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수작
BL 드라마를 많이 보면서 느낀 건데 확실히 제작비가 넉넉하지는 않은가 보다.평균 제작비 단가를 알기 어려우나 아마 우리가 흔히 보던 일일 드라마보다도 제작비가 더 낮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방송을 타거나 거대 OTT에서 공개되는 일은 많지 않고 먼저 전문 플랫폼에서 공개되고 나서 이후에 전체 회차가 티빙이나 웨이브를 통해 공개되는 일이 잦다.
드라마 태권도의 저주를 풀어줘 역시 헤븐리에서 먼저 공개되고 나서 티빙을 통해 2회차씩 매주 금요일 공개되는 것으로 보인다. 공개되자마자 호평을 받은 드라마로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감상했는데 아주 완성도가 높지는 않으나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임에는 틀림 없다.
완성도가 높지 않은 건 작가나 감독의 역량 부족이라거나 배우들이 연기를 못 해서 라기 보다는 단순하게 제작비가 없어서 그러하다.
단순히 재미있는 글을 쓰는 건 돈이 많이 들어가지 않고 재능만 있으면 되지만 그림으로 옮기고 이걸 영상화하는 작업은 어느 정도 자본력이 필요하다. 특히 드라마는 작가만이 아니라 감독과 제작진 게다가 배우까지 다 투입되어야 하는 말 그대로 종합 예술이다. 초기 세팅이 중요한 만큼 돈의 여부는 상당히 핵심 역할을 한다.
크게 흥행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보니 많은 돈이 몰리지 않고 그로 인해 좋은 인력이 모이기 어렵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괜찮은 작품이 나오는 거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그만큼 한국은 인재는 많은데 여건이 제대로 뒷받침을 못 받는 환경이라고나 할까.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OTT 마저 없었다면 한국 드라마 시장은 아예 망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욕심이긴 하지만 글로벌 OTT가 조금 욕심을 내서 제대로 된 자본과 인력으로 멋들어진 BL 드라마 하나 정도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긴 한데 과연 이루어질지는 의문이다. 은근히 전세계 소비층이 두터운 소재여서 제대로만 만들면 신드롬을 일으킬 수도 있을 듯하다. 우리 나라는 연기 잘하고 외모도 괜찮은 젊은 남자 배우들이 많아서 시도만 제대로 해보면 분명 괜찮을 텐데 말이다.
드라마 태권도의 저주를 풀어줘 역시 제작비만 제대로 넣었다면 분명 완성도가 높았을 거 같아서 아쉽기는 하다. 소재도 괜찮고 연출도 나쁘지 않은데 배우들의 매력도 준수하고 일단 두 배우간의 케미가 무척이나 좋아서 다른 모든 거슬리는 요소들이 다 사라지는 마법같은 일이 벌어질 정도이니 말이다.
이런 거 보면 확실히 저예산 BL 드라마는 무조건 주인공들의 케미가 재미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아무리 이야기가 재미있고 캐릭터가 매력적이어도 둘이 붙었을 때 화확 작용이 없으면 그렇게 지루할 수가 없다. 애초에 사랑 이야기이니 만큼 배우들이 실제 케미가 일어나야 하는데 도희와 주영 역할을 맡은 배우 김누림과 이선의 케미가 좋아서 흐뭇하게 보게 된다.
게다가 연기도 잘 한다.
보통 발연기 파티임에도 이 정도 연기력이면 나쁘지 않고 서브 남주 같은 현호 역할의 장연우 역시 연기나 존재감이 괜찮아서 의외의 놀라움을 선사한다. 다른 조연이나 엑스트라급의 배우들의 발성이나 연기도 나쁘지 않다. 황다슬 감독의 역량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하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아직 2화까지 밖에 공개가 되지 않아 결말을 알기는 어렵지만 매주 금요일마다 계속 챙겨보게 될 듯하다. 그런데 다소 아쉬운 점이라면 음향 문제 때문에 배우들의 목소리가 잘 안 들려서 자막 버전을 조금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한국 드라마는 음향 문제가 고질병이어서 자막이 필수인데 이런 부분은 확실히 아쉽다.
평점
3.5/5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