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TVN 별들에게 물어봐 어지럽고 산만한 드라마

 픽팍의 드라마 이야기 

야심찬 계획과 그렇지 못한 결과 

편성을 못 받고 표류하다가 드다어 TVN에 정착한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는 제작비가 무려 500억이나 들어간 대작 드라마이다. 

배경이나 소재가 우주라는 걸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이긴 한데 나는 영화 더 문의 참사가 예상되어 딱히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요즘은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을 알아볼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유튜브 조회수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이 유튜브 어플을 하루 종일 들여다 보고 있는 시대에 기대하는 드라마의 선공개 영상이나 하이라이트 영상은 그냥 넘기기 어려운 자극 요소다. 

그런데 별들에게 물어봐는 영상 조회수가 기대 이상으로 낮았다.

이민호와 공효진 그리고 드라마 질투의 화신으로 팬이 많은 서숙향 작가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기대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말이다. 

게다가 500억의 제작비는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물론 넷플릭스가 방영권을 가지고 가면서 제작비 문제는 어느 정도는 해결이 된 것으로 보이는데 아무래도 높은 제작비가 편성에 걸림돌이 된 것임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어느 방송사도 이 비싸고 부담스러운 드라마를 편성하기 꺼려했다는 건데 1화만 놓고 보면 방송사에서 왜 선뜻 편성을 주지 않은 건지 쉽게 이해가 간다. 

일단 가장 큰 문제는 드라마 자체가 크게 재미가 없다는 점이다. 

연출 스타일이 독특하고 화려한 건 어느 정도 취향 차이여서 이해를 하겠는데 서사 자체가 크게 매력이 없다. 그리고 각본만 보면 2000년대 초반 재벌들이 대거 나오는 한국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물론 남자나 여자 주인공이 재벌 그 자체라고 보긴 어려우나 재벌들의 이야기가 전면에 나오는 건 부인하기 어렵다. 

특히 재벌들의 행동 방식이 너무 유치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내가 보고 있는 게 과연 2025년 드라마가 맞는 건가 의심이 될 정도다. 모든 재벌이 다 선한 건 아니지만 재벌을 무슨 질 낮은 조폭이나 양아치처럼 묘사해 놓고 있어서인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1화 분량만 놓고 본다면 이민호 단독 주연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인데 주인공 서사가 너무 시대착오적이다. 

아직도 이런 식으로 주인공 서사를 촌스럽게 빌드업하는 드라마 작가가 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서숙향 작가는 드라마 질투의 화신 이후로 히트작이 전무하신 분인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돈이 많이 들어간 작품을 쓰게 되셨는지가 궁금하다. 

배우 공효진과 이민호는 유튜브 예능에 나와서 우주를 배경으로 하지만 진지한 드라마가 아닌 가벼운 드라마라는 점을 어필했다. 나도 그 점에 있어서는 신선하다는 걸 인정한다. 그러나 우주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가벼운 서사라는 게 사실 믿기지 않는다. 다른 나라 특히 우주 배경 드라마나 영화가 많은 미국에서조차 시도하지 않은 설정이기에 더 그러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하지 않는 건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왜 우주를 배경으로 가벼운 설정의 작품이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필요했다고 본다. 사람들이 불구덩이에 뛰어 들지 않는 건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리고 만약 그러기로 했다면 제대로 된 이야기를 보여줘야 한다. 

이다지도 가벼운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갈 거라면 왜 우주가 배경이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설득이 필요한데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는 그런 점에서 나를 설득시키진 못 한다. 그저 독특하고 튀는 연출이 전체적으로 과하다는 인상만을 줄 뿐이다. 

특히 1화는 유튜브에서 자주 보는 드라마나 영화 영상을 요약해주는 편집 영상같다는 인상마저 받았다. 인물들은 모두 다 극적이고 과장되어 있으며 진정성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나름 진지하게 연기하는 공효진과 이민호의 연기가 드라마의 결과 맞지 않는다는 인상까지 받는다. 

묘하게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드라마 안에서 어색하게 삐그덕 거린다. 

그리고 내가 드라마에서 가장 싫어하는 요소가 또 있다.

바로 지나치게 설명적이라는 거다.

우주 배경의 드라마가 우리 나라에서 만큼은 전무했던 터라 설명하고픈 욕심이 많은 건 이해하는데 저런 식으로 대사로 설명을 하게 되면 편리하긴 하지만 그만큼 긴장감도 떨어진다. 오히려 서사적으로 더 풀어야 할 이야기는 후다닥 지나가고 그렇게 늘어지게 다루지 않아도 될 사연은 늘어지게 다룬다. 

