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팍의 드라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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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형사의 대단한 집념과 의지
생각해 보면 범죄 사건을 해결하는 건 대단히 소모적인 일이다.
자본주의 시스템 하에서 보자면 언제 해결이 될지도 모르는 일에 경찰 병력을 투입하고 시간을 쏟아 붓는 건 아무리 시스템을 유지하려는 목적이 있다고는 하지만 소모적으로 보일 뿐이다. 특히 하나의 살인 사건에 16년이라는 긴 시간을 투자하는 경우라면 말이다.
실제로 스웨덴에서 아침에 벌어진 묻지마 살인 사건은 목격자도 있는 데다가 밝은 시간대에 이루어진 일이어서 경찰도 그리고 피해자의 가족들도 금방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내가 보기에도 크게 어려운 사건처럼 보이지도 않았기에 나 역시 금방 해결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건은 한 달이 지나고 일년이 지나고 무려 16년이 지나고 나서야 어렵사리 해결이 되었다.
그것도 미제 사건으로 묻힐 뻔하다가 사건을 담당한 집념의 형사가 끝까지 물고 늘어지고 새로운 기술이 발견이 된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담당 형사와 족보학 연구자가 아니었다면 아마 이 사건의 범인은 평생토록 잡히지 않았을 거다.
아니 그럴 거라고 확신한다.
담당 형사의 확신과 집념
올림픽에 출전한 경험이 있는 형사이기에 시민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본인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던 담당 형사는 이 사건을 담당하면서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 한다. 곧 태어날 아이 덕분에 사건에서 손을 놔도 누구 하나 뭐라고 할 사람은 없으나 아직 10살도 되지 않은 어린 아이가 살인 피해자가 된 덕분에 형사는 이 사건을 손에서 절대로 놓을 수 없었다.
게다가 그 어린 아이를 구하려던 누구보다 선하고 존경받던 중년 여성의 죽음은 이 사건에 많은 의문점과 동시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도대체 누가 오전 8시에 사람들이 왕래가 잦은 길거리에서 허접한 칼로 사람을 둘 씩이나 죽이는 걸까.
말도 안 되는 데다가 이해도 안 되는 터라 아무리 묻지마 살인이라고 해도 좀 황당하고 어이가 없기는 했다. 인종 차별로 인한 살인이라고 보기에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연쇄 살인범도 아닌 데다가 조용한 도시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시민들이 받은 충격을 상상을 초월했다. 사실 사람의 왕래가 아주 잦은 지역이라면 범인이 금방 잡혔겠으나 주택가인 데다가 이른 시간이었기에 목격자가 겨우 한 명이었고 그 목격자 역시 문제가 있어서 범인의 몽타주도 제대로 그리기 어려웠다.
중년 여성 혼자서 이 사건을 홀로 목격했고 범인의 얼굴을 보긴 하였으나 범인이 빠른 속도로 달려서 목격자를 지나갔고 중년 여성은 사건을 목격한 충격으로 초반에는 범죄자의 얼굴조차 제대로 기억해내기 어려워 했다. 이건 뭐 심리적인 면에서 보자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기에 목격자를 탓하기는 어렵지만 사건을 수사하는 입장에서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이미 거의 기본적인 심리학 이론이긴 하지만 사람은 큰 충격을 받으면 관련 기억을 뇌에서 자동으로 없애 버리기도 한다. 무엇보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인 행동으로 꽤나 많은 사람에게서 나타난다.
그래도 결국 목격자는 최면 치료까지 받아가면서 범인의 몽타주를 만들긴 하였으나 몽타주만으로는 범인을 잡기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역시나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특히 스웨덴은 자동차에 블랙 박스나 골목마다 CCTV가 흔한 우리 나라와는 다르기에 목격자의 진술이 아니면 용의자를 특정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범죄자의 혈흔이 발견되고 DNA 조사를 통해서 범인을 밝혀낼 수 있긴 하였으나 개인 정보 보호로 인하여 용의자라고 하더라도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DNA를 받아 내는 것조차 불가능한 게 스웨덴의 현실이었다.
한 마디로 굉장히 많은 한계 상황에서 사건을 해결해야 했던 것인데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의식이 얕은 나같은 사람에게는 굉장히 답답한 부분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범인 한 명 잡겠다고 나의 개인 정보가 여기저기에 이용되는 것도 썩 기분 좋은 일이 아니라 유럽이 이 정도로 개인 정보 보호에 진심인 게 한 편으로는 부러우면서 이해가 가기도 한다.
