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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게라 자매의 전쟁 후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멕시코 막장 드라마 

넷플릭스 덕분에 멕시코 드라마까지 챙겨 보게 된 나인데 인정하기는 싫으나 확실히 재미가 있기는 하다. 

드라마는 재미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는 편이기에 막장 드라마의 자극적인 재미에 녹아 버리는 게 현실이긴 하지만 보면서 개운하지가 않은 것 역시 사실이다. 재미가 있기는 한데 완성도나 작품성 그리고 개연성이 거의 없는 수준이어서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같은 언어권임에도 불구하고 스페인과 멕시코의 드라마는 정서 자체가 아예 다른 수준인데 멕시코가 훨씬 더 막장스러운 편이다. 

국내에서는 당연히 거의 화제가 안 되겠지만 라틴 문화권의 인구가 생각보다 많기 때문에 넷플릭스 글로벌 성적을 보면 국내에서는 아무도 모르는 멕시코나 남미 드라마들이 상위권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정서가 이렇게나 다르다 보니 당연한 결과이긴 한데 나라마다 문화 차이가 이렇게나 나는 게 신기할 정도다. 그런 의미에서 전세계적으로 심지어 인도에서조차 인기를 얻은 오징어 게임이 얼마나 대단한 공통 정서를 건드린 건지를 생각해 보면 다시 한 번 소름이 돋는다.

분명 재미는 있는데 대한민국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납득하기 힘든 장면이 한 회차에도 여러 번 나온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이걸 보면서 멕시코 사람들은 별 감흥없이 넘어간다는 이야기 아닌가. 그러면 내가 이상한 거지 드라마가 이상한 게 아니라 멕시코 사람들에게는 이게 상식이나 기준일 수도 있겠다 싶다. 

남편과 바람을 핀 여동생을 남편과 강제로 성관계를 맺게 만들어서 딸을 얻는다는 초기 설정도 경악스러운데 자신의 친 딸을 구하기 위해 감옥에 들어간 모녀를 구하기 위해 무모한 탈출 방법을 쓰는 경찰 역시 당황스럽기는 매한가지다. 한국에서라면 그 어느 설정이라도 드라마나 영화에서 사용했을 경우 욕이란 욕을 다 먹었을 설정들이 한 회차에도 여러 번 나온다.

초반부터 상상조차 하기 힘든 혀를 내두를 정도의 막장 설정들이 난무하는 마당에 이런 저런 이견을 댈 시간도 없다. 전개 속도가 굉장히 빨라서 다른 드라마였다면 5회차에 할 이야기를 1회차 중반부에 다 해 버리고 있다. 인물들의 감정선도 이해하기 힘들고 아니 따라가기조차 버겁고 너무나 많은 일들이 그리고 상식적이지 않을 일들이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걸 무력하게 지켜 봐야 하지만 신기한 건 이게 또 재미있다는 점이다. 

그래 재미는 있다. 

아무 생각없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안드로메다로 가 있지만 그런대로 재미있고 또 그런대로 납득이 간다. 한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거라면 납득하기 어렵지만 멕시코라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멕시코를 무시하고 말고 할 게 아니라 저런 일을 드라마로 봐도 멕시코 사람들은 별달리 이상하게 느끼지 않는다는 말 아닐까. 내가 멕시코 문화를 잘은 모르지만 드라마만 봐도 일반 시민들 역시 막장 상황에 노출되는 일이 적지 않다 보니 드라마 역시 이런 시대상을 반영하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제목 그대로 자매의 전쟁을 다루는데 아무리 자신의 남편과 바람을 폈다고는 하지만 여동생을 강간하게 만들고 그렇게 어렵게 구한 딸을 또 4살이 되자마자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와 자신의 친 여동생을 닮았다는 이유로 고아원에 버린다는 막장 전개에 머리가 지끈 거릴 정도다. 상식적으로 친 엄마가 여동생인데 딸이 여동생을 닮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 아니던가. 

이야기의 전개 속도가 굉장히 빠르지만 빈틈은 항상 있기에 조금만 멈추고 생각해 보면 말이 안 되는 설정이나 전개가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런 걸 지적하라고 만든 드라마가 아니기에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저 게라 자매의 전쟁에만 집중하면 된다. 기본적으로 복수극이긴 한데 피해자 라고 할 수 있는 여동생 입장에서도 남편과 바람을 핀 건 맞으니 누구를 응원하기가 참 애매하다. 

보통은 여동생을 응원하겠지만. 

자신이 낳은 딸이 실제로 죽었는지 살았는지 정도는 알아볼 정보력은 분명히 되었을 텐데 그 오랜 세월 동안 생사조차 몰랐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으며 갑자기 각성해서 복수를 시작하는 부분도 잘 이해가 가질 않았다. 이미 강간 당한 순간부터 복수를 기획했어야 하지 않나. 아니면 자신의 딸을 데리고 간 순간부터 그도 아니라면 딸이 죽었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모든 복수를 계획했다고 해도 모자르지 않는데 마치 딸이 성인이 되기까지 기다렸다는 듯이 딸과 조우하는 순간 복수를 기획하는 게 너무 드라마틱하다. 

자세하게 들여다 보면 빈틈이 너무 많아서 바람 새는 소리가 들릴 정도이지만 대충 휘뚜루 마뚜루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실실 웃으면서 보게 되는 마성의 드라마다. 멕시코 드라마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상식을 가볍게 무너뜨리고 즈려 밟고 힘차게 나아간다. 그래서 재미있고 또 그래서 소름돋는다. 

다른 거 떠나서 일단 재미는 있다. 

누가 이겨도 상관없을 정도로.

평점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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