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팍의 드라마 이야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추천 아수라처럼 후기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좋아한다면...
감독님의 팬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 두 개의 작품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영화와 드라마를 챙겨 보았다.주로 영화를 감독하시기는 하지만 드라마도 몇 편 정도 만드신 것으로 알고 있다. 본인이 인터뷰에서 말하시길 영화 감독이어서 영화만 만들고 싶은데 본인의 작품이 항상 일본 내에서 흥행을 하는 건 아니기에 경제적인 여건상 드라마도 만든다고 이야기를 하셨다.
한 마디로 돈 때문에 가끔 드라마도 한다는 말이다.
한 때 일본에서 제작비 지원을 받지 못해 다국적 영화사와 일을 하신 전적도 있으신데 이번 드라마는 나오는 배우들도 그러하고 넷플릭스 제작이어서 돈 때문에 만드신 거 같지는 않고 1979년 배경인 데다가 그 동안 일본에서 여러 번 리메이크가 된 인기 작품이긴 해서 무언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기는 했다.
일본 내에서는 이미 알려진 내용이긴 하겠지만 일본인이 아니라면 사실 이 원작에 대해서 알기는 어렵다. 소설이 원작이라는 점과 여러 번 영상화 되었다는 게 다인데 그래서 얼마나 매력적인 이야기이길래 이렇게나 리메이크가 자주 되는 건가 싶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가족 드라마이긴 한데 불륜을 소재로 한 굉장히 통속적인 드라마라고 볼 수 있다.
지금에 와서 굳이 이 이야기를 고레에다 감독이 왜 끌고 왔는지 조금 이해가 안 가기도 한다. 시대착오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1979년이 배경이어서 그런지 네 자매가 주인공이긴 하지만 여성 인권이 굉장히 낮은 시기여서 남자인 나도 보면서 답답한 지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일본은 원래도 여성 인권이 굉장히 낮은 나라 중 하나인데 우리 나라도 사돈 남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일본은 유럽만큼 잘 사는 나라치고도 여성의 인권이 말도 못할 정도로 낮아서 욕을 많이 먹는 나라 중 하나다.
그런 일본이 배경이고 시대는 무려 1979년이다.
남자들이 집 안에서 당당하게 실내 흡연을 하는 게 당연시되던 시대이고 남자 한정 불륜을 해도 누구보다 뻔뻔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실제로 일본은 지금도 유명인의 불륜에 상당히 관대한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남자들은 살기가 참 좋았던 그리고 그에 반해 여자들은 무조건 참고 살아야 했던 시대라고 볼 수 있다. 좋은 직장을 가지고 혼자서 잘 살고 있어도 남자 친구나 결혼을 안 했다는 이유로 구박을 받는 게 자연스러운 그런 구리고 구린 시기였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왜 이런 시대 배경의 이야기를 감독이 가지고 돌아 왔는지 조금 이해가 안 가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고레에다 감독의 전작 드라마는 게이샤를 다루기도 했었다.
냉정히 말하자면 게이샤 역시 좋은 면만 있는 건 아닌데 지나치게 미화하려는 거 보고 이 감독의 여성관이 조금 의심스럽게 느껴지기는 했다. 세계적인 감독이긴 한데 생각보다 여성 인권에 대한 의식이 바닥을 치는 느낌이랄까. 게이샤를 소재로 감동적인 드라마를 만든다는 설정 자체가 얼마나 인권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는지를 보여준다고 하겠다.
특히 네 자매의 어머니를 보면 답이 좀 나온다.
나이 70이 넘어서도 40살의 여자와 바람을 피는 남편과 그 모든 걸 알고 있으면서도 가정의 평화를 위해 온화한 표정을 유지하는 어머니라니. 구석기 시대 이야기라고 해도 믿지 않을 이야기를 들고 나온 저의가 무엇인가. 이 상황에서 가장 피해를 보고 마음을 졸이는 건 단연코 어머니인데 모든 걸 참고 인내하는 어머니가 대인배처럼 묘사되는 게 이상할 정도로 기묘하다.
원작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기에 보기 시작한 거지 만약 내용을 알았다면 절대로 시작도 하지 않았을 만큼 비린내가 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작품 안에서는 누구 하나 평가하지는 않으나 은연 중에 이 시대의 남성들을 그리워하는 향수가 작품 안에서 느껴진다.
