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선한 구 경장님

 이토록 친절한 구경장

드라마를 볼 당시에는 별로 느끼지 못 했는데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안에는 부패한 경찰이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 사소하게 부정을 저지르는 경찰도 아무도 없다. 오로지 경찰들은 본인의 맡은 바 최선을 다하며 어떻게 하면 더 수사를 정확하고 긴밀하게 할 수 있을지만 고민한다.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주인공 장태수가 가장 개인적인 일로 근본부터 흔들리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딜레마가 너무 거대하다 보니 다른 경찰들까지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걸 용납하기는 어렵다. 보통은 주인공은 정의를 위해 싸우지만 주변에서 부패한 경우 이야기가 벌어지기 마련인데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일단 주인공부터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부패했다고 볼 만하다. 

다들 말로는 공정한 수사와 정의를 외치지만 냉혈한 이라고 볼 수 있을 만큼 자기 일에 철두철미한 장태수 역시 딸 장하빈이 살인 사건에 연루되자 중심을 잃고 과하게 흔들린다. 그래도 결국에는 딸을 믿고 사건을 지혜롭게 해결해 나가지만 여기서 나는 질문을 해보고 싶었다. 과연 딸 장하빈이 실제로 사람을 죽인 거라면 어땠을까. 

만약이라는 질문은 의미가 없지만 한 번 정도는 던지고 싶었다. 

주인공 장태수도 흥미롭지만 개인적으로는 오재원 배우가 맡은 구 경장 역시 흥미로운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태껏 경찰 캐릭터에서 구 경장같은 인물이 있었는지 한 번 생각해 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 보통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경찰 캐릭터들은 완벽주의자 이거나 완벽하게 부패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구 경장은 그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사건 해결의 열쇠를 제공해 주기는 하지만 본인도 형이 경찰의 강압 수사에 자살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용의자에게 감정 이입을 하게 된다. 물론 나중에는 김성희라는 인물에게 놀아 나면서 자신의 알량한 동정심이 얼마나 덧없는지 깨닫게 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구 경장 같은 인물이 한 명 정도는 있어도 되지 않을까. 제 3자의 시각에서 보자면 용의자에게 놀아나고 한심하게 보일 수도 있으나 용의자는 아직 확실하게 가해자가 아닌 만큼 저 정도의 인권은 보장이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 역시 드는 게 사실이다. 우리는 우연한 기회로 누구나 어떠한 사건에서 용의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이 경장은 정석의 경찰이다.

공정하고 기민하고 냉철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이 경장마저 장태수의 딸 장하빈은 확실한 근거 없이 이수현을 죽인 살인자라고 단정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면 정확한 물증 없이 정황 증거만 가지고 왜 누가 봐도 살인자인 사람을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내리지 않냐고 판사를 비난하지만 사안의 중대함을 생각해 본다면 판사의 결정은 오히려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정황 증거만 가지고 애꿎은 사람을 처벌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판사에게는 있고 실제로 그러한 사례가 없는 건 아니기에 확실한 증거가 아니라면 항상 조심해서 판결을 내려야 하는 게 기본 상식이다. 정황 증거만을 가지고 흥분해서 일을 그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연유로 나는 그것이 알고 싶다의 시각을 가끔은 불편하게 바라보는 편이기도 하다. 

구 경장은 친절하며 가해자일 확률이 높은 용의자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로 인해 이용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그렇게 선을 베푼 사람이 김성희 일 수도 있으나 가끔은 구 경장의 자살한 친형일 수도 있지 않은가. 가능성은 놓고 보자면 김성희같은 범죄자일 경우가 더 많긴 하겠지만 만에 하나라는 게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구 경장의 캐릭터는 굉장히 신선했다.

나도 만약 억울하게 수사를 받는다면 구 경장같은 경찰에게 심문을 받고 싶다고 까지 느끼게 되었다. 보다 더 다양한 경찰 캐릭터가 나오고 이 정도로 독특한 등장 인물이 먹히는 거 보면 한국 드라마도 많이 나아갔구나 싶다. 일본이나 중국 드라마가 구태의연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이 한국 드라마는 열악한 외부 환경에서도 천천히 나아가고 있다. 

아마도 지금도 그렇지만 몇 년 안에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드라마를 한국 드라마가 호령하게 되는 날을 보는 것도 머지 않을 듯하다. 지금과 같은 트렌드와 신드롬을 넘어 미국이나 영국 드라마처럼 전세계인이 당연하게 챙겨 보는 게 아마 한국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를 보면서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일본 드라마 무능한 타카노 후기

