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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아메리칸 맨헌트 O.J. 심슨 후기

 픽팍의 다큐멘터리 후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추천 아메리칸 맨헌트: O.J. 심슨 후기] 

상상 이상으로 복잡한 사건 

라이언 머피가 제작한 아메리칸 크라임 스토리 시리즈를 본 터라 크게 궁금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혹시나 새로운 이야기가 있을까 싶어 감상을 시작했다.

그랬는데...

의외로 괜찮았다. 

조금 길어서 지루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고 삭제해도 될 만한 내용들도 있기는 한데 이 정도면 이 유명한 사건을 꽤나 다방면으로 심도 있게 다룬 거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4부작의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한 회차당 한 시간이 넘어서 총 4시간 반이 넘는 분량이긴 한데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흥미롭게 볼 만하다. 

이 사건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무조건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드라마 아메리칸 크라임 스토리에서는 잘 다루지 않았던 사건이 일어난 배경인 시대상과 재판 이후의 심슨의 후일담같은 것도 들어가 있어서 더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놀라운 건 이 사건에서 피해자가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라는 사실이었다. 드라마에서도 분명 언급이 되었겠으나 나는 여지껏 피해자가 심슨의 전 부인 니콜 한 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론도 있었다. 

심지어 론은 심슨과 직접적으로 아는 사이도 아니었다. 

파면 팔수록 심슨이 확실히 니콜을 죽였다는 게 확실해 지지만 왜 그 당시 배심원단은 무죄를 선고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아마 내가 그 때 배심원단 중 한 명이라도 했어도 무죄를 선고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다. 

물론 배심원단도 심슨이 니콜을 죽였다고 합리적으로 의심을 하고는 있지만 심슨의 호화로운 변호인단이 너무 재판을 잘 풀어 나갔다. 이 정도면 변호인단의 승리라고 봐야 하며 그들은 돈을 받고 제 할일을 했으니 비난을 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견의 여지없이 심슨은 전부인 니콜과 론이라는 남자를 잔인하게 살해했다. 여기에 대해서는 사실 의심의 여지가 전혀 없다. 자신의 저택에서 두 사람을 잔인하게 살인하고 그 증거를 제대로 치우지도 않았기에 평범한 사건이었다면 심슨이 무죄로 나올만한 여지는 전혀 없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평범한 사건이 아니었다. 

그 시대적 배경이 그러하다. 

LA 폭동이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고 로드니 킹 사건으로 인해서 인종 간의 갈등이 극에 달하던 시기였다. 물론 지금의 미국도 인종 갈등을 완전히 해결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그 당시는 폭동이 일어날 정도로 사회가 어지러운 분위기였다. 그런 와중에 로드니 킹 사건에 대한 판결은 유색 인종들을 분노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백인 경찰들은 연쇄 살인을 저질러도 처벌을 받지 않을 거라는 인식이 있었고 실제로 아주 틀린 말도 아니었다. 

그런 와중에 

모두에게 사랑받는 

유명한 흑인 스포츠 스타가 백인 여성을 죽인 사건이 터진다. 

누가 봐도 인종 갈등으로 밖에 흘러갈 수 밖에 없는 재판이었다. 게다가 당시 지역 경찰에서는 유색 인종 경찰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심슨의 사건에서도 거의 대부분의 백인 경찰들이 사건 현장을 조사할 수 밖에 없었고 심슨의 호화로운 변호인단은 이를 파고 들었다. 

특히 퍼먼 경찰의 존재감은 유별났다.

퍼먼 경찰은 잘 생기고 훤칠한 백인 경찰이었지만 백인이라는 자체의 문제보다는 그가 인종 차별주의자라는 게 심각한 결격 사유였다. 아마 심슨 사건을 담당하지 않았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그가 심슨 사건을 초기에 수사하면서 논란이 될 여지를 남겼다. 흥미로운 건 퍼먼 경찰은 사건 수사 자체는 공정하게 하였으나 그가 과거에 한 심각한 수준의 인종 차별적인 발언이 문제였다.