그래서 사실 불편하기 그지없다.
그 시절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건 개인적인 취향이라고 생각해서 어쩔 수 없다 싶지만 이걸 이 좋은 배우들을 데리고 이야기하는 게 조금 이해가 안 간다. 개인적으로 아주 대단한 감독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은 분 중 한 명이고 과대 평가된 감독 중 하나라고 생각해서 좋은 평가를 주기 싫어하는 감독 중 하나인데 이번 작품 역시 실망스럽다.
나는 사실 고레에다 감독의 아주 초기 시절 작품을 제외하고는 재미있게 본 작품이 없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어느 가족 역시 생각보다 지루해서 충격을 받았을 정도다. 그리고 그 이후 작품 역시 거의 다 실망스러웠다. 최근에 호평을 받은 영화 괴물 역시 감독 본인의 매력보다는 유명 각본가의 마력이 작품을 압도해서 고레에다 작품 특유의 개성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서 실망스러웠다.
드라마 아수라처럼은 제목에 비해서 대중적인 재미를 가진 작품도 아니고 너무 구시대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실망스럽긴 한데 인간이라는 존재는 욕망에 솔직하고 항상 흠을 가진 상태이기에 누가 시청해도 무난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긴 한다.
단지 다음 이야기가 전혀 궁금하지 않은 전개가 문제라면 문제다.
늙은 아버지의 불륜으로 가족의 비밀이 드러나는 이 가족의 이야기가 그다지 궁금하지 않다.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이야기라는 건 그만큼 평범하고 특별할 거 없는 이야기라는 건데 이를 굉장히 담담하게 연출하면서 이야기 자체의 매력도 휘발된다. 이런 시대착오적인 이야기를 2025년도에 가지고 들어오다니 감독의 시대 감각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러나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여자들이 저 시대에 결혼을 무조건 했어야 하는 이유랄까.
나도 보면서 왜 나의 어머니는 사람만 좋고 돈 버는 능력은 제로인 아버지와 결혼했을까에 대해서 어느 정도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저 당시에는 여성들은 좋은 직업을 가지기도 힘들었고 당연히 결혼하면 일을 그만둘 거라고 생각하던 시대였다. 그런 악순환 속에서 여성들은 전문직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남성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
심지어 경제적으로 발전한 일본일지라도 말이다.
지금처럼 커리어 우먼으로 활약하는 건 복권 당첨보다 어려운 시대.
드라마 안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된 직장을 가지고 있는 셋째가 어떻게 묘사가 되고 있고, 어떠한 취급을 받는지만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 시대에서 여성 혼자 자주적으로 살기는 어렵다. 나이가 먹고 이제 편하게 늙어가야 할 나이에도 하반신 단속을 못 하는 늙은 남편 덕분에 하루도 편할 날이 없는 그야말로 지옥같은 삶이다.
그리고 드라마와 관련은 없지만 1979년 임에도 일본은 지금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새삼 일본이 한국 전쟁 이후로 얼마나 돈을 벌고 번성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일본이 우리 나라가 북한과 전쟁하기를 누구보다 바란다는 걸 절실하게 알 수 있었다. 내 나라에서 전쟁하면 내가 망하지만 내 옆나라가 전쟁하면 나는 돈을 벌 기회를 누릴 수 있기에 그러하다.
모르긴 몰라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마치면 두 나라와 관계 설정이 나쁘지 않은 우리 나라는 생각보다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예측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제조업을 아직도 제대로 하고 있는 나라가 생각보다 없고 전후 재건은 제조업이 중심이기에 그러하다.
갑자기 이야기가 딴 길로 새기는 하였으나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무난하게 볼 만은 한데 잘 만든 드라마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완성도가 높은 드라마도 아닌 데다가 시대와 어울리지도 않아서 왜 만든 건지 조금 의문이 드는 드라마가 아닐 수 없었다. 이 정도로 별로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조금 놀랐을 정도다.
그나마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은 보는 재미는 크다.
그거 말고는 딱히 장점을 모르겠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도 이제 정점에서 많이 내려오신 거 같기는 하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