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팍의 다큐멘터리 리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추천 블랙 호크 다운 그 생존의 기록 후기 결말 정보]
모두가 가해자이자 피해자
소말리아 모가디슈에서 1993년에 벌어진 이야기.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로도 만들어진 이야기인데 나는 영화가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어서 그 안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궁금해서 한 번 시청하게 되었다. 다큐멘터리 자체가 크게 재미가 있는 건 아닌데 이 소재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나같은 사람들에게는 꽤나 소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서 나름 재미나게 시청했다. 다소 긴 감이 있고 이걸 왜 3부작으로 늘린 건지 조금 이해가 안 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만한 가치는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내가 영화는 안 봐서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지만 다큐멘터리는 그래도 미국 군인의 입장과 소말리아 모가디슈에서 당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선량한 시민들의 입장 모두를 들려준다. 누가 더 잘했다 못했다의 느낌보다는 당시 상황을 생각해 보면 미군은 그들이 해야 할 일을 했고 소말리아 반군과 시민들 역시 그들이 해야할 일을 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트럼프 시대에 들어서면서 아니 그 전부터 미국은 실리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지역에서 차근차근 철수를 진행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게 대표적인 사례이지만 앞으로도 미국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 전처럼 이념을 위해 돈을 쓰면서 미군을 주둔시키는 일은 없을 거라는 걸 쉽게 예상해 볼 수 있다.
다들 알다시피
미국이 간섭해서 제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기는 하다.
베트남 전쟁까지 안 가도 실패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그나마
한국이 가장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 역사학자들도 한국을 제외하면 미국이 타국에 개입해서 잘 된 사례가 없다는 걸 인정한다. 그보다는 차라리 뒤에서 은근히 도와주는 편을 선택하는 게 미국 입장에서도 편하다. 어차피 무기만 팔아 먹으면 될 일이고 괜히 개입했다가 제대로 해결은 못 하고 욕만 먹고 돈만 날리는 멍청한 일은 이제 미국도 안 할 거라는 게 모두의 예상이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은 소련이 무너진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미국이 전세계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싶어 안달이 난 시기였다. 모가디슈에도 미군 병력을 파견하여 내전을 해결해 보려는 표면적인 노력을 하기도 했다. 그러한 과정에서 무기를 팔아 먹는 소말리아 반군 지도자를 처리하려고 했었고 이 작전을 수행하다가 나온 게 바로 블랙 호크 다운 사건이다.
말 그대로 미국의 헬기가 모가디슈 시내 한복판에서 추락한 일인데 당시 미군의 군대 규모와 장비를 생각해 보면 상당히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고 미국 입장에서도 당혹스럽고 부끄러운 일이었다. 당시 소말리아 반군의 무기 수준을 생각해 보면 더 그러하다.
오사마 빈 라덴을 때려 잡는다고 했을 당시에도 그러했지만 미국은 철저하게 준비를 해서 그 나라에 개입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반군 지도자를 잡는다고 하면서 애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기 일쑤다. 그들이 폭격을 가한 건물에서 아무 죄없이 죽어 나간 민간 사상자는 생각보다 많다. 병원이나 학교 시설을 오인해서 폭격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지금은 정밀도가 발전해서 그럴 일은 없다고 하지만 과거에는 관련 뉴스가 잊을만 하면 나오기도 했다.
비단 모가디슈 일만이 아니다.
구글을 검색해 보면 미국의 만행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 과정 안에서 소시민들의 희생은 거의 언급이 되지 않는다. 블랙 호크 다운 사건 당시에도 미군은 겨우 18명이 죽어 나갔지만 모가디슈에서는 최소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 이들이 모두 다 반군이 아니라는 게 미국에게는 치명타였다.
죄없는 노인과 아이들 그리고 여성들도 많았고 무차별 폭격에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셀 수도 없을 정도였다. 화가 난 시민들이 추락한 헬기 안에서 부상당한 미군 조종사를 발견했고 이를 교환하는 조건으로 미국은 소말리아에서 영원히 철수하게 된다.
