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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머더 개비 페티토 살인 사건 리뷰

 픽팍의 시선 

넷플릭스 오리지널 미국 범죄 다큐멘터리 시리즈 추천 

아메리칸 머더 개비 페티토 살인 사건 후기 결말 

명석하고 착한 여성이 피해자가 되는 세상 


개비와 브라이언

누가 봐도 세기의 커플처럼 그리고 선남선녀 커플처럼 보이지만

이들은 비극의 소용돌이에서 결국에는 벗어나지 못 하고 말았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나 나는 결국 둘이 다 죽음을 맞이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개비가 죽은 건 확실해 보이는데 브라이언은 어떻게 되었을지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조금 의문이었다. 하지만 중반부를 넘어가자 나는 왜인지 브라이언도 죽었을 확률이 다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나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20대 초반의 커플인 개비와 브라이언은 친구들의 모임에서 만나 사랑을 키우고 약혼까지 하게 되었다. 뉴욕주에서 살던 개비는 브라이언의 가족이 있는 플로리다로 내려가서 살기로 결심한다. 연고지도 아닌 데다가 지인 한 명 없지만 오직 브라이언 하나 믿고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선택한 거다. 

한 마디로 시댁 식구들과의 불편한 동거를 너무나 어린 나이에 시작하게 된 거였는데 아무리 브라이언을 사랑한다고 하지만 난생 처음 맞이하는 새로운 가족들과 같이 사는 건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플로리다의 이주 역시 개비의 뜻이라기 보다는 브라이언의 입김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는 걸 생각해 보면 왜 그 전에 부모가 더 적극적으로 이 일에 관여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들긴 한다. 

더 소름끼치는 건 브라이언보다 아들 브라이언을 대하는 엄마의 태도였다. 

브라이언 엄마는 누가 봐도 브라이언을 아들 이상으로 대하고 있었고 개비와 브라이언이 단둘이 무언가를 하는 거에 대해서 질투를 느끼고 있었고 이를 숨길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러한 질투가 일상 생활에서 표현되었고 식사 시간에 아무도 자신의 요리를 칭찬하지 않자 폭발하는 지경에 이른다.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지나치게 아들을 보호하려고 하는 엄마라기 보다는 아들과 성관계를 가지고 싶어하는 뒤틀린 엄마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자신이 소유하던 어린 아들이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젊은 여성과 집으로 들어오자 질투가 극에 달했던 거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진 않았으나 아들에 대해서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엄마들은 굉장히 많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친부가 딸을 성폭행하는 일이 사회 면에서 그렇게나 자주 나오는 건 다 이유가 있는 거다. 물론 아버지와 어머니는 조금 경우가 다르긴 하다.

아버지의 경우 딸을 범하는 목적이 육체적인 욕망인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지만 어머니의 경우 남편으로부터 받지 못한 사랑을 아들에게 투영하여 심각한 편집증과 집착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브라이언의 엄마는 정확히 그런 경우였고 아마 그러한 연유로 개비와 브라이언 모두 브라이언의 집에서 잘 버티지 못 하고 둘은 자그마한 밴을 하나 사서 여행을 떠나기에 이른다.

개비에게는 다 계획이 있었다. 

카메라 장비를 여러 개 사서 자신들이 여행하는 모습을 브이로그로 담으면 분명히 돈을 벌고 수익화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을 테다. 사실 개비 자체로만 보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 였다. 아름답고 매력적이고 밴을 타고 미국의 척박한 지역을 여행하면 분명 언젠가는 인플루언서로 살아갈 수도 있었을 거라는 걸 쉽게 짐작해 볼 수 있다. 일단 인플루언서가 되려면 외모가 기본 조건이긴 한데 개비는 누가 봐도 매력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브라이언은 외모 자체도 호감형이 아닌 데다가 열등감이 심한 편이기에 여행을 시작하면서 개비와 다투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다큐멘터리는 자료 부족으로 브라이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전혀 다루지 못 하고 있는데 아마 브라이언의 가족은 물론이고 친구나 지인들까지 다큐멘터리 제작에 도움을 주지 않았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나마 브라이언과 개비 둘 다와 친했던 친구 한 명이 용기있게 인터뷰를 해주고 있는데 아쉽게도 브라이언의 고향 친구들이나 가까운 지인들은 한 명도 안 나와서 정확히 브라이언이 어떻게 자라왔고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았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가해자에 대해서 자세히 다루지 않은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브라이언이라는 사람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가 조금 궁금하긴 했다.