단 한 명인 목격자도 크게 도움이 안 되고 DNA 정보만으로는 광범위한 용의자들을 모두 잡아 들여 조사할 수 없기에 제보에만 의지할 수 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니 당연히 사건의 해결도 차일피일 미뤄지게 되었다.
보통 이런 사건은 몇 달 동안 해서 해결이 안 되면 다른 사건으로 넘어가야 할터인데 담당 형사는 피해자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과 죄송함 그리고 집념으로 인해 하나의 사건에만 무려 16년을 매달리게 된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담당 형사가 아니었다면 절대로 해결되지 않았을 사건이라고 봐도 무방한데 시간이 흐르면서 DNA 정보로 나의 조상이나 가족을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을 발견한 사람이 나타나면서 범인 검거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다.
그리고 냄새를 맡은 기자
처음에는 이 여성 기자가 나오기만 해도 혈압이 오를 정도였다.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지는 못할 지언정 저건 누가 봐도 사건 해결을 방해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우리 나라 언론을 보면 저런 기자가 이런 사건에서는 필요악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형사에게 감정 이입을 심하게 하느라 너무 경찰 입장에서만 생각하게 되는데 실제로 이런 범죄 사건에서 객관적인 시각은 필요하기 마련이고 기자들 만큼 냉철하게 다방면으로 모든 걸 검토하는 사람들도 없기 때문이다.
기자들 역시 특종을 써내려가고 싶은 욕망도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대중의 알권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어서 더 그러하다. 아이러니한 건 기자가 족보학자를 인터뷰하려고 낸 DNA 정보가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열쇠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알고 보니 범인은 해당 기자의 사촌 중 한 명이었고 덕분에 경찰은 개인 정보 보호법을 조금 위반하긴 하였으나 결국 16년 만에 사건을 극적으로 해결하게 된다.
최근에 전개가 빠르고 자극적인 드라마만 보다가 아무리 실화 바탕이라고는 하지만 이 정도로 전개가 답답하고 고구마 섞인 이야기를 듣다 보니 조금 힘이 빠지긴 했는데 중반부 이후부터는 나도 모르게 몰입해서 흥미롭게 보기는 했다.
어쩌면 이렇게 지지부진한 사건 해결 과정이 실제와 더 가깝지 않을까.
최근의 범죄 드라마들을 보면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사건이 해결되고 범인이 잡히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실제 환경에 적용해 보자면 반대의 사례가 더 많을 거라는 건 불보듯 뻔하다. 우리 나라의 경우 워낙에 주변에 카메라들이 많고 사람도 많아서 범죄 사건 같은 경우 해결이 빠르게 되는 편이지만 유럽만 봐도 과거의 삶의 태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아서 작정하고 숨는다면 범인을 잡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유럽은 경계가 애매해서 다른 나라로 도망을 가버린다면 잡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나마 이 사건의 범인은 사건 현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혼자 외롭게 살고 있었기에 그나마 검거가 가능했다.
사건을 맡은 담당 형사의 집념과 투지가 아니었다면 절대로 해결되지 못했을 거라 보면서도 존경의 마음이 다시 한 번 끌어 올랐다. 저런 형사가 과연 세상에 얼마나 될까. 많은 범죄 피해자 가족들이 사건의 범인은 커녕 종종 피해자의 시신마저 발견하지 못 하고 여생을 보내는 경우도 많은데 그런 의미에서 이런 형사를 만난 건 피해자 가족들에게도 복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이 형사 분은 그렇게나 사이가 좋던 부인과도 이혼하고 아들과도 어색한 사이가 되지만 사건이 해결되면서 다시 한 번 가족에게 돌아가고 나름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가 된다. 너무 사건 해결에만 몰두하느라 가정을 등한시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사건이 해결되자 인생의 큰 숙제를 해결한 것처럼 다시 한 번 가족에게 돌아가기 위해 마음을 먹는다.
결론적으로 범인은 정신병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었고 아무나 살해하면 그만이었기에 범죄의 동기가 어이가 없기는 하였으나 우리 나라에서도 최근 묻지마 살인 사건이 많았기에 그리 놀랍지는 않다.
정말이지 오랜만에 진지하고 진중한 리얼 범죄 드라마를 한 편 제대로 본 느낌이다.
4부작이라서 짧기는 한데 그 깊이와 완성도 만큼은 다른 범죄 드라마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기에 무조건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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