특히 이민호가 공효진의 발 상처를 치료하는 부분에서 이민호가 공효진에게 반하게 된다는 설정은 아무리 봐도 납득하기가 어렵다. 분명히 훈련을 하는 과정에서 저보다 더한 접촉도 있었을 텐데 굳이 우주에 와서 반하게 되는 이유가 과연 무어란 말인가. 

구시대적인 배경과 설정도 이야기만 재미있으면 넘어 가려고 했는데 이야기 자체도 크게 매력이 없다 보니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그러기가 힘들다. 초반 30분이 넘어가자 계속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확인하는 내 자신과 마주하게 되는 건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다. 

관심이 안 갔으나 그래도 공효진과 이민호의 조합이라서 호기심에 1화는 참고 감상을 해 본 건데 시청률이 낮은 이유가 다 있었다. 500억 대작 드라마로 3%대의 시청률은 그야말로 굴욕적이라고 할 만하다. 

다시 한 번 드라마는 물량의 예술이 아니라 이야기의 영역이라는 걸 깨닫는다. 

아주 졸작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으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는 아무래도 역부족인 드라마다. 작품성이 그다지 뛰어나지도 그렇다고 재미가 있지도 않은 어정쩡한 드라마가 나왔다. 게다가 공을 들였다는 후반 작업도 크게 인상적이지는 않다. 

시각 효과라는 게 저 정도로 많이 사용되면 아무래도 과부하가 걸리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니 우주 배경의 시각 효과도 시원 찮아 보이는 역효과가 나온다. 거의 모든 장면에서 시각 효과가 사용이 되고 있는데 그야말로 과유불급이다. 

아니 정작 시청자들은 우주 배경의 드라마를 그다지 보고 싶어하지도 않는데 왜 지금 이런 철지난 이야기를 비싼 우주 배경으로 해야 되는지 나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이민호와 공효진만 나오면 무조건 다 볼 거라고 생각한 건가. 

제작비가 심각할 정도로 많이 들어간 드라마여서 무조건 성공은 아니어도 중박 이상은 해야 하는데 불안하지만 이미 시작부터 실패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서숙향 작가님은 이런 소재를 다루기에는 너무 감이 떨어지신 거 같다. 

그나저나 이민호는 파친코 때 연기가 좀 는다 싶었는데 역시나 연기력이 거기서 거기다. 하긴 아쉬울 게 없는 배우에게 연기력에 대한 진지한 고민같은 건 너무 사치가 아닐까.

결론적으로 공효진만 아깝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일본 드라마 무능한 타카노 후기

타카노 만큼이나 무능한 드라마 인기 만화 원작의 드라마 무능한 타카노가 2화까지 넷플릭스에서 공개 되었다.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로 1화만 보자 싶었는데 47분 내외의 1화도 다 보기가 곤혹스러웠을 정도로 재미를 찾기가 어려웠다. 보면서 만화 원작인가 싶었는데 역시나 만화 원작이었다. 일본은 만화를 드라마로 옮기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만화에 충실하다가 드라마 자체의 완성도를 말아 먹는 경우가 정말 많은데 이게 방송사나 PD의 문제라기 보다는 원작자의 입김이 강한 일본 만화 업계의 문제라는 생각도 든다.  일본은 원작자의 힘이 강력한 나라 중 하나이기에 만화의 내용을 하나라도 제외하거나 변경하려고 하는 시도 자체가 거의 불가능해서 우리 나라의 영화 감독 봉준호 조차 일본 유명 만화가의 작품을 영화화하는 걸 포기한 전적이 있을 정도인데 영상과 만화는 다르다는 점을 원작자들이 이해해줄 리가 만무하고 어느 정도 표현의 차이가 있다는 점을 타협하기가 불가능하기에 지금처럼 이도저도 아닌 작품이 나오게 된 게 아닐까 혼자 상상만 해본다. 정확한 건 내부자들만 알 수 있겠지만 말이다. 드라마 무능한 타카노는 시종일관 만화 같은 연출을 보여준다. 캐릭터에 대한 묘사와 대사 그리고 연출까지 만화를 그대로 옮긴 듯한 인상이다. 안 좋은 점이라면 이게 긍정적인 효과를 전혀 불러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캐릭터는 단순하고 이야기 전개도 유아적인 수준이기에 차라리 20분 내외의 시트콤처럼 가볍게 저예산으로 만들었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별 거 없는 이야기를 47분 분량으로 만들다 보니 이야기는 늘어지고 캐릭터의 매력은 사라지고 드라마의 재미도 가라앉는다.  애초에 완성도가 높은 일본 드라마를 찾아보기 힘든 요즘인데 일본 드라마 중에서 볼만한 작품은 방송사 작품이 아니라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 작품이 오히려 많기는 해서 그 괴리가 너무 크기에 이 정도면 방송사 드라마 작품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최근에 보면서 만...

