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고 사랑스러운 노인 스파이
부인과 사별하고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갑자기 탐정 사무소에 취직한 노인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스파이가 된 남자는 드라마 굿 플레이스 제작진과 테드 댄슨이 힘을 모아 만든 코미디 드라마라고 볼 수 있다. 웃음 요소가 아주 강력하지는 않으나 기분 좋게 히히덕 거릴 정도는 된다.테드 댄슨의 나이가 가늠의 안 되어 검색을 해보니 만으로 76세라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 했다. 겉으로 보면 50대라고 해도 믿을 만한데 아주 정정하신 모습에 더 감탄을 했다. 확실히 나이가 들면 신체 나이를 본인의 노력 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조절 가능하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배우라서 관리를 어느 정도 하겠지만 76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나도 보면서 반하고 말았다. 이런 할아버지라면 007 제임스 본드라고 해도 울고 갈 정도로 멋지지 않은가. 물론 드라마 자체는 코믹 톤이기 때문에 시종일관 보조 스파이가 된 남자의 실수담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76세의 나이에 저 정도 실수는 뭐 당연한 거 아닌가.
나는 그보다 한참 어린데도 불구하고 황당한 실수를 실생활에서 저지르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 나라와 일본이 조금 심한 편이긴 하지만 서구권이나 다른 나라 역시 인구 고령화가 생각보다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아이를 어느 정도 낳고 있다는 나라조차 노인 인구 부양 문제가 정치적인 면에서 심각하게 다룰 정도인데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과학과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노인들이 점점 더 오래 살면서 이들의 부양 문제와 함께 이들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활용할지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드라마에서는 탐정 보조를 하는 식으로 유쾌하게 풀어내긴 하였으나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가 않다. 최근 유행 중인 저속노화만 봐도 오래 산다고 답이 아니라는 건 단번에 알 수 있다. 숨만 붙어 있지 병상에 누워 살기만 한다면 큰 의미가 없지 않은가. 오래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건강하게 사는 게 답이라는 걸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유혹 앞에서 너무나 연약한 존재이고 의외로 굉장히 무기력하다.
모든 노인들이 정정한 찰스처럼 생산적인 일을 하지는 못할 거다. 하지만 생각보다 정정하고 건강한 노인들은 많고 이들을 활용할 방안을 고민해야 될 시기에 왔다. 특히 우리 나라는 옆나라 일본보다 고령화 속도가 훨씬 더 빠르다. 이들 모두가 일을 해야 할 필요도 없고 그럴 수도 없으나 최소한 사회의 큰 부담이 되지 않고 개인의 건강이 허락하는 선에서는 어느 정도 경제나 사회 활동을 할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특히 지금처럼 의미없는 노인 공공 일자리 사업 같은 식으로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결국 세금만 쓰면서 아무 효과 없는 정책보다는 노인과 나라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세대 간 갈등이 심각해지고 이들의 갈등과 균열이 사회를 분열시킬 날이 머지 않았다.
드라마에서는 이런 문제를 가볍게 풀어나가고 있으나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가 않다.
특히 외로움이라는 문제는 심각하게 다가온다. 노인들은 병이나 노화보다는 외로움에 더 취약하고 모든 인간들이 그러하다. 이들의 사회 활동은 이러한 외로움을 치유할 수 있다. 자녀가 있거나 없거나 외로움은 모든 인가들에게 다가올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훈훈하다.
잔잔한 재미가 있고 테드 댄슨의 활약을 보는 재미가 큰 드라마 스파이가 된 남자는 비록 판타지스러운 설정 안에서 재미를 부여하고 있으나 자연스럽게 노인들의 외로움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풀어낼 것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는 측면에서 더 흥미롭다.
그나저나 테드 댄슨의 매력은 정말 대단하다.
평점
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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