그는 과거 드라마 관계자와의 녹음 인터뷰에서 누가 들어도 민망할 정도로 유색 인종을 비난하고 폄하하는 발언들을 쏟아 냈다. 그리고 이 녹음 테이프를 심슨의 변호인단은 제보자로부터 입수할 수 있었다. 흑인이 용의자인 사건에서 극심한 인종 차별주의자인 백인 경찰이 사건을 초기에 담당했으니 검사 입장에서는 불리할 수 밖에 없었다. 

그가 아무리 심슨 사건을 공정하게 수사했다고 해도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미 전국으로 생중계가 되는 재판에서 퍼먼 경찰은 가장 미국에서 극악무도한 인종 차별주의자 경찰이 되어 있었다. 그의 과거 행동은 분명 잘못된 것이었지만 심슨 사건은 누가 봐도 모든 증거와 정황이 심슨을 범인으로 가리키고 있어서 기묘하게 흘러간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건 분명 심슨의 변호인단이 의도했던 일이다. 

겉으로는 인종 재판이 아니라고 하였으나 심슨 재판을 인종 사건으로 업그레이드 시킨 건 심슨의 변호인단이었다. 심지어 배심원단들도 거의 대부분 유색인종이었다고 하니 처음부터 이기기가 힘든 사건이었다. 검사 측에서 증거가 너무 많으니 순간 방심을 많이 했을 거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당시 많은 유색인종들이 심슨을 응원했는데 이들 역시 심슨이 무고하다는 생각을 한다기 보다는 흑인 피의자와 백인 경찰이라는 구도에 감정 이입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심슨이 무죄를 선고 받고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는 흑인들이 상당히 많았는데 이들은 심슨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유색인종 전체를 위해서 기뻐하고 눈물을 흘렸다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흑인들 입장에서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던 재판에서 이겨 버린 거다. 

사실 만약 이 재판에서 심슨이 유죄를 받았다면 제 2의 폭동 사태가 벌어졌을 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배심원단은 철저하게 격리를 하면서 참여를 하긴 하였으나 주변 상황을 아예 모르기는 힘들었을 테고 그러한 여론이 분명히 평결에 영향을 미쳤을 게 틀림없다. 심지어 보통 재판이 다 마무리되고 평결을 도출하는 데에는 최소 몇 주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았으나 단 4시간 만에 평결이 마무리된 걸 보면 배심원단들도 지쳤던 게 틀림없다. 

실제로 재판이 9개월 가까이 걸리면서 배심원들도 집에 가고 싶었을 거다.

그리고 재판 마지막에 심슨이 범죄에 사용했다고 여겨지던 장갑이 심슨의 손에 맞지 않으면서 재판은 상당히 다른 국면을 맞이 한다. 라텍스 장갑을 끼고 있었고 심슨의 손이 워낙에 커서 대형 크기의 장갑이 평소에도 잘 맞지 않는다는 사실은 배신원단에게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며 연기도 하던 심슨이 억울한 표정으로 장갑이 맞지 않는다는 걸 배심원단 앞에서 시현하는 바람에 아마 이때부터 재판의 결과는 이미 나온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나중에 검사 측에서 원래 심슨은 어느 장갑을 껴도 완벽하게 맞는 게 없으며 당시 라텍스 장갑을 끼고 있었고 관절염 약을 먹지 않아 관절이 부풀어서 장갑이 완벽하게 맞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다시 주워 담을 수 없었다. 심슨은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서 호화 변호인단을 구성했고 이렇게 구성된 변호인단은 전방위적으로 재판을 준비했기에 국민 세금으로 준비하느라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던 검사들이 이 호화 변호인단을 이기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다.

심지어 심슨의 배심원단은 몸값이 비싼 변호인만 17명 정도였는데 검사는 고작 2명이서 이 호화 군단을 상대해야 했으니 검사들이 불쌍할 지경이다. 

