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팍의 시선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추천 멜로 무비 후기
평범한 사람들의 사랑
드라마 리뷰를 남길 때가 제일 조심스럽다.
아니 영화 리뷰도 마찬가지다.
지금이야 내 글을 읽는 사람이 없어서 마음 편하게 리뷰를 남기기는 하지만 과거 영향력 있는 네이버 블로그에서는 어느 정도 댓글 반응을 예상하면서 글을 써야 했다. 이게 생각보다 스트레스여서 글을 남기고 나서도 걱정이 많이 앞섰던 게 사실이다. 모든 작품들이 다 그렇지만 모두가 다 좋아하고 모두가 다 싫어하는 이야기는 흔하지 않다.
보통은 호불호가 갈리기 마련이다.
내가 좋게 본 작품을 누군가는 안 좋게 보았을 수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빈번하다. 문제라면 작품에 대한 후기나 리뷰는 철저하게 개인적인 영역인데 자신이 느낀 점과 다르다고 해서 무턱대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네이버 블로그로 돈을 많이 벌긴 하였으나 여간 스트레스를 받은 게 아니었다. 물론 댓글 반응을 보면서 나의 생각이 정리되는 측면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이미 재미없는 드라마를 갑자기 재미있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이미 한 번 보고 나서 바로 재미없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며 그러한 인상은 쉽게 바뀌기 어렵다. 대부분 재미있는 드라마는 1화만 봐도 재미있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본 가장 재미있는 드라마는 애플 오리지널 드라마 슬로 호시스였는데 1화 보자마자 전율이 일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박찬욱 감독 역시 슬로 호시스 연출로 참여하고 싶다고 밝힐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극찬을 받은 드라마 중 하나인데 게리 올드만이 은퇴작으로 알려지고 나서 더 화제가 되고 있다. 게리 올드만 정말 끔찍하게 연기 잘 하시는데 슬로 호시스 이후로도 많은 작품에 나와 주었으면 하지만 그의 나이를 생각해 보면 은퇴를 고려하는 게 이해가 가기도 한다.
누군가는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1화만 보고 그 드라마의 전반적인 완성도와 재미를 파악할 수 있느냐고 말이다. 나도 일정 부분 이해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OTT 드라마들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그리고 전세계에서 매주 새로운 드라마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시청자들은 더 이상 인내하면서 드라마를 보지 않는다. 1화는 커녕 5분 정도 보다가 재미없으면 꺼버리는 게 일상이 되었다.
틱톡과 인스타그램 릴스 그리고 유튜브 쇼츠가 우리를 이렇게 망가 뜨려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어쩔 수 없다. 1화에서 승부를 봐야만 한다. 그런데 과연 지금만 그럴까를 생각해 보면 그것도 아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잘 없는 시스템이지만 미국 드라마는 파일럿 이라는 시스템이 드라마 세계에서 꽤 오래 전부터 적용되고 있었다. 이게 무슨 시스템이냐 하면 말 그대로 1화만 제작을 하고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는 거다. 모든 미국의 드라마나 시트콤들이 이러한 시스템을 적용받는 게 현실이었다.
지금은 미국도 이렇게 극한의 효율을 추구하는 파일럿 시스템을 많이 안 하고 있기는 한데 과거만 해도 거의 모든 신작 드라마들이 이 파일럿 시스템에서 자유롭기는 힘들었다. 아주 유명한 작가나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가 아니라면 일단 공개되고 나서 시청자들의 냉정한 평가를 받아야 했다.
시청률이나 시청 시간도 중요했지만 화제성도 그만큼 중요했다.
우리가 다 아는 그 전설의 드라마 프렌즈 역시 파일럿으로 나온 1화가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지금의 레전드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이게 꽤나 일반적인 시스템이었다는 걸 생각해 보면 드라마 역시 1화가 얼마나 중요한 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지금이야 정주행이라는 신조어가 넷플릭스로 인해 자리를 잡았으나 드라마 제작사 입장에서 인기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드라마를 마지막 회차까지 만들어 놓는 건 비용 면에서는 자살골이나 다름 없다.
실제로 그런 식으로 파일럿 이후로 찾아볼 수 없는 드라마들이 미국에서는 정말 많았다. 넷플릭스로 인해 어느 정도 바뀌긴 하였으나 생각보다 오래된 시스템이다. 이것만 봐도 드라마에서도 1화가 얼마나 중요한 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나 역시 드라마를 보고 나서 리뷰를 남기려고 하면 일단 1화는 보는 편이다. 그런데 나 역시 1화를 보다가 5분 만에 탈주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한 경우는 리뷰조차 남기지 않는다. 아주 재미가 없어 보이거나 완성도가 심각하게 낮은 작품들은 1화를 보는 것조차 시간이 아깝지만 그렇다고 해서 겨우 5분 보고 혹평을 남기는 건 말이 안 되는 터라 그런 작품은 리뷰조차 남기지 않는다.