일본 드라마 사자의 은신처 후기

다소 뻔하지만 볼만한 가족 드라마 일본 드라마를 즐겨 보지는 않으나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거나 극본이 좋으면 보는 편인데 디즈니 플러스 드라마 간니발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야기라 유야가 주연을 맡은 금요 드라마 사자의 은신처가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길래 호기심에 감상을 해 보았는데 주말 가족 드라마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스토리 자체가 좀 평이한 편이어서 크게 만족하지는 못 했다고 할 수 있다.  아직 1화 정도만이 공개 되었는데 무언가 전형적인 가족 드라마같은 느낌이 드는 데다가 이야기가 전개 방식도 조금 식상하긴 해서 크게 재미를 느끼지는 못 했다. 거의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며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동생 미치토를 돌보다시피하는 히로토가 결국 라이온을 경찰에 맡기지 못할 거라는 걸 누구나 알 수 있는 부분인데 갑자기 횡단보도에서 포효하며 달려가는 모습은 너무 오버스러워서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유독 일본에서 대안 가족 소재로 드라마나 영화가 많이 나오는 느낌인데 전통적인 가족이 해체 되는 일본 사회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일본은 우리 나라보다 출산율이 훨씬 더디게 무너지고 있는데 문제는 출산율 자체가 아니라 아이를 낳으면 안 되는 환경에서 아이를 낳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학대하거나 방치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나라도 정부나 지방 자치 기관에서 제대로 조사를 하지 않아서 그렇지 생각보다 방치되고 학대 당하는 아이들이 분명히 많을 거라고 생각 한다. 보통 아이들은 목소리를 내기가 힘드니 결국 죽거나 심각한 상태가 되어서야 세상에 알려지고는 하는데 그런 면에서 보자면 우리 나라에서 언론이나 영상 매체에서 가출 팸들의 이야기를 다루지 않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할 만하다.  투표권도 없고 나이도 어려서 존재감이 없는 가출 청소년들에 대해 다룰 때에 항상 범죄 관련 이야기로 들어올 수 밖에 없는데 생각해 보면 이런 청소년들은 피해자가 되거나 범죄에 뛰어 들어 가해자가 되거나 둘 중 하나의 길 밖에 남아...

티빙 드라마 스터디그룹 후기

 픽팍의 드라마 리뷰  티빙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추천 스터디그룹 후기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를 보고 나서  바로 시작하게 된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스터디그룹. 공교롭게도 둘 다 웹툰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그러니  비교를 안 할 수가 없다. 재미 면에서만 본다면 스터디그룹의 압승이다.  다소 거친 느낌이 드는 작품이긴 하지만 이런 게 바로 오리지널의 맛이 아니겠나. 수위나 소재를 생각한다면 전파를 타기 힘들어 보이긴 하는데 원래 티빙 오리지널 작품들은 공개 이후 TVN에서 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아마도 어느 정도 편집 과정을 거친 이후에 방송을 타게 될 거 같기는 하다. 전혀  잔인한 소재라는 생각이 안 들긴 했는데 대사에 ㅅㅂ이 정말 많이 나오는 데다가 폭력 수위가 상당해서 아이들이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재미있다.  아주 잘 만들고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는 생각은 사실 안 드는데 원초적인 재미를 제공해 준다. 특히 주인공 윤가민의 독특한 캐릭터가 주는 카타르시스가 상당하다. 중증외상센터에서 주지훈에게 거의 무매력을 느끼고 나서 이 드라마를 보니 황민현이 연기를 이렇게 잘했나 싶기도 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황민현은 연기력이 좋다기 보다는 캐릭터에 찰떡인 느낌이기도 하다. 배우 자체가 윤가민 이라는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 그런 시너지 효과도 절대 무시하지 못 한다. 마치 응답하라 1988에서 혜리와 덕선의 캐릭터가 거의 동일 인물인 것처럼 보인 것도 이와 비슷한 이치라고 하겠다.  개인적으로 황민현의 연기력이 아주 좋다고 보긴 어려우나 감독의 연출 스타일이 연기력을 커버해 주기에 크게 신경이 쓰이진 않는다. 뭐 막말로 황민현이 연기를 잘 한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 게 문제라면 문제인데 드라마가 워낙 호흡이 빠르고 거칠어서 크게 무리가 없다.  어찌 보면 연출이 모든 걸 보완해주는 구조다.  이장훈 감독의 연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