안타깝지만
미군이 철수하고 나서도
소말리아는 아직도 내전에 시달리고 있다.
미군이 철수해서라기 보다는 처음부터 누가 개입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반군 지도자 한 명 제거한다고 소말리아에 평화가 찾아 오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미국이 평생토록 통치할 게 아니라면 나라의 건국은 국민에게 맡겨야 한다. 얼마나 시간이 걸리던 크게 상관은 없다.
자신들이 치고 박고 싸우면서 엉망이 되는 것과 강대국이 들어와서 헤집고 다니는 건 국민들이 느끼는 분노 자체가 다르다. 모가디슈 시민들도 미군들에게 시민들이 무고하게 죽어 나가자 분노하기 시작한다. 내전 자체도 힘들어 죽겠는데 강대국이라고 와서는 도움을 주기는 커녕 자꾸 헛발질을 하니 화가 날 수 밖에 없다.
아무 정보도 없이 파병이 되어 모가디슈에서 반군과 전투를 치른 어린 미군들 역시 억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정치 역학이나 제대로 된 전쟁 경험도 없던 만 20살도 되지 않은 군인들은 모가디슈에서 그렇게 의미없이 죽어 나간다. 다큐멘터리에서 그들의 근시안적인 태도는 조금 안타깝지만 아마 그런 사람들이기에 별다른 생각없이 군인에 지원을 하고 들어보지도 못한 나라에서 복무를 한 거 아니었을까.
가끔 보면
미국은 순진한 저소득층 남자들을 데려다가 너무나 쓸모없이 총알받이로 사용한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미군들 중에서 가문이 좋거나 부자인 사람들이 한 명도 없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 유럽에서의 전쟁은 그래도 귀족들이 나가서 해결했는데 미국을 보면 현대전은 그야말로 돈 없는 자녀들이 총알받이로 이용되는 게 너무나 당연시 되고 있다.
제대로 교육을 받지도 못 하고 비판적인 사고를 하지도 못 하는 사람들은 모가디슈 사건이 억울하게 다가올 수 밖에 없다. 그들 눈에는 무고하게 죽어 나간 모가디슈 시민 몇 백명의 시신이 보이지 않고 들었다고는 해도 제대로 진상을 파악하기가 쉽지가 않다. 그저 평생토록 알 수 없는 분노 만을 삼킨 채 여생을 보낼 뿐이다.
어찌 보면
그 당시 연관되었던 어린 미군들이나 아무 경고 없이 가족을 잃은 모가디슈 시민들 모두 피해자라는 생각이 든다. 본인들의 의지나 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이 순식간에 벌어지게 되었고 그로 인해 상상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게 된다. 반군 역시 대의나 명분은 있겠지만 소말리아를 내전으로부터 해방시키지 못 했다.
결과적으로 그리고 과정으로 봐도 참 무의미한 에너지 소비였다.
나는 오히려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왜 미국이 제 3세계에서 병력을 자꾸 철수하는 건지 이해가 가기도 했다. 미국은 이제 더 이상 세계 경찰 노릇을 하지 않을 생각인가 보다. 유럽에서도 노골적으로 군비 관련 돈을 요구하는 걸 보면 말이다. 처음부터 아무도 도와 달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그 안에서 이득을 본 세력들이 있기 마련인데 앞으로는 그래서 더 전쟁이나 교전이 과거에 비해 빈번해지지 않을까 싶다.
원래 마을에 강력한 조폭이 없으면 군소 양아치들이 설치기 마련인데 앞으로의 세계가 궁금하면서도 두렵다. 큰 형님의 존재는 때로 두렵지만 질서를 유지해주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게다가 국제 질서 아래에서는 항상 그래왔다.
다큐멘터리 자체는 좀 지루한 감이 없지 않은데
이 사건에 대해서 잘 모른다면 흥미롭게 볼 만하다.
하지만 워낙에 지루하게 만들어 놔서 추천은 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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