타카노 만큼이나 무능한 드라마 인기 만화 원작의 드라마 무능한 타카노가 2화까지 넷플릭스에서 공개 되었다.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로 1화만 보자 싶었는데 47분 내외의 1화도 다 보기가 곤혹스러웠을 정도로 재미를 찾기가 어려웠다. 보면서 만화 원작인가 싶었는데 역시나 만화 원작이었다. 일본은 만화를 드라마로 옮기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만화에 충실하다가 드라마 자체의 완성도를 말아 먹는 경우가 정말 많은데 이게 방송사나 PD의 문제라기 보다는 원작자의 입김이 강한 일본 만화 업계의 문제라는 생각도 든다.  일본은 원작자의 힘이 강력한 나라 중 하나이기에 만화의 내용을 하나라도 제외하거나 변경하려고 하는 시도 자체가 거의 불가능해서 우리 나라의 영화 감독 봉준호 조차 일본 유명 만화가의 작품을 영화화하는 걸 포기한 전적이 있을 정도인데 영상과 만화는 다르다는 점을 원작자들이 이해해줄 리가 만무하고 어느 정도 표현의 차이가 있다는 점을 타협하기가 불가능하기에 지금처럼 이도저도 아닌 작품이 나오게 된 게 아닐까 혼자 상상만 해본다. 정확한 건 내부자들만 알 수 있겠지만 말이다. 드라마 무능한 타카노는 시종일관 만화 같은 연출을 보여준다. 캐릭터에 대한 묘사와 대사 그리고 연출까지 만화를 그대로 옮긴 듯한 인상이다. 안 좋은 점이라면 이게 긍정적인 효과를 전혀 불러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캐릭터는 단순하고 이야기 전개도 유아적인 수준이기에 차라리 20분 내외의 시트콤처럼 가볍게 저예산으로 만들었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별 거 없는 이야기를 47분 분량으로 만들다 보니 이야기는 늘어지고 캐릭터의 매력은 사라지고 드라마의 재미도 가라앉는다.  애초에 완성도가 높은 일본 드라마를 찾아보기 힘든 요즘인데 일본 드라마 중에서 볼만한 작품은 방송사 작품이 아니라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 작품이 오히려 많기는 해서 그 괴리가 너무 크기에 이 정도면 방송사 드라마 작품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최근에 보면서 만...

일본 드라마 사자의 은신처 후기

다소 뻔하지만 볼만한 가족 드라마 일본 드라마를 즐겨 보지는 않으나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거나 극본이 좋으면 보는 편인데 디즈니 플러스 드라마 간니발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야기라 유야가 주연을 맡은 금요 드라마 사자의 은신처가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길래 호기심에 감상을 해 보았는데 주말 가족 드라마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스토리 자체가 좀 평이한 편이어서 크게 만족하지는 못 했다고 할 수 있다.  아직 1화 정도만이 공개 되었는데 무언가 전형적인 가족 드라마같은 느낌이 드는 데다가 이야기가 전개 방식도 조금 식상하긴 해서 크게 재미를 느끼지는 못 했다. 거의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며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동생 미치토를 돌보다시피하는 히로토가 결국 라이온을 경찰에 맡기지 못할 거라는 걸 누구나 알 수 있는 부분인데 갑자기 횡단보도에서 포효하며 달려가는 모습은 너무 오버스러워서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유독 일본에서 대안 가족 소재로 드라마나 영화가 많이 나오는 느낌인데 전통적인 가족이 해체 되는 일본 사회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일본은 우리 나라보다 출산율이 훨씬 더디게 무너지고 있는데 문제는 출산율 자체가 아니라 아이를 낳으면 안 되는 환경에서 아이를 낳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학대하거나 방치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나라도 정부나 지방 자치 기관에서 제대로 조사를 하지 않아서 그렇지 생각보다 방치되고 학대 당하는 아이들이 분명히 많을 거라고 생각 한다. 보통 아이들은 목소리를 내기가 힘드니 결국 죽거나 심각한 상태가 되어서야 세상에 알려지고는 하는데 그런 면에서 보자면 우리 나라에서 언론이나 영상 매체에서 가출 팸들의 이야기를 다루지 않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할 만하다.  투표권도 없고 나이도 어려서 존재감이 없는 가출 청소년들에 대해 다룰 때에 항상 범죄 관련 이야기로 들어올 수 밖에 없는데 생각해 보면 이런 청소년들은 피해자가 되거나 범죄에 뛰어 들어 가해자가 되거나 둘 중 하나의 길 밖에 남아...

티빙 드라마 스터디그룹 후기

 픽팍의 드라마 리뷰  티빙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추천 스터디그룹 후기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를 보고 나서  바로 시작하게 된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스터디그룹. 공교롭게도 둘 다 웹툰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그러니  비교를 안 할 수가 없다. 재미 면에서만 본다면 스터디그룹의 압승이다.  다소 거친 느낌이 드는 작품이긴 하지만 이런 게 바로 오리지널의 맛이 아니겠나. 수위나 소재를 생각한다면 전파를 타기 힘들어 보이긴 하는데 원래 티빙 오리지널 작품들은 공개 이후 TVN에서 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아마도 어느 정도 편집 과정을 거친 이후에 방송을 타게 될 거 같기는 하다. 전혀  잔인한 소재라는 생각이 안 들긴 했는데 대사에 ㅅㅂ이 정말 많이 나오는 데다가 폭력 수위가 상당해서 아이들이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재미있다.  아주 잘 만들고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는 생각은 사실 안 드는데 원초적인 재미를 제공해 준다. 특히 주인공 윤가민의 독특한 캐릭터가 주는 카타르시스가 상당하다. 중증외상센터에서 주지훈에게 거의 무매력을 느끼고 나서 이 드라마를 보니 황민현이 연기를 이렇게 잘했나 싶기도 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황민현은 연기력이 좋다기 보다는 캐릭터에 찰떡인 느낌이기도 하다. 배우 자체가 윤가민 이라는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 그런 시너지 효과도 절대 무시하지 못 한다. 마치 응답하라 1988에서 혜리와 덕선의 캐릭터가 거의 동일 인물인 것처럼 보인 것도 이와 비슷한 이치라고 하겠다.  개인적으로 황민현의 연기력이 아주 좋다고 보긴 어려우나 감독의 연출 스타일이 연기력을 커버해 주기에 크게 신경이 쓰이진 않는다. 뭐 막말로 황민현이 연기를 잘 한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 게 문제라면 문제인데 드라마가 워낙 호흡이 빠르고 거칠어서 크게 무리가 없다.  어찌 보면 연출이 모든 걸 보완해주는 구조다.  이장훈 감독의 연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