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팍의 드라마 리뷰
티빙 일본 TBS 단막극 드라마 일드 추천 슬로우 트레인 후기 결말
그렇게 가족이 된다
마츠 다카코이야기를 하지 않고 이 드라마를 논하기는 어렵다.
일본의 명문가에서 태어나 지금까지도 최고의 자리에 있는 배우인데 현재 47살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관리를 잘 해서 그런지 여전한 미모를 자랑하고 있다. 게다가 다른 배우들처럼 과도하게 관리한 느낌도 아니라 참 자연스럽고 지혜롭게 나이가 들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마츠 다카코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냐 하면
과거에 이런 말이 있었다고 할 정도다.
수영복 화보를 안 찍어도 되는 사람은 마츠 다카코 뿐이라고.
이 이야기가 나오게 된 배경이 궁금할 사람이 있을텐데 지금은 그러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과거만 해도 일본에서 젊은 여성이 연예인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속살이 드러나는 수영복 화보를 찍어야만 했다.
실제로
일본의 서점에 가면 유명 여성 연예인들의 수영복 화보만으로 꾸며진 두꺼운 책을 발견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여성 연예인들은 거의 다 이 수영복 화보를 발간했다.
물론 아주 선정적인 화보라고 보기는 어려우나
애초에 수영복 화보의 발간 목적 자체가 선정성과 거리가 아주 없다고 보기도 어렵다.
정말이지
거의 모든 여성 배우들이 이 수영복 화보를 발간하는 게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던 시대에도 마츠 다카코 만큼은 그런 수영복 화보를 안 찍어도 되는 위치에 있었다는 게 의아할 수도 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연기를 워낙에 잘 하고 인기가 많아서 라기 보다는 마츠 다카코가 태어난 집안이 워낙에 일본에서도 알아주는 명문가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을 모르고 마츠 다카코는 무언가 특별해서 그런 화보를 안 찍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는 점이 재미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나오게 된 배경 역시
수영복 화보를 찍기 싫다고 우는 어린 여성 배우 지망생에게 관계자가 했다고 회자가 되면서 퍼진 이야기였다는 점이 다소 슬픈 일이다.
울만큼 싫은 일이지만 무조건 해야 하는 일이라니.
우리 나라는
여성 배우들이 작정하고 수영복 화보를 발간하는 게 일반적인 일은 아니었으나 일본은 지금도 이런 식으로 화제성과 인기를 유지하는 연예인들이 꽤 많다. 그런데 이건 뭐 일본만 그런 게 아니라 할리우드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오스카 수상까지 한 유명한 흑인 여배우는 차기작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가슴을 노출하는 조건으로 무려 100만 달러를 보너스 출연료로 받은 사례까지 있을 정도다.
지금은 어느 정도 시장이 세세하게 분류가 되어 있어서 유명한 배우가 벗는 일로 화제가 되는 시대는 아니지만 그 당시에는 그러했다.
쓰다 보니
마츠 다카코 이야기만 한 가득인데
명문가이긴 하지만 마츠 다카코는 연기도 잘 하고 작품을 보는 눈도 좋아서 전성기 시절에는 일본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기도 했다. 게다가 지금도 연극 영화 그리고 드라마까지 가리지 않고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이번에는 TBS 신년 단막극으로 돌아 왔는데 마츠 다카코도 대단한데 나머지 배우 출연진 라인업도 꽤나 화려한 편이다. 일본에서 드라마 하나 주연으로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사람들이 대거 나온다.
타베 미카코
마츠자카 토리
호시노 겐
그리고 릴리 프랭키까지
한국 배우로는 주종혁이 나오는데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긴 하였으나 드라마 작가가 한국인 남자에게 가지는 선입견이 얼마나 편향적인지 다시금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일본 여자들은 다정하지 않아라고 소리치지만 정작 한국 남자들의 현실은 크게 들여다 보지 않은 느낌이고 사실 그럴 필요도 없긴 해서 크게 거슬리진 않았다.
오히려
주종혁이 나와서 조금 분위기가 사는 효과가 나긴 해서 적절한 장치였다고 보여진다.
우리 나라 사람들 역시 일본인이나 중국인들에게 가지는 고정 관념이 있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신년 특집 단막극은
전형적인 가족 드라마이며
잔잔한 드라마다.
신년에 가족끼리 보기 좋은 주제인데 2025년 신년 드라마여서 그런지 어느 정도 분위기가 바뀐 일본 가족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특히 막내 남동생이 게이로 나오는 것 역시 최근 동성혼에 대해서 긍정적인 일본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둘째가 갑자기 부산으로 가서 한국 남자와 사는 것 역시 트렌드를 반영한 거지 크게 의미하는 바가 있지는 않아 보인다.
그보다는 부모를 일찍 여의게 된 세 남매가 어떻게 성장하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가 핵심 주제인데 교통 사고로 묘사가 되고 있긴 하지만 은연 중에 일본인들에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어떠한 의미였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갑자기
가족을 잃은 사람들
친구와 지인들을 잃은 사람들
그리고 학교에서 대피하던 사람들이 한 번에 쓰나미로 목숨을 잃게 된 일까지
동일본 대지진은 아직까지도
일본 현대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둘째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 미래가 불안하다고 이야기하는 것 역시 이해가 간다. 그래서 아마도 지진이나 자연 재해 피해가 많지 않은 한국으로 이주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며 그런 둘째 앞에서 이상향에 가까운 한국 남자는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사랑하겠다고 맹세한다.
이보다 더 적절한 사랑 고백이 있을까.
실제로
일본인들은 자연 재해로 인해 가족이나 친척 그리고 지인을 잃은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제정신을 부여 잡고 살아 가는 게 하나의 큰 도전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부모는 없지만
세 남매가 누구보다 끈끈한 건 다 이유가 있는 거다.
어렸던 동생들은 누나가 자신들 때문에 결혼을 못 했다고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누나는 오히려 그런 동생들을 생각한다기 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인생을 살아 왔었다. 이런 걸 보면 아무리 가까운 가족이라고 해도 대화를 나누지 않으면 상대방의 진심을 알기 어렵다.
하물며
모르는 사람은 어떨까.
그렇게 오랜 시간 살을 맞대며 살아온 가족도 서로를 이렇게나 모르는데 아무리 사랑한다고는 하지만 남이라면 당연히 내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러니
대화를 하자.
끊임없이
지칠 때까지
그러다 보면 서로를 이해하는 순간이 온다.
그리고 누군가 나에게 대화를 청하면
조용히 들어주는 지혜를 발휘하자.
결국은
가족끼리도 대화가 없이는 제대로 된 소통은 불가능하다. 처음에 둘째가 왜 한국으로 갑자기 이주하는 건지 도통 이해를 못한 큰 누나도 둘째의 진심을 듣고는 둘째가 왜 한국에 올 수 밖에 없었는지를 심정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그게 한국일 필요는 없었지만 일본에서는 그런 안정감을 느끼는 게 불가능한 둘째에게 한국은 도피처이기도 하지만 안식처이기도 하다.
그리고
가족이라고 해도
싸워도 좋다.
아니 싸워야 한다.
그런 식으로라도
이야기를 하는 거 자체가 관계가 이어지고 발전한다는 증거다.
잔잔한 드라마이긴 하지만
의외로 각본도 연출도 그리고 연기도 좋아서 만족스러웠다.
특히 마츠 다카코의 존재감은 여전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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