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팍의 시선
넷플릭스 오리지널 대만 드라마 추천 결혼까진 했는데...요! 후기
대만이나 한국이나
나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
사실 결혼 생각이 별로 없다.
왜 그럴까를 생각해 보면 이유는 딱히 없다.
결혼이라는 게 물건을 사는 것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도 한 몫 하겠지만 누군가와 평생을 함께 한다는 게 공허한 망상같기도 하다. 물론 내 주변에도 결혼해서 그 누구보다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기는 하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을 보고도 마음이 동하지를 않는다. 그렇다고 비혼주의자는 또 아니다. 같이 살면 좋을 사람이 다가온다면 결혼한 마음이 없는 건 아니다.
흥미로운 건 이미 서구권에서는 결혼보다 동거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고 유럽에서는 동거가 일반적인 가족의 형태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하지만 유독 동양권을 비롯한 우리 나라같은 경우 동거에 대한 인식기 크게 좋지가 않다. 결혼과 동거가 법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무슨 차이가 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기에 이 정도로 인식이 갈리는 게 나는 잘 이해가 가질 않는다.
동거는 안 좋고 결혼을 좋다는 기준이 도대체 무어란 말인가.
법적인 보호를 받는 건 좋긴 하지만 동거 역시 가족이라는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외국에서는 평생 결혼하지 않고 동거만 하다가 자식까지 낳고 느지막하게 헤어지는 경우도 흔하다. 우리는 너무 결혼이라는 제도와 시스템에 인간을 맞추려고 하다 보니 많은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에 대해서 긍정적이지 않은 나에게 드라마 결혼까진 했는데...요!는 이런 나의 생각을 더 굳건하게 만들어주는 작품이었다. 대만에서 나온 드라마인데 드라마에 나오는 설정이나 캐릭터 그리고 상황들이 한국이라고 해도 크게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비슷하다. 아니 오히려 한국이 아닌 게 이상할 정도로 너무 똑같아서 소름이 돋을 정도다.
일단 시어머니부터 하이퍼 리얼리즘이다.
물론 현실에서는 저보다 더 좋으시거나 아니면 더 최악인 시어머니도 존재하지만 저 정도면 양호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내 주변에서도 저 정도로 며느리를 대하는 시어머니는 그리 드물지 않다. 우리 나라는 결혼을 하면 분가하는 게 거의 기본이긴 한데 홍콩과 대만은 집값이 워낙 비싼 데다가 토지가 좁은 터라 결혼을 하고 나서도 따로 나가 살지 못 하는 부부가 생각보다 많다고 들었다.
자 시어머니와 살면 무슨 일이 있을까.
며느리가 상상하는 최악의 일이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과연 따로 산다고 시어머니에게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내가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는 시댁과 가까운 집에 사시는 분이 계셨다. 종종 시어머니가 예고나 말도 없이 집으로 들어와서 냉장고에 반찬이나 음식을 채우고 가는 일이 있다고 한다. 퇴근하고 들어 와서 안 보던 반찬이 냉장고에 들어가 있으면 소름이 돋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시어머니가 집 비밀번호를 알려 달라고 하는데 알려주지 않을 만큼 담대하지 못한 그 대리님은 그럴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호소했다. 보통 멍청하고 눈치없는 남편들은 이게 왜 불편한 일인지를 이해하지 못 한다. 반찬도 해주고 얼마나 좋은가라고 단순하게 생각할 뿐이다. 하지만 집은 둘만의 공간이고 시어머니가 마음대로 와서 청소가 안 된 부분을 보거나 정리가 안 된 상태를 보고 무슨 말을 퍼뜨릴지 며느리는 알 수가 없다.
분명히 친한 사람들이나 친척들에게 전화해서 며느리 흉을 볼 게 불보듯 뻔하다.
이런 건 사실 사소한 불편에 불과하다. 드라마 안에서 시댁에서 눈치를 보며 사는 며느리는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월세 조차 내지 않고 살고 있기 때문에 설거지라도 하면서 집안일을 거들고 있기는 하지만 자신이 하는 설거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자신이 하고 나면 바로 시어머니가 자신이 해 놓은 설거지를 다시 하고 있다.
