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팬들의 극성
일본 실사화 영화나 드라마가 망하는 이유를 여러 가지 들 수 있겠지만 나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너무 원작 만화와 동일하게 가려고 하면서 생기는 괴리라고 생각한다. 일본은 원작에 대한 권리가 강한 나라인 터라 원작자의 동의 없이는 함부로 원작을 훼손할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영상화 하면서 굳이 필요 없는 캐릭터나 장면 그리고 사건까지 다 영상화를 하면서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정말 많다.일본에는 훌륭한 만화들이 많으니 괜찮은 실사화는 없는 게 바로 그런 연유다.
과거 봉준호 감독이 유명한 일본 만화를 영화로 만들려고 실제로 시도했던 적이 있었다. 실제로 원작 만화 작가 역시 본인의 작품을 영상화 해줄 인물로 봉준호 감독을 원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 프로젝트는 좌초되었다. 가장 큰 이유로 봉준호 감독은 원작을 영상에 맞게 각색을 하고 싶어 했으나 원작자는 조금의 변화도 원하지 않았다.
원작자의 마음도 그리고 감독의 의도도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본질적으로 보자면 영상 작업물은 만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일본 드라마를 보면 만화를 원작으로 한 경우를 정말 많이 보는데 거의 대부분은 실패작인 경우가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원작자의 입김이 너무 강하면 영상물 자체가 우스워진다. 그저 원작 팬들인 오타쿠만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일반 관객들까지 끌어 들이지는 못 한다.
나는 어느 정도의 각색은 무조건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드라마 정년이 역시 초반부터 몇몇 캐릭터가 제외되면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나는 원작 웹툰을 본 적이 없고 드라마 정년이만 보았는데 드라마만 보자면 최근 들어 나온 가장 걸작 드라마라고 칭하고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오히려 생각만큼 화제가 되지 않아서 의아할 뿐이다.
하지만 원작을 훼손했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해서 기함을 하고 말았다.
아마 이런 연유로 일본에서도 원작에 대한 훼손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려하는 것일테고 일리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영상물은 만화보다 더 많은 자본과 인력이 투입되는 만큼 모두가 봐야 하는 점을 생각해 봐야 한다. 소수 만을 위해서 만들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굳이 영상물로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솔직히 주란이 캐릭터 자체도 지금 대한민국 사람들이 받아 들이기에는 레즈비언 코드가 조금 심하게 들어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원작 팬들은 주란이와 정년이의 키스신을 삭제했다고 난리가 났다. 오히려 나는 키스신이 나왔다면 드라마로 성공은 하기 힘들었을 거라고 본다. 이 정도로 마무리하는 게 가장 적당해 보인다.
가끔 보면 온라인에서 화를 풀고 다니는 사람들은 현실 생활을 해보는 건지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생각을 듣고 있는 건지 궁금할 따름이다. 온라인 에서는 화제가 되었던 티빙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은 냉정히 말해 트위터와 온라인 에서만 화제가 되었을 뿐 티빙 드라마 순위 5위권이 최고 였다는 걸 생각해 보자면 상업적으로는 실패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국민 정서라는 게 있다.
이게 옳다 그르다는 말이 아니라 그 시대가 받아 들일 수 있을 만한 수준이라는 게 있는데 무조건 들이민다고 사람들이 동성애가 인간의 본성이다라고 받아 들이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미국 역시 트랜스젠더까지 여자 화장실 사용을 허락하고 여자 탈의실을 허하면서 많은 문제가 되었다.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어 사람들의 인식은 달라지고 있으나 급진적인 민주당의 정책으로 인해 일부 사람들은 이에 질리고 말았다.
사람들이 받아 들이기 힘든 시기에 강하게 밀어 붙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 마련이다. 오히려 정년이 정도면 여자들간의 사랑에 대해서 어른들 역시 받아 들일 수 있을 만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여기서 더 나갔다면 돌연히 역효과를 불러 일으켰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다.
게다가 이들의 비판하는 걸 보면 굉장히 세세한 지점이다.
이야기의 핵심 자체는 이런 부수적인 문제에 집중조차 하고 있지 않은데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게 나무라는 꼴이랄까. 히스테리적으로 드라마 정년이가 원작을 훼손했다고 혼자 흥분해서 소리를 지르고 있는 꼴이다.
드라마를 제대로 보기나 한걸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드라마는 만화와 동일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시대와 상황에 맞게 어느 정도 각색이 필요하다. 아예 다른 이야기가 나오더라도 원작자가 만족한다면 크게 상관없는 일이다. 웹툰 정년이 작가들은 드라마에 대한 만족감을 여러 인터뷰에서 표현한 적이 있다.
원작자도 가만히 있는 마당에 극성팬들이 난리치는 걸 이해하기 힘들다.
드라마 정년이를 비판하기 전에 우리 사회가 꽉 막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고 거기에 대해서 어떻게 해결할 지에 대해서 고민해 보는 게 더 빠른 길일 테다. 드라마 하나 비판하는 건 쉽지만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건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기에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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