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팍의 드라마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추천 오레 살인 그림자에 가려지다 후기]
어이없는 결말이지만
뭐 나도 인정하지만좋은
그리고
잘 만든 드라마는 분명 아니다.
게다가
자막이 정말 심각할 정도로 엉망진창이다.
오타는 물론 기본적인 인물들의 관계도 못 알아차리게 할 만큼 자막 자체의 문제가 많다. 이게 검수의 문제인지 번역가의 문제인지는 잘 모르지만 영어나 일본어 그리고 중국어처럼 영향력이 큰 언어가 아닌 경우 OTT 에서는 자막 실수가 유독 많아서 실망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사실 자막 때문에 하차할까 하다가 그래도 범인이 누군지는 궁금해서 끝까지 보게 되었다. 뭐 결말 역시 조금 허무하게 끝나긴 해서 김이 다 빠지긴 하는데 그래도 내가 형사 관련 범죄 드라마를 좋아해서 끝까지 볼 수 있기는 했다.
그런데 정말 결말 이딴 식으로 낼 거면 연출이라도 제대로 해서 흥미를 돋궈야 하는데 그러지도 못 해서 마지막에 짜게 식긴 했다.
소설 원작이라길래 완성도를 조금 기대한 것도 사실인데 그런 나의 기대가 무색할 정도로 드라마 자체는 그다지 잘 만들어진 작품은 아니다. 이야기가 촘촘하지도 않고 연출이나 각본도 평이해서 이게 왜 드라마로 만들어진 건지 신기할 지경이다.
그래도
이런 장르를 워낙에 좋아하는
나는 볼 만은 했다.
이번에 나온 이야기는 그림자에 가려지다인데 제목이 곧 범인과 주제 의식을 다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중간에 곁가지 이야기로 가정 폭력 이야기도 나오는데 의도한 건지 아니면 원래 서구권도 그런 건지는 모르지만 가정 폭력 가해자가 마을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종교 지도자라고 할 수 있는 전도사다.
우리 나라도 여러 안 좋은 일들이 누적되면서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목사라는 이미지가 똥이 된 지 오래인데 서구권에서도 이런 소재로 이야기가 나오는 거 보면 생각보다 종교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 중에서 오히려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특히
전도사라는 남자가 도끼로 부인이 있는 호텔 방문을 부실 때에는 무슨 영화 샤이닝이라도 보는 듯한 착각이 일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 드라마 자체가 재미있지는 않은데 드라마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현실적이다.
한나 역시 지금이야 평화롭게 소도시로 이직하여 일하고 있지만 전 직장에서 경찰을 남편으로 둔 여성 피해자의 가정 폭력 가해자가 남편인 걸 알게 되면서 경찰 내부에서 곤혹을 치르게 된다. 생각해 보면 남성과 여성의 구도에서 물리적인 힘 차이로 약자가 되는 건 항상 여성이다. 심지어 사건을 해결하려는 주체가 여성이어도 피해자가 되는 기이한 구조가 현실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렇게
여성은 어느 순간 목숨을 잃어도 누구 하나 구해주는 사람이 없다.
심지어 이별을 고한 전 여자 친구의 집에 몰래 찾아가 차례차례 들어오는 가족들을 모두 죽인 사례도 우리 나라에는 존재한다. 곁가지 이야기이긴 하였으나 겉으로는 점잖아 보이는 사람이 가해자인 경우가 실제로도 많기 때문에 그다지 놀랍지는 않았다. 최근에 미국에서 나온 뉴스에서는 올해의 교사상까지 받은 여성 교사가 만으로 12살도 되지 않은 소년 제자들과 성관계를 가진 게 들통이 난 사례도 있었다.
세상을 살다 보면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이 오히려 속에서는 악취가 나는 경우가 정말 많았다. 생각을 조금 해보면 아마 그들은 본인들의 속이 얼마나 썩었는지 스스로 잘 알기에 겉모습은 극도로 포장을 하려고 하는 거 아니었을까. 그러한 편이 의심을 훨씬 덜 받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곧 태어날 아기가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는 이유로 서슴없이 부인을 죽이려는 악마 역시 전도사라는 지위를 이용하려고 그 직업을 택했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물론
이 드라마 안에서 시체로 발견된 남자는 너무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살해를 당하게 되긴 하고 이 남자를 죽인 소년의 부모가 이를 은폐하려고 하면서 이야기가 전개가 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작가가 하고 싶었던 건 오히려 전도사에게 가정 폭력을 당하는 여성의 서사라고 나는 생각한다.
뭐 솔직히 말하자면
드라마는 크게 재미도 없고
긴장감도 없긴 한데 그럭저럭 볼 만은 했다.
범죄 드라마 좋아하면 가볍게 볼 만은 하다.
꼭 봐야 할 건 아니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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