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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드라마 투명한 우리들 후기

 이야기는 좋으나 연출과 편집이 아쉬운

일본 드라마는 아무래도 인구가 많다 보니 저렴한 제작비로 많은 작품이 나오는 편이다.

국내에 다 소개되지 않는 드라마까지 합한다면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숫자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나 국내에서는 아직 자리잡지 않은 25분 내외의 드라마까지 합한다면 얼마나 많은 드라마가 매년 만들어지는 신기할 정도다. 국내도 드라마 왕국이라고 불릴 만큼 드라마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으나 일본은 일단 내수가 1억이 넘다 보니 국내와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생각보다 다양한 이야기와 소재를 가지고 드라마로 만들기로 유명한 일본인데 그래서 그런지 대중적인 인기를 대놓고 겨냥하지 않고 만들어지는 드라마도 많은 편이다. 이번에 넷플릭스에서 공개가 된 드라마 투명한 우리들 역시 그러한데 고등학교 졸업한 5명의 인물들을 통해서 일본의 젊은 층들이 느끼는 정서와 한계에 대해서 나름 투명하게 다루고 있다.

이런 비슷한 일본 드라마가 정말 많은 편인데 그래서 그런지 조금 뻔한 전개이긴 하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찬란하게 빛나던 인물들이 성인이 되면서 얼마나 그 색이 바래지는지가 주요 소재인데 이런 드라마가 일본에서는 생각보다 더 차고 넘치는데 나는 보면서 다른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리 나라는 고등학교 시절에도 저렇게 자유 분방하게 자신이 하고 싶어 하면서 사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저 좌절감을 성인 시기에 느낄 수 있는 건 어찌 보면 복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나라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대학교에 가기 위한 입시가 인생의 모든 것이라고 여겨질 정도인데 그러다 보니 중학교는 물론 고등학교 역시 대학 입시에 올인되어 있고 아이들의 상상력이나 꿈을 이야기하는 건 그야말로 어이없는 일이 되었다.

어찌 보면 학창 시절 만이라도 일본처럼 투명하게 보여지는 게 당연한 건데 한국은 얼마나 잘못된 사회인지가 교육 시스템만 봐도 알 수 있다. 누군가 그러지 않았는가. 한국은 학구열이 높은 나라가 아니라 입시열이 높은 나라라고 말이다. 그러다 보니 나라의 발전은 안 되고 소수의 학원만 발전하는 거 아니겠나.

조금 웃긴 이야기지만 나는 드라마 투명한 우리들 보면서 그래도 고등학교 시절이라도 재미있게 지낼 수 있는 일본 학생들이 부럽게 여겨지기까지 했다. 

뭐 이런 이야기는 우울하니 그만두도록 하고 드라마 이야기를 한 번 해보면. 

뻔하긴 하지만 일본의 젊은 세대들이 얼마나 암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누군가는 대박이 나서 소위 말해 멋진 삶을 살고 있으나 모두가 자신이 꿈꾸던 일과는 거리가 먼 일상을 영위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체면 혹은 자존심 때문에 아무도 진실을 말하지는 않으나 삶의 무게는 여전히 깊게 가라앉는다.

나름의 의미로 찬란했던 고등학교 시절은 이미 꿈이 된 지 오래다. 

일본도 통계적으로 보면 젊은 층들이 돈을 벌지 못하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부모 세대 보다 가난한 세대인데 우리 나라도 이건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유일하게 다른 점이라면 바로 시차라고 할 수 있다. 10년에서 20년이 지나면 우리나라도 일본과 비슷한 사회 문화를 경험한다.

아마 10년 정도 뒤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비슷한 정서를 가진 드라마가 많이 나올테다. 일본 드라마를 보면 얼굴과 몸매가 반반한 20대 여성이 술집에서 일하는 캐릭터가 정말 많은데 이게 자극적인 재미를 위해 일부러 넣는다기 보다는 실제로 그런 업종에 종사하는 여성이 많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는 게 더 맞아 떨어진다.

우리 나라 역시 젊은 여성들이 유흥업에 종사를 어느 정도 하고 있으나 드라마 안에서는 그러한 캐릭터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는데 이런 거 보면 그나마 일본은 나름의 현실을 인정하려는 노력이라도 하는 듯하고 우리 나라는 수면 위로 드러날 때까지 눈가리고 아웅을 하려는 것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조금은 우울하긴 하지만 그래도 일본 드라마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경우가 정말 많다. 더 이상의 판타지도 통하지 않는 게 바로 일본 시청자들이기 때문이다. 재벌 남친이나 여친을 만나서 인생이 피는 이야기는 다소 흥미롭긴 하지만 그만큼 허무하기도 해서 몰입을 못 하는 거 아닐까. 

하지만 역시나 우울하긴 하다.

현실이 시궁창인데 드라마에서까지 거울을 보는 것처럼 적나라한 이야기를 다루면 보다가도 우울증이 걸릴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투명한 우리들 역시 비슷한 지점이 있다. 그리고 이렇게 우울한 드라마를 만들려면 완성도라도 높여야 하는데 제작비가 부족한 건지 감독의 능력 부족인지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드라마가 나왔다. 

평점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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