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린 역작
언제인가 부터 여성 pd들의 활약이 많이 들려오고 있다.정년이를 연출하고 있는 정지인 pd 도 그렇고 이번에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를 연출한 송연화 pd 역시 앞으로의 미래가 대단히 기대가 되는 감독이다. 드라마를 어느 정도 본 사람이라면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이하 이친자) 1화를 보고 바로 알 수 있었을 거다. 또 다른 명감독이 탄생했다는 걸 말이다.
이친자는 각본도 훌륭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연출도 대단히 놀라운 작품이다.
한석규과 왜 신인 작가와 감독의 작품에 출연하게 되었는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생각해 보면 우리 나라에서 여성 pd들이 두각을 나타낸 건 그다지 오래되지는 않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여성들이 능력이 없어서라기 보다는 그동안 시청자들은 몰랐거나 외면해 왔지만 드라마 pd 시장이 지독할 정도로 남성 천하였기 때문이다.
알게 모르게 차별이 정말 많았을 테고 여성들은 아마 기회조차 잡지 못했을 거라고 어렵지 않게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여성들은 주로 작가 라인업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우리 나라의 유명 드라마 작가들이 전부 다 여성인 건 바로 그런 이유도 한몫 단단히 했을 거라고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애초에 능력 없는 남성들이 만든 드라마보다는 드라마도 흥행과 성공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이다 보니 성별을 넘어 제대로 된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여성이나 남성이나 차별이 없게 되었다.
물론 지금도 은은한 차별이 어디에선가는 존재하겠지만 말이다.
흑백요리사에 나와 우리 나라 중식 1인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정지선 여성 셰프 역시 아무도 자신을 여성이라는 이유로 채용해 주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털어 놓기도 했다. 여성들은 우리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거의 모든 곳에서 차별을 받고 있는 게 바로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최근 드라마 정년이와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를 보면서 그 동안 능력있는 여성 pd들이 과거부터 얼마나 많이 먼지가 되어 사라졌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능력은 충분하지만 방송사나 제작사에서 기회를 제대로 주지 않아서 능력 발휘를 해보지도 못한채 사그라든 천재들이 얼마나 많았을지 보지도 못한 일이지만 눈에 선히 그려진다.
송연화 pd 역시 신입 피디로 아마도 드라마 성공에 대한 책임감을 막대하게 느꼈을 게 뻔하다. 그 부담감은 아마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을 거다. 하지만 아무 정보 없이 보면 그 누구도 신인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의 대단한 연출력이다. 드라마 후기도 보면 올해의 드라마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 아마 한국 드라마 역사에서 항상 회자가 될 정도의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며 이친자가 그 정도의 평가를 받는 데에는 송연화 pd의 지분도 상당하다고 확신할 수 있다.
각본도 물론 훌륭했지만 이 대단한 각본을 한 차원 더 높은 곳으로 끌어 올린 건 바로 감독이다.
드라마이긴 하지만 거의 영화와 같은 퀄리티라서 나중에 이 분이 영화를 연출하는 것도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다. 배우 한석규를 제외하면 초반 화제성 몰이를 하기 힘들었으나 오로지 작품성으로만 승부를 걸었고 마지막회 시청률은 9%를 돌파하며 역시 재미있는 드라마는 반드시 성공한다는 법칙을 다시 한 번 증명해 내었다.
특히 이런 어두운 범죄 미스터리 드라마가 이 정도로 대단한 흥행 몰이를 하기 힘든 게 한국 드라마의 현실인데 이런 척박한 곳에서 이 정도의 대단한 작품이라니 그저 감탄만 나온다.
정지인 pd에 이어 또 다른 천재 여성 pd의 탄생을 목도하는 지금이 너무나 흥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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