그래서 여기서부터는 전부 다 나의 예측이라고 보면 된다. 

일단 브라이언은 사교적인 성격은 아니었고 소유욕이나 집착이 굉장히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것만 보면 자신의 친 엄마와 굉장히 비슷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모르긴 몰라도 브라이언은 엄마와 애증의 관계를 형성했을지도 모른다. 아마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은 브라이언이 원하는 건 뭐든지 다 들어 주었을 가능성이 높다. 친누나와 10살이나 차이가 나는 거 보면 귀하게 얻은 막내 아들이었고 막내였으니 집안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라이언은 성인이 되고 나서 대학교를 가지 않았다. 처음에는 집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는데 브라이언의 변호사 비로 수천만원의 현금을 바로 입금한 걸 보면 집안의 사정도 생각보다 넉넉했던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은 당장 수백 만원 쓸 수 있는 현금도 잘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수천만원을 일시불로 변호사에게 쏴준다는 건 그만큼 재력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내 생각이긴 하지만 브라이언은 이렇게 전폭적인 집안 환경에 신물을 느낀 게 아닐까 싶다. 브라이언 부모의 태도를 보면 굉장히 강압적인 걸 알 수 있는데 저런 부모라면 분명 브라이언이 어릴 때부터 자신들이 원하는대로 통제하면서 양육을 했을 거라는 걸 짐작해 볼 수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브라이언이 가야 할 대학교나 진로에 대해서도 부모가 먼저 다 정했을 거다. 아마 이러한 현실에 답답함을 느낀 브라이언은 어린 나이에 집을 떠나게 되었고 뉴욕주에서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진 개비와 함께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아무래도 부모님이 전부 다 해주시다 보니 본인이 혼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걸 알았을 테고 개비는 여행을 위해서 일을 하며 자금을 모았으나 브라이언은 부모님이 주는 돈으로 생활을 했을 거라고 예상해 볼 수 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브라이언이 대체 무슨 일을 하며 먹고 살았는지 알기 어렵지만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당연한 수순으로 개비의 일거수 일투족에 대해서 간섭을 하기에 이르고 개비가 여자인 친구를 만나는 것도 통제하려고 한다. 

이들이 주고 받은 문자를 보면 브라이언의 찌질함이 극에 달하는 과정을 볼 수 있는데 개비가 사람에 대한 경험이 많고 위험 신호에 대해서 더 예민하게 반응했다면 이 단계에서 브라이언을 떠나는 게 가장 바람직했다. 하지만 개비도 너무 나이가 어렸고 브라이언에 대한 사랑으로 인해 이 관계를 저버릴 수 없었다. 

과거 대학생 시절 심리학 교양 수업을 들으면서 가장 안타까운 게 바로 이런 경우다. 

명석하고 누가 봐도 좋은 직업을 가진 여자들이 누가 봐도 볼품없고 한심한 남자들과 사랑에 빠지는 일이 유독 잦다고 심리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교수님이 말씀하신 적이 있다. 심지어 이렇게 능력있고 멋진 여성들이 유부남과 사랑에 빠지는 일도 잦다고 한다. 해당 여성들이 자존감이 낮아서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나는 그 자존감도 사회의 강요에 의해서 낮아졌다고 보는 사람 중 하나다. 

일단 우리 나라 만이 아니라 미국도 여성의 희생을 강요한다. 여성의 사회 진출은 막지 않으나 고된 노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거의 모든 집안일과 육아는 여성의 차지가 된다. 그리고 이게 자연스러운 흐름이 된 게 가장 큰 문제다. 우리 나라에서 결혼을 강조하는 어른들의 말을 들어 보아도 남자는 결혼을 해야 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 근거는 누군가 챙겨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의미인데 여자들은 그렇게 생각하면 결혼을 안 해야 되는 거 아닌가.