자신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시어머니이지만 눈치가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며느리는 죽어도 분가를 하고 싶지만 잘 생겼지만 멍청한 남편은 이에 대해 아무런 의견조차 없다. 게다가 성인이 되어 결혼까지 했지만 엄마의 간섭에서 벗어날 마음이 없다. 엄마가 청소도 해주고 밥도 해주고 심지어 살 집까지 제공해 주는데 남편 입장에서는 돈을 들여 나갈 필요가 없다.
여자는 입버릇처럼 이혼을 달고 산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혼을 할 마음도 의지도 없다. 그러기에 여자는 남자를 너무 사랑한다. 내가 봐도 남자는 배우 류이호의 매력 덕분이기도 하지만 멍청하긴 해도 잘 생겼다. 그리고 사랑스럽다. 대충 봐도 대형견 한 마리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남자들이 어차피 결혼하면 다 비슷비슷하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면 그래도 저 정도로 잘 생기면 인생의 고난 정도는 가뿐히 이겨나갈 수 있을 거 같은 착각이 든다.
하지만 저 정도로 잘 생긴 남편은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결혼 3년 차에 아이도 없으면 신혼과 별반 다르지 않은데 성관계조차 마음대로 하기 힘들다. 시어머니를 이해하지 못 하는 건 아니지만 그리고 살 곳을 제공해주는 입장이긴 하지만 서로 불편하게 살지 않으려면 그럴 수록 개인 간의 공간이나 선을 어느 정도는 지켜야 한다. 새벽에 갑자기 둘이 자는 방에 들어가서 쓰레기를 수거하는 무식한 짓은 안 하는 게 좋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를 하기에 여자는 너무나 연약하다.
오히려 기가 강한 사람이라면 시어머니와 신경전을 벌이면서 자신의 권리를 획득할 수 있을테고 어차피 남편이 분가할 마음이 없다면 그 안에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어느 정도는 얻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에 드라마 안에서 여자는 너무나 평범할 정도로 기가 약하다. 내가 만약 여자라면 새벽 시간에는 절대로 방에 들어오지 마시라고 조용하게 말씀을 드릴 듯하고 내가 설거지하는 게 어떠한 부분이 마음에 안 드는지 물어볼 거 같다.
저렇게 불편한 관계일수록 내가 싫어하는 건 확실하게 말하는 게 좋다.
말도 안 하고 저렇게 참고만 있으면 남편은 물론 시어머니도 여자가 어떠한 생각을 하는지 알 길이 없다. 누군가가 알아줄 거라고 생각한다면 대단한 착각이다. 인간은 지극하리만치 자기 중심적이어서 누군가 대놓고 직접 말해주지 않으면 타인의 감정과 사고 방식에 대해서 관심 자체가 없다.
재미있는 건 이 와중에 시아버지가 안 나와서 시어머니 혼자 사시는가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거다. 시아버지도 존재는 하고 있었다. 물론 존재감이 없어서 드라마 안에서는 시아버지가 아예 지워진 상태로 남아 있다. 숨만 쉬고 사는 말도 없는 사람으로 집안의 모든 일을 시어머니에게 맡기는 조용한 남자다. 그러니 여자에게는 하나도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이다. 있으나 마나한 사람이 바로 시아버지다.
결국 시어머니와 남편의 관계로 인해서 여자는 말라간다.
제일 절망스러운 건 이런 시어머니와 아들의 관계가 유독 독특하다거나 지나친 게 아니라는 거다. 저보다 더한 관계성을 가진 모자 관계가 우리나라에도 상당히 많다. 외국에서도 드문 일이 아니다. 왜 어머니들은 아들과 기이한 관계를 맺으면서 며느리나 여자 친구를 괴롭히는 걸까. 심지어 영화나 드라마 안에서 며느리와 신경전을 벌이는 건 항상 시어머니였다. 심지어 어느 영화에서는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죽이려고까지 한다.