그래도 내가 1화까지 봤다는 건 그리고 리뷰를 남긴다는 건 의외로 최악은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애초에 정말 말도 안 되게 엉망이면 나는 1화조차 참고 보지 못 한다. 그 시간이 너무 아깝고 영겁의 시간처럼 느껴진다. 내가 도대체 왜 이 드라마를 보고 있어야 하는지 모를 일이다.
서두가 지나치게 길었는데 그래서 나는 마지막화까지 보는 드라마가 많이 없기는 하다. 일단 내가 마지막화까지 보려면 재미도 있어야 하지만 내 취향과도 맞아야 한다. 최근에 방영을 마친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는 충분히 재미있다는 생각도 들었으나 내가 멜로나 로맨스 물을 거의 안 보는 터라 마지막까지 보기가 조금 힘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멜로 무비 역시 크게 기대를 안 했던 것 역시 사실이다.
넷플릭스 드라마가 아니었거나 박보영 그리고 최우식이 나오는 드라마가 아니었다면 아마 3화까지 보지도 않았을 거다. 드라마 그해 우리는을 집필하신 작가가 참여한 드라마인데다가 연출가님도 유명하신 분이어서 기대치가 높은 드라마 중 하나였는데 드라마 그해 우리는과 너무 비슷하다는 세간의 평가가 있기는 하지만 난 그 드라마를 보질 않아서 절대적으로 비교하면서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나름 순수한 뇌로 감상했다고 자부한다.
일단 드라마는 나름대로 볼 만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주 재미있는 드라마라는 생각은 들지 않으나 매력이 넘치는 드라마이고 이 드라마의 매력은 절반 이상이 주연 배우들로부터 나온다. 최우식과 박보영을 캐스팅한 거 부터가 실패를 하기가 어려운 조합이기도 하다. 둘이 멜로 드라마에서는 처음 만나는데 둘 다 연기를 기가 막히게 잘 해서 케미가 환장하게 좋다.
두 배우의 매력이 드라마에 놀라운 활력을 불어 넣는다.
그런 느낌이 나쁘지 않다.
최우식은 귀엽고 박보영은 예쁘다. 게다가 이 둘은 누구보다 연기를 잘 해서 각자 맡은 바 캐릭터를 잘 구현해 낸다. 다소 억지스러운 캐릭터와 관계 설정이긴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와 얼굴을 보면 그게 그렇게나 중요할까 싶기도 하다. 어느 기자는 이 드라마의 억지스러운 설정을 비난하기도 했는데 박보영와 최우식이 나오는데 허술한 개연성이 무슨 상관일까 싶기도 하다.
둘 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여서 그저 화면만 바라봐도 미소가 지어진다.
다시 말하자면 두 배우에게 안 좋은 감정이 있거나 자신이 선호하는 배우가 아니라면 드라마의 재미는 수직 하락할 수 밖에 없다. 이야기의 개연성이나 캐릭터의 현실성이 오직 두 배우에 의지해서 나아가는 드라마인 터라 이야기 자체가 튼튼한 느낌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이야기 자체에서 새로운 맛을 기대하면 안 된다.
나는 드라마 볼 때 새롭고 신선한 이야기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고 신박한 상황과 설정을 원한다면 멜로 무비는 그와 정반대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전형적이고 평범하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이야기라는 걸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도 재미나게 보긴 하였으나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뻔한 이야기라는 사실 자체를 부인할 마음은 없다.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다.
새로운 인물도 아니다.
상황이 신박한 것도 아니다.
대신 모든 전형적이고 다소 지겨운 요소들을 결합했으나 배우들의 힘과 연출의 노력으로 인해 드라마는 일정 부분 이상의 재미를 제공해 준다. 이 아는 맛을 먹어 보고 싶은 사람들은 분명 재미있다고 느낄 것이며 새로운 맛을 찾는다면 실망할 수 밖에 없다. 누군가는 신라면을 지겹다고 할 수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신라면을 찾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애초에 멜로 장르를 안 좋아해서 3화에서 보다가 하차하긴 하였으나 아무 생각없이 재미나게 볼만한 드라마라는 점에서는 이의를 제기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 드라마가 정말 잘 만들고 완성도 높은 웰메이드 드라마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하고 싶기는 하다.
하지만 전형적인 멜로 장르가 꼭 새롭고 신박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어차피 사랑 이야기가 얼마나 결이 다를 수 있을까.
작가에게 자기 복제라고는 하지만 자신이 잘 하는 걸 반복적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어찌 보면 능력이기도 하다. 단 조건이 있다. 시청자들의 사랑과 애정을 받을 수 있는 경우에 한해서 말이다.
뻔하지만 사랑스러운 연인의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멜로 무비를 적극 추천한다.
새로운 걸 추구한다면 보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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