누군가가 낳은 아들을 챙겨줄 목적으로 남자에게 결혼을 권고한다는 거 자체가 사실은 굉장히 불공평하다는 걸 사람들은 애써 무시하고 있다. 개비와 브라이언의 관계만 봐도 개비는 아마도 거의 모든 잡일을 도맡아서 했을테고 여행을 하면서 돈을 벌기 위해 브이로그를 촬영하는 일도 모두 다 개비의 몫이었다. 현대의 능력있는 여성이 처한 현실을 모두 보여주고 있는데 브라이언은 소극적인 성격인 데다가 개비가 하는 일에 토를 달기만 할 뿐 현실적인 대안을 전혀 제시해 주지 않는다.

아마 브라이언은 이 여행이 망해도 돌아갈 부모님 집이 있다고 생각할 있다. 실제로 그 동안 항상 그래왔고 브라이언 사후에 밝혀진 소름 끼치는 엄마의 편지를 보면 이러한 나의 상상은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브라이언의 엄마는 읽자마자 태워 버리라고 언급한 편지에서 브라이언이 무슨 짓을 해도 사랑할 것이며 같이 삽을 들고 시체를 묻을 거라는 끔찍한 고백을 하기도 했다. 

보통 부모님들은 자식이 원하는 모든 걸 해주는 게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보면 그건 아예 틀린 말이고 결론적으로 보면 자식의 인생을 망치는 지름길은 바로 자식이 원하는 모든 걸 해주는 거라고 볼 수 있다. 모든 아이들이 그렇게 자라는 건 아니지만 자신이 원하는 걸 자신이 한 번도 노력하지 않고 얻은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본인의 힘으로 무언가를 하며 얻은 성취의 경험이 없기에 자신이 원하는 걸 얻지 못하거나 어떻게 얻어야 하는지 그 과정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 

브라이언의 경우만 봐도 어찌 저찌 개비의 사랑을 얻게 되었다. 

그런 개비가 너무 사랑스럽고 소유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제대로 된 사랑을 해 본 적이 없던 브라이언은 개비를 자신의 소유물로 인식한다. 아마 사람과 제대로 된 관계를 경험해 보지 못하였던 데다가 브라이언과 부모님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브라이언이 개비와의 관계에서 처음부터 삐걱거린 게 충분히 이해가 간다. 

사람과의 관계는 생애 최초 부모와의 관계로부터 시작하는데 처음부터 부모와의 관계가 잘못되었다 보니 브라이언은 아마 교우 관계도 그리 좋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자란 브라이언은 우연한 기회로 개비를 만나게 되었고 개비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건강한 방식으로 교류했을 가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 

그 동안 부모님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해도 다 받아 주고 용서해주고 이야기를 들어 주었는데 개비와 부모님은 다르다는 사실을 이전에 브라이언은 전혀 알지 못 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지 않고 심지어 자신의 목소리를 소리 높여 내는 개비를 대하면서 브라이언은 인내심의 한계를 경험했을 거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둘이서 대화하고 싸우면서 풀어 나갔을 일도 브라이언은 적절하게 대처할 줄 몰랐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아마 처음에는 소리를 지르고 말로 협박하는 단계로 시작했을 거다. 

그리고 이내 가볍게 물리적인 폭력을 가했을 거다.

종국에는 사람들이 다 보는 공간에서도 개비를 폭행한 걸 보면 아마 보지 않는 곳에서는 더 심한 물리적인 공격을 가했을 게 불보듯 뻔하다. 안타깝지만 이런 남자들은 대부분 여성을 죽이는 결말로 끝을 맺는다. 운이 좋으면 그 남자가 죽거나 경찰에 걸려서 감옥에 가는 결말이 될 수도 있지만 개비의 사례를 보면 굉장히 희박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관계에서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건 항상 여성이다. 

나를 포함해 모든 사람들이 어이없어 하는 장면 중 하나는 경찰의 바디캠에 찍힌 영상 자료였다. 당시 여행을 하던 중 가정 폭력으로 신고를 받아 경찰과 보안관이 개비와 브라이언의 밴을 세워서 조사를 진행했다. 신고 내용은 분명 남자인 브라이언이 여자인 개비를 폭행한다는 이야기 였는데 영상을 보면 보안관이나 경찰이나 브라이언을 피해자로 대하고 있다.

