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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원경 후기 이도 저도 아닌

 픽팍의 드라마 이야기 

그래서 말하고 싶은 게 뭔데? 

모든 일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때로 용기는 자기 밥그릇을 걸만큼 단호해야 한다. 

내가 어린 시절 할리우드 제작 시스템을 보고 경악했던 지점은 대작 영화 하나가 폭망하면 제작부 전체가 날아간다는 사실이었다. 말 그대로 제작부 전체가 길거리에 나 앉는다. 미국은 사장이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직원을 해고하는 게 법적으로 가능한 나라이기에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영화 하나 망했다고 수많은 직원이 직업을 잃는 게 어린 나이였기도 하지만 완벽하게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런 말을 지금 왜 하느냐 하면 드라마 제작도 비슷하다는 점이다.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사극 드라마를 제작하기로 했으면 방향성을 정해야 한다. 본격 진지한 사극으로 갈 건지 아니면 특정 인물을 미화할 건지 그도 아니라면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할 건지 말이다. 

우리 나라는 미국처럼 드라마나 영화 하나 망했다고 전체 제작진을 자르진 않으나 작은 회사라면 말 그대로 빚을 갚지 못해 회사 하나가 통째로 날아가는 일이 드문 건 아니다. 실제로 우리 나라도 많은 제작비가 들어간 작품이 하나 망하면 제작사가 망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드라마 원경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원경 왕후가 주인공이다. 

이방원과 이성계 이야기만 알고 있던 시청자들에게 원경 왕후의 존재감을 제대로 각인시킬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고 더 글로리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 차주영이 원경왕후 역할을 맡아 기대감이 컸었다.

특히 티빙에서는 19금 버전도 볼 수 있기에 나도 호기심에(?) 한 번 찾아 보았다. 

원래 사극을 좋아하지도 역사에 관해 많이 알고 있지도 못하고 있기는 한데 그래도 호기심이 동한 건 TVN에서 사극을 소재로 드라마를 만들었다는 점이었다. 우씨왕후는 처참한 성적으로 마무리가 되긴 하였지만 그래도 원경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정도는 있었기에 호기심 반 그리고 걱정 반인 상태로 감상을 시작했다.

전반적으로 보자면 드라마의 완성도와 재미는 크게 나쁘지 않다.

무난하게 아무 생각 없이 보면 그럭저럭 볼 만하다. 

대놓고 졸작 드라마라고 욕하기에는 애매하지만 그 정도 평가를 받으려고 이 비싼 드라마를 만들었을 거 같지는 않아서 조금 실망스럽다. 특히 우씨왕후 때와 마찬가지로 자극적인 설정으로 야한 드라마라는 이미지를 주려고 한 거 같은데 유명 배우가 노출을 하게 되면 관심이 가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흥행과 재미를 보장하는 건 아니라는 걸 제작진만 모르고 있다.

우씨왕후가 간 길을 그대로 가려는 거 같아서 초반부터 걱정이 앞선다. 

보면서도 저 장면에서 노출이 꼭 필요했는지는 정말 의문이다.

특히 초반 이방원과 원경의 합궁 장면은 굳이 이렇게까지 묘사해서 보여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을 했을 정도로 별로였다. 아무도 기대하거나 궁금하지 않았던 부분인데 이를 이토록 많이 보여주는 이유가 무엇인가. 게다가 차주영 배우는 가슴 노출까지 해가며 이 장면에 공을 들인 거 같은데 정말 필요한 장면이었던 건지는 여적 의문이다.

게다가 둘이 이렇게 사랑했던 것처럼 해놓고 이방원이 원경의 시종들과 골라서 잠자리를 하는 장면은 개연성 면으로 볼 때 납득하기가 조금 어려웠다. 물론 이방원이 왜 그렇게 원경 왕후를 치욕스럽게 만드는지는 설명이 되기는 하는데 그럴거면 애초에 초반에 둘의 화끈한 장면을 넣은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이방원이 원경의 집안에 열등감을 가진 상태라면 저 정도로 열렬히 사랑을 고백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지킬 앤 하이드가 아니라면 말이다. 

이야기 전개상 필요한 것도 아니고 전체적으로 봐도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기 위한 목적을 제외하면 이 합궁 장면을 만든 의도를 파악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게다가 차주영의 존재감도 의문점이다.

보면서 저 역할을 만약 젊은 고현정이 했다면 훨씬 더 잘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배우는 연기력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존재감이나 카리스마도 필요하다. 연기만 잘 하는 배우가 생각보다 장수하지 못 하는 건 그래서다. 시청자들은 연기력만 놓고 배우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배우가 전해주는 날카로움과 매력도 무시하지 못 한다.

그런 면에서 차주영은 연기력은 나쁘지 않으나 카리스마 면에서 여전히 아쉽고 부족하다.

이건 연기력으로 어떻게 안 되는 부분이기에 더 안타깝다. 

역할 자체가 욕심이 나긴 했겠으나 본인이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그걸 본인은 잘 모를 수 있는데 그렇다면 주변과 어느 정도 소통하고 나서 이 역할을 했어야 하는데 그런 판단 미스가 아쉬운 결과를 낳았다. 

일단 드라마 보면서 캐릭터에 다른 배우가 떠올랐다는 것부터가 실패라고 할 만하다. 

다른 거 다 떠나서 원경을 맡은 차주영이라도 무한 매력을 발산했다면 이 드라마는 나름 순항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뚜렷하게 매력이 넘치는 배우도 없고 그렇다고 이야기가 아주 재미있는 것도 아닌 데다가 역사적인 사실에 근거한 정통 사극 드라마로 보기도 어렵기에 이 드라마의 결과는 아직 초반이긴 하지만 쉽게 예상 가능하다.

망하지는 않겠지만 화제가 되지도 않을 거다. 

어쩌면 우씨왕후보다 더 소리소문없이 조용히 마무리가 될 확률이 높다. 

가뜩이나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게 바로 사극인데 이렇게 만들 거면 차라리 안 만드는 게 더 나아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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