심지어 DNA 결과도 오염이 되었다는 식으로 변호인단이 몰아가면서 수 많은 증거들이 무용지물이 되었다. 변호인단이 워낙에 잘한 것도 있으나 내가 보기에 검사들 역시 생각보다는 안일하게 재판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증거가 워낙에 많고 누가 봐도 심슨이 죽였다는 게 확실해 보이니 생각보다는 철저하게 준비를 하지 않았으며 다큐멘터리 역시 누락된 증거와 증인들을 보여주면서 왜 이 수 많은 증거들이 재판에 사용되지 않았는지 의문점을 제시하고 있다. 

생각보다 더 많은 증거와 증인들이 재판에서는 사용되지 않았고 그대로 버려지고 말았다. 보다 더 철저하게 준비하고 심도있게 준비했다면 재판을 이기는 건 물론 재판을 티비 화면으로 바라보는 대중들도 설득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부분은 확실히 아쉽지만 당시 심슨이 워낙 재력가 였기에 상대가 안 되는 게임이었다고 보는 게 맞을 테다. 

심슨이 어마무시하게 재력이 있었던 게 재판을 이기는 데에 큰 도움을 준 게 맞기는 하다. 애초에 저 정도로 호화로운 변호인단을 구성할 수 없었다면 재판을 생각보다 빨리 종결되고 심슨은 무난하게 무기 징역 정도의 결과를 받아 들였을 테다. 

하지만 

심슨은 돈이 어마무시하게 많았고

그 돈으로 미국 최고의 변호사들을 모을 수 있었다. 

이들은 각자의 할 일을 했고 

혈흔과 DNA 증거가 오염되었다는 변호인 측의 주장에 배심원단은 흔들렸고 결국 마지막 장갑에 결정타를 맞았다. 아마 내가 배심원단이었더라도 무죄에 손을 들 수 밖에 없었을 거다. 심정적으로는 심슨이 아내인 니콜과 론을 살해했다는 게 99.999% 확실하지만 증거들이 오염되었고 인종 차별주의자가 수사에 연관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재판 과정에서 듣는다면 어쩔 수가 없다. 

그리고 결과는 다들 알다시피 형사 재판에서 만큼은 무죄가 나왔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형사 재판보다는 덜 까다로운 민사 재판에서는 유죄가 나왔고 심슨은 무려 3천만 달러가 넘는 돈을 배상하라고 하였으나 결국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무래도 심슨이 그 돈이 있을리도 만무하고 아마 있었다고 해도 형사 재판에서 무죄를 받으려고 고용한 호화 변호인단을 꾸리느라 모은 재산을 다 탕진했을 가능성도 크다. 게다가 민사 재판이어서 강제성이 없어서 아직까지 지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만 봐도 심슨이 얼마나 돈이 없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나중에는 세금도 내지 못 해서 자신이 오래 살던 집도 경매로 넘어갈 정도였다고 하니 심슨이 형사 재판을 위한 호화 변호인단에게 돈을 얼마나 쓴 건지 궁금해지긴 한데 이건 아직까지 밝혀진 게 없다. 

그렇다면

세기의 재판

그 이후 심슨은 어떻게 되었을까. 

심슨은 형사 재판에서 무죄를 받은 이후로 다시 한 번 화려하게 연예계 생활을 하며 재기를 노렸으나 이미 사람들의 뇌리에 부인을 무자비하고 잔인하게 살해한 남자라는 인식이 있어서 다시 한 번 부활하기는 불가능했다. 이미 사람들 역시 심슨이 평소에 전부인 니콜을 얼마나 잔인하게 학대하고 폭행했는지를 다 알아 버려서 과거처럼 좋은 이미지로 연예인 활동을 하는 거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였다. 

그 와중에 라스베이거스에서 과거 자신의 물건이었던 걸 훔치다가 걸리면서 강도죄로 무려 33년형을 선고 받고 9 년만에 가성방이 되어 나온 이후 또 한 번 관종 짓을 하다가 결국 작년 4월에 지병으로 숨을 거둔다. 

나는 심슨이 죽은 것도 모르고 있었기에 여기서 다시 한 번 충격을 받았다. 