심지어 브라이언에게는 무료로 호텔 방을 제공해주고 개비는 유료 샤워 시설에 가서 샤워를 하며 진정하라고 보내 버린다. 이런 가정 폭력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전문가들조차 개비와 브라이언의 위험 신호를 전혀 읽어내지 못 하는 거 보면서 좌절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도저히 통제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남자와 여자는 물리적인 힘의 차이가 존재하는데 브라이언이 조금 긁힌 거 가지고 개비를 가해자 취급하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 개비의 몸에도 상처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일을 이렇게 처리하는 경찰을 보면서 이러니 여자들이 실시간으로 죽어 나가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개비와 브라이언의 상태는 전문가가 아니면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하기 어렵긴 해서 무조건적으로 관계자들을 비난하기는 어려우나 이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그 자체로 화가 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그렇게 개비는 브라이언에게 죽임을 당한다.

아무도 도와 주지 않을 외딴 곳에서 말이다. 브라이언은 죽으면서 남긴 유서에다가는 개비가 몸이 안 좋아서 자신을 죽여 달라고 했다고 말도 안 되는 자백을 가장한 소설을 썼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내용인 터라 이런 말 하면 안 되지만 이 인간은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았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만약 살아서 재판을 받아야 했다면 자신의 죄를 절대 인정하지 않고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O.J. 심슨 사건처럼 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일단 브라이언이 개비를 살인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정황 증거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외딴 곳에서 여행을 하다가 살인을 당하면 누가 죽였는지를 파악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막말로 그나마 개비가 나름 온전한 시체로 발견되어 교살이 되었다는 증거를 찾은 거지 만약 백골화가 진행되었고 브라이언이 극구 살인을 부인한다면 최악의 경우 무죄를 받은 가능성도 존재한다. 

브라이언의 변호인단에서 다른 사유로 사망을 했다고 주장하면 물적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는 재판이 어떻게 흘러갈 지 그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물론 정황 증거가 너무 강력하기에 재판이 결국 어떠한 식으로 결말이 나왔을지 알기는 어렵지만 미국은 배심원 제도여서 충분히 유죄를 받을 가능성이 높기는 하다. 이런 걸 보면 개비의 판단 미스가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 건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자세히는 안 나오지만 개비는 브라이언으로부터 탈출하려고 어느 정도 노력은 하고 있었다. 

아마 개비도 본능적으로 브라이언이 위험하다는 걸 여행하면서 깨달았을 수도 있다. 

소설을 한 번 써 보자면 살인 사건 당일 아마 개비는 용기있게 브라이언을 떠날 거라고 통보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말을 들은 브라이언은 자신이 소유하던 개비가 자신을 떠난다는 사실 자체를 납득하기 어려웠을 테고 결국 자기가 가지지 못할 바에는 죽여 버리는 게 낫다고 결론을 내렸다. 브라이언이 마르긴 했지만 남자와 여성의 물리적인 힘 차이는 압도적인 정도로 크기 때문에 별로 힘들이지 않고 개비를 무자비하게 죽일 수 있었을 거다. 

살인 직후 부모에게 울면서 전화를 하였고 부모는 거금을 들여 몸값이 비싼 변호사를 바로 선임해 주었다. 브라이언의 부모가 개비의 행방을 물으러 찾아온 경찰에게 바로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하는 장면은 그래서 어느 공포 영화보다 더 소름끼치기도 했다. 아마 모두가 느꼈을 거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걸 말이다. 심지어 브라이언의 시체가 어딘가에 있을 거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이나 수사 기관에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 

그러다가 브라이언이 죽었다는 게 의심이 가니 스스로 직접 나서서 바로 브라이언의 시체를 찾은 것도 대단히 소름끼치는 부분이다. 공개된 문자 내역을 보면 수사 기관을 비웃는 메시지들이 있는데 심한 소리일 수도 있지만 나는 오히려 브라이언을 제외한 브라이언의 가족 전부가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일 거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아니 그들은 사이코패스인 게 확실하다. 

아마도 브라이언은 이런 가족 사이에서 태어난 변종이었고 이를 버티지 못해 집을 떠났지만 혼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아무도 없다 보니 집으로 돌아 왔다. 비극의 시작이라면 혼자가 아니라 개비와 함께였다는 거다. 브라이언은 개비와 함께 독립을 하고 싶었으나 애초에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머리가 좋은 편도 아니었고 부모를 거스를 만큼 독립적인 사람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둘만 나서게 된 여행은 결론적으로 보면 둘만의 장례식이 되었다. 

