 잔혹한 침묵의 영어 제목은 say nothing 이다.아일랜드 독립을 위해 투쟁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지금이야 아일랜드가 영국보다 훨씬 더 잘 사는 나라 중 하나이긴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영국은 지독하게도 아일랜드를 괴롭혀 왔다. 그런데 영국이 아일랜드만 괴롭힌 건 아니다. 생각해 보면 영국은 대영제국이라는 이름 아래 정말이지 수많은 나라들을 괴롭혀 왔고 그 폐해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아일랜드 정도나 되니 저항도 하고 이 정도로 회복해서 잘 사는 나라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다고 보여진다. 다른 나라들은 아직도 빈곤 국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니 말이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세계사에서 이런 미친 일이 있나 싶으면 항상 영국이 관여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슬프게도 이는 농담이 아니라 절반은 사실이다.
나라가 힘이 약하면 강대국들에 휘둘릴 수 밖에 없다.
우리 나라도 비슷한 역사가 있지 않나. 전쟁 이후 남북으로 갈라진 역사를 살펴 보면 미국과 소련의 영향력이 당시 얼마나 강력했고 우리 나라 지도자들의 의견은 얼마나 깡그리 무시가 되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지금 우크라이나 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아마 내년 정도에는 전쟁이 마무리가 될텐데 시대만 다르지 우리나라와 비슷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그나마 아일랜드 정도나 되니 영국에 저항도 하고 반항도 하면서 지금까지 버텨올 수 있지 않았을까. 초반에도 나오지만 이런 저항의 방법으로 처음에는 평화적인 시위도 하고 그랬지만 우리 나라 일제 시대 독립군들처럼 결국에는 무력 투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평화적인 방법으로 바꿀 수 있는 건 여건이나 상황이 될 때에나 가능한 일이지 미얀마나 태국을 봐도 평화적인 방법으로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다.
미얀마는 현재 군부 정권이 나라를 망치고 있지만 중국의 도움과 침묵 없이는 불가능했을 테다. 미국은 미얀마로 인해 득이 될 게 없으니 도와주질 않고 있고 지금 상태는 가히 절망적이다. 아무도 미얀마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태국 역시 왕권과 군부 정권을 타도하려 하였으나 이에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이 출마조차 하지 못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태국의 문제는 국내 문제라고 볼 수 있으나 미얀마는 강대국들이 개입하면 충분히 해결 가능하지만 그 누구도 적극적으로 개입하려고 하지 않는다. 실리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전쟁 당시 소련과 미국이 개입한 건 자신들의 이권에 상당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러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애초에 미국은 관여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일랜드의 현재를 보면 영국이 부러워할 만하다.
국민 일인당 소득도 영국과 비교해서 훨씬 높고 적극적으로 글로벌 기업들을 유치하면서 최근 몇 년간 기록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하긴 생각해 보면 인도 역시 영국을 경제 규모로 이긴 걸 보면 대영제국이라는 이름이 이제 과거의 명성이 된 지 오래다.
아일랜드 독립 투쟁 이야기는 과거에도 영화나 드라마로 많이 나왔다.
그만큼 영화로 다루기 좋은 소재이긴 하지만 제 2차 세계대전 유대인들 학살만큼 광범위한 공감을 얻을 수 없었기에 큰 규모의 드라마나 영화로 나오지는 못 했고 이 작품 역시 그러하다.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 않은 드라마인데 그런 면에서 조금 아쉽긴 하다. 무게감을 줄 수 있는 배우나 연출자가 필요한 상황인데 그런 면에서 주목을 받기가 너무 힘든 상태였으니 말이다.
조금만 더 자본금을 투자해서 이름이 조금이라도 알려진 배우를 캐스팅했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드라마 자체는 저예산으로도 잘 만들었다.
평점
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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