유명한 스포츠 스타였고 연예인으로도 승승장구하던 사람이 전 부인 니콜과 론이라는 남자를 죽이게 되었고 전미국을 뒤 흔든 그 유명한 재판을 통해 결국 무죄를 선고 받았다. 하지만 이후 또 한 번 망나니처럼 행동하다가 결국 감옥에 들어가게 되었고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채로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건 재판 과정에서 흑인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심슨은 스스로를 흑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주변 지인들 역시 심슨은 자신이 흑인 취급을 받는 걸 좋아하지 않았고 흑인 인권 운동을 위해 그 어떤 기부나 운동도 하지 않았던 걸 보면서 그저 운이 굉장히 좋았던 사람이라는 생각만이 들었을 뿐이다. 

아마 지금 이런 일이 미국에서 일어 났다면 무조건 유죄가 나왔을 테고 전부인을 반복적으로 폭행한 전력을 보면 살인으로 결말이 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대중들도 많았겠지만 그 당시는 가종 폭력에 대한 일반적인 여론조차 형성되지 않은 시대였고 무엇보다 흑백 차별 논란이 있었던 터라 이런 어이없는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가장 안타까운 건 바로 론이라는 남자인데 그저 니콜의 어머니가 레스토랑에 두고 간 안경을 주려고 니콜에 집에 갔다가 변을 당한 터라 이 정도로 운이 없는 것도 참 신기할 정도인데 재판에서도 거의 언급이 안 되어서 사람들은 이 사건에서 론이라는 사람이 죽은 것도 기억을 하지 못 한다.

다큐멘터리를 보면 론의 여동생이 나오는데 이 정도로 분노하고 아직까지도 심슨의 범죄를 알리기 위해서 노력하는 게 충분히 이해가 갈 정도다. 심슨 사건이나 재판에서 완벽하게 잊혀진 건 바로 론이기 때문이다. 

나는 10부작의 드라마를 보았음에도 론이라는 사람이 죽었다는 걸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보면서 처음 알았을 정도다. 그리고 그냥 죽인 것도 아니고 거의 참수 형식으로 잔인하게 죽였다는 것 역시 자세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두 시신 모두 목이 거의 잘려 나간 상태로 발견되었는데 운동 선수이다 보니 힘도 좋았기에 충분히 가능한 부분이다. 

이후 비행기를 타고 도주하려고 했고 구속 기소가 확정되자마자 자신의 자동차를 타고 도주를 한 것만 봐도 빼박 범인인데 이 사건이 무죄가 나왔다는 게 정말 신기할 정도다. 미국은 여전히 배심원단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게 과연 맞는 건지도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된다. 

많은 사건 관계자들이 나오면서 인터뷰를 하시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심슨의 개인 에이전트였다. 미국은 영화 제리 맥과이어에도 나오지만 선수는 스포츠 에이전트와 거의 가족과 같은 관계인데 나중에 이 분도 결국 심슨과 결별하면서 인생이 망가지게 된다. 그런데 본인 역시 니콜이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하는 걸 알고 있었고 결국에는 심슨이 니콜과 론을 죽인 걸 믿을 수 밖에 없었다고 고백한다.

다큐멘터리에 나온 

많은 관계자들 중에서 가장 진정성있는 분이어서 특히나 인상에 남는다. 

게다가 인종 차별주의자로 굉장히 욕을 먹었으나 자신의 이런 상태를 겸허하게 받아 들이는 퍼먼 경찰도 안쓰러웠다. 이 분은 이후 연금을 받기 위해서 잘리기 전에 미리 사표를 쓰고 다른 일을 하신 것으로 아는데 워낙에 유명한 재판에서 인종 차별주의자로 낙인이 찍혔기 때문에 그 이후의 삶도 굉장히 고단했을 거라는 게 눈에 선하다. 

드라마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시대적인 배경과 심슨 재판과 관련해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꽤나 자세하고 방대하게 다루고 있어서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다. 재미있는 건 미국은 30년 가까이 지나긴 하였으나 여전히 인종 갈등으로 사회가 분열되고 있다는 점인데 이런 걸 보면 정치 사회적인 노력이 없다면 사회는 전혀 발전이 없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걸 실감한다고나 할까.

우리 나라도 현재 상황을 보면 아주 남일 같지는 않아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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