여러 모로 보나 브라이언이 불쌍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데 심도 있게 살펴 보자면 브라이언을 이렇게 만든 건 전적으로 부모의 책임이 커 보인다. 개비의 잘못이라면 브라이언을 바꿔볼 수 있다는 헛된 믿음과 희망을 가졌다는 점 하나일 테다. 사람들이 여전히 잘 모르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사람을 바꿀 수 있느냐 없느냐일 텐데 내 경험으로 보자면 사람은 절대 안 바뀐다는 거다. 

특히 성격적인 부분은 성인이 되어서 갑작스럽게 변화하기가 힘들다. 더군다나 평소에 사람을 때리고 폭행하는 사람은 절대로 바뀌기 어렵다. 아니 그런 사람은 애초에 한 번 그런 성향이 보이면 바로 거리를 두고 손절하는 게 바람직하다. 물리적인 폭력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타인을 감정 쓰레기통으로 쓰거나 인격을 비하하고 가능성을 제한하는 언어를 쓰는 사람은 초장부터 관계를 끊는 게 가장 현명한 길이다. 

사랑의 힘으로 누군가를 변화시킨다는 믿음은 영화 미녀와 야수에 반영되어 있는데 사실 동화는 판타지에 가깝고 판타지는 막말로 하면 거짓말과 같은 말이다. 야수가 미남이 되는 일은 현실에서는 절대로 있을 수 없고 부인을 때리는 남편이 사랑꾼이 되는 일도 없다.  브라이언이 갑자기 독립적이 되어 스스로 힘으로 일어서고 약혼녀인 개비에게 다정하게 대하는 일도 없을 거라는 걸 오직 개비만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드디어 안 순간 개비는 무참하게 살해를 당하고 말았다. 

제일 짜증나는 건 브라이언의 부모나 가족은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살인을 방조한 건 아니지만 유력한 범인을 숨겨 주었고 경찰의 수사를 방해하며 세금을 낭비했는데 이에 대해서 벌금이라도 청구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나마 다행인 건 개비의 부모님이 민사 소송을 걸어서 합의금을 받았다고 하던데 그래도 돈이라도 받을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브라이언도 브라이언이지만 브라이언의 가족이 정말 악마 그 자체가 아닐 수 없다. 

현재는 개비의 가족들이 중심이 되어 개비 페티토 재단을 만들어서 가정 폭력을 미연에 방지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나는 이런 다큐멘터리가 자주 나와서 여성들이 조금은 깨어 있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실제로 학습 효과도 존재하며 개비의 사례 덕분에 남자 친구나 남편과의 지독한 관계를 끊어 버리는 사람들이 실제로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묻고 싶다.

브라이언의 외모를 보면서 살인범이라는 느낌을 받는가라고 말이다. 나도 남자지만 브라이언을 겉으로만 보면 굉장히 순하고 유약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자신을 해하거나 살인을 할 거라고 믿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우리는 이미 결과를 봐서 그렇게 보게 될 수도 있지만 아무 정보도 없이 브라이언을 보면 그런 생각을 하는 게 무례가 아닐까 할 정도의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만큼 브라이언의 외모만 보면 폭력에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라고 선뜻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브라이언은 주기적으로 개비에게 물리적인 폭력을 가했고 결국 말다툼 끝에 개비를 목 졸라 죽이고 시체를 들판에 방치하기까지 했다. 그러니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자. 어느 순간 폭력의 낌새가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뒤도 안 돌아보고 나와야 한다. 이게 개비가 죽으면서까지 힘들게 우리에게 남긴 교훈이자 삶의 지혜다. 

개비 페티토는 죽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남자들로부터 실시간으로 죽어 나가는 여성들을 마주하고 있다. 그리고 굳이 남녀 사이가 아니라도 타인이 나를 통제하려고 한다면 무조건 그 관계에서 벗어나라고 조언해 주고 싶다. 개비 페티토 역시 조금 더 일찍 브라이언을 벗어났다면 아마 지금쯤 살아서 행복하게 여행 브이로그를 올리고 있지 않았을까.

원래부터 유명해지고 싶었지만 죽어서야 유명해진 개비 페티토. 

천국에서도 항상 행복했으면 한다. 