왜 둘은 경쟁 관계일 수 밖에 없나.
이미 시어머니에게 아들은 자신이 낳은 자식이라기 보다는 연인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사 연애를 하는 어머니들도 많으며 이걸 본인만 인지하고 있지 못할 뿐이다. 그런 시어머니들이 며느리에게 별다른 생각도 없이 너는 우리 아들과 결혼해서 좋겠다라는 이야기를 하게 되는 거다. 상당히 소름끼치는 말인데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 아니 말은 안 해도 생각을 하는 시어머니들이 세상에는 정말 많다.
냉정히 생각해 보면 본인이 낳은 아들이기에 무조건적인 사랑을 줄 수 밖에 없어서 그렇게 아들이 대단하다는 착각을 하는 건 자유인데 이걸 너무 절대적으로 신봉하고 있다는 게 모든 갈등의 시발점이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아들보다 능력이 좋거나 돈을 잘 버는 며느리가 괘씸하게 느껴지는 거다.
자신의 부인이 대단하고 자랑스럽다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고 다니는 장항준 감독은 그 자체로 대단해서 인기가 많다기 보다는 그런 남편감이 굉장히 드물기에 화제가 되고 있는 걸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보통 부인이 너무 잘 나가면 남편들은 겉으로나 속으로나 열등감을 느끼고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질투라는 감정을 타고난 동물이다.
남자를 한 번 생각해 보라. 남자는 태어날 때부터 집안의 기대를 받고 자라난다. 아들과 딸이 있는 집안에서 단 한 번도 차별을 겪지 않았다고 말하는 딸을 만나는 건 거의 기적에 가깝다. 우리는 숨쉬듯이 아들을 찬양하며 양육한다. 장군감이라느니 미래의 대통령감이라느니 헛된 희망과 기대를 품기 마련이다.
우리 아들이 잘 되면 워낙에 잘 나서 아니면 부모를 닮아서이고 잘 안 되면 친구나 며느리탓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보통 그렇게 자란 남자들은 자신이 여자보다 열등하다는 진실 앞에서 갈 길을 잃고 헤맨다. 분노를 표출하지만 않으면 다행이다. 여자들은 이야기한다. 남자는 개 아니면 애라고. 어찌 보면 절대적인 진실이다.
드라마 안에서 남편은 그래도 아이라고 할 만하다. 다루기에는 망나니 보다는 아이가 편하긴 하다. 문제라면 이 남편이라는 남자는 자신의 어머니와 분리될 의지조차 없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남편은 언제까지도 시어머니에게 휘둘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분명 착하고 잘 생겼지만 내가 여자 입장이어도 이런 남자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감이 안 오기도 한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역학 관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은 아내의 분가 요구를 그저 화가 난 거라고 착각한다. 평소에 여자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상상조차 하지 못 한다.
드라마 안에서는 이런 남자와 여자의 갈등 상황이 끊임없이 보여진다.
너무나 익숙하고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이야기다. 지금은 종영한 KBS 사랑과 전쟁에서도 무수히 다룬 이야기로 지겨울 정도로 레퍼토리가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드라마 자체적으로 새로운 맛은 별로 찾기 어렵다.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답답한 현실을 나열하는 데에서 그치고 만다.
통렬하게 공감을 하게 만들거나 아니면 전복적인 시도로 시원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해주는 것도 아니다. 그저 가가연과 류이호의 매력만이 보일 뿐이다. 분명히 많은 공감을 이끌어 낼 만한 소재인데도 불구하고 드라마 자체의 힘이 부족한 인상이다. 그저 나열하기에만 급급하고 새로운 맛이 전혀 없다. 인스턴트 라면을 너무 정석대로 끓인 느낌이다. 아니 물이 조금 많았나?
재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재미가 있지도 않은 기묘한 드라마다.
추천하고 싶지는 않으나 가가연과 류이호를 좋아한다면 충분히 볼만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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