그리고 브라이언은 현실에서 받지 못한 죗값을 지옥에서 꼭 치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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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뻔하지만 볼만한 가족 드라마 일본 드라마를 즐겨 보지는 않으나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거나 극본이 좋으면 보는 편인데 디즈니 플러스 드라마 간니발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야기라 유야가 주연을 맡은 금요 드라마 사자의 은신처가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길래 호기심에 감상을 해 보았는데 주말 가족 드라마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스토리 자체가 좀 평이한 편이어서 크게 만족하지는 못 했다고 할 수 있다.  아직 1화 정도만이 공개 되었는데 무언가 전형적인 가족 드라마같은 느낌이 드는 데다가 이야기가 전개 방식도 조금 식상하긴 해서 크게 재미를 느끼지는 못 했다. 거의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며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동생 미치토를 돌보다시피하는 히로토가 결국 라이온을 경찰에 맡기지 못할 거라는 걸 누구나 알 수 있는 부분인데 갑자기 횡단보도에서 포효하며 달려가는 모습은 너무 오버스러워서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유독 일본에서 대안 가족 소재로 드라마나 영화가 많이 나오는 느낌인데 전통적인 가족이 해체 되는 일본 사회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일본은 우리 나라보다 출산율이 훨씬 더디게 무너지고 있는데 문제는 출산율 자체가 아니라 아이를 낳으면 안 되는 환경에서 아이를 낳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학대하거나 방치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나라도 정부나 지방 자치 기관에서 제대로 조사를 하지 않아서 그렇지 생각보다 방치되고 학대 당하는 아이들이 분명히 많을 거라고 생각 한다. 보통 아이들은 목소리를 내기가 힘드니 결국 죽거나 심각한 상태가 되어서야 세상에 알려지고는 하는데 그런 면에서 보자면 우리 나라에서 언론이나 영상 매체에서 가출 팸들의 이야기를 다루지 않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할 만하다.  투표권도 없고 나이도 어려서 존재감이 없는 가출 청소년들에 대해 다룰 때에 항상 범죄 관련 이야기로 들어올 수 밖에 없는데 생각해 보면 이런 청소년들은 피해자가 되거나 범죄에 뛰어 들어 가해자가 되거나 둘 중 하나의 길 밖에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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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픽팍의 드라마 리뷰  티빙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추천 스터디그룹 후기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를 보고 나서  바로 시작하게 된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스터디그룹. 공교롭게도 둘 다 웹툰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그러니  비교를 안 할 수가 없다. 재미 면에서만 본다면 스터디그룹의 압승이다.  다소 거친 느낌이 드는 작품이긴 하지만 이런 게 바로 오리지널의 맛이 아니겠나. 수위나 소재를 생각한다면 전파를 타기 힘들어 보이긴 하는데 원래 티빙 오리지널 작품들은 공개 이후 TVN에서 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아마도 어느 정도 편집 과정을 거친 이후에 방송을 타게 될 거 같기는 하다. 전혀  잔인한 소재라는 생각이 안 들긴 했는데 대사에 ㅅㅂ이 정말 많이 나오는 데다가 폭력 수위가 상당해서 아이들이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재미있다.  아주 잘 만들고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는 생각은 사실 안 드는데 원초적인 재미를 제공해 준다. 특히 주인공 윤가민의 독특한 캐릭터가 주는 카타르시스가 상당하다. 중증외상센터에서 주지훈에게 거의 무매력을 느끼고 나서 이 드라마를 보니 황민현이 연기를 이렇게 잘했나 싶기도 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황민현은 연기력이 좋다기 보다는 캐릭터에 찰떡인 느낌이기도 하다. 배우 자체가 윤가민 이라는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 그런 시너지 효과도 절대 무시하지 못 한다. 마치 응답하라 1988에서 혜리와 덕선의 캐릭터가 거의 동일 인물인 것처럼 보인 것도 이와 비슷한 이치라고 하겠다.  개인적으로 황민현의 연기력이 아주 좋다고 보긴 어려우나 감독의 연출 스타일이 연기력을 커버해 주기에 크게 신경이 쓰이진 않는다. 뭐 막말로 황민현이 연기를 잘 한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 게 문제라면 문제인데 드라마가 워낙 호흡이 빠르고 거칠어서 크게 무리가 없다.  어찌 보면 연출이 모든 걸 보완해주는 구조다.  이장훈 감독의 연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