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팍의 드라마 이야기
이준혁과 한지민의 바람직한 만남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드라마 보면서 이 영화를 떠올리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누가 봐도 능력 있는 보스와 비서의 이야기가 아니던가. 이런 장르는 역시나 기본 서사적인 측면에 있어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며 나의 완벽한 비서 역시 그러하다. 물론 보스와 비서의 관계가 조금 다르긴 하며 영화는 패션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춘 경우이기는 하다는 점이 조금 다르다.
한국 드라마에서는 보통 보스와 비서의 관계에서 보스는 항상 남자 그리고 비서는 어리고 젊은 여자다. 재벌과 가난한 주인공의 서사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이런 관계를 흥미롭게 전복시킨다.
보스가 여자 그리고 비서가 남자다.
아무래도 나는 승무원을 했던 전력이 있어서인지 주변의 동료들이 과거 비서를 많이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승무원이 기본적으로 얼굴을 어느 정도는 보기 때문에 비서같은 일을 많이 한다는 게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승무원을 하기 전에는 비서로 일하는 지인들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개인적으로는 조금 신기하기는 했다.
그리고 주말 드라마 클리셰로 사장과 비서가 그렇고 그런 관계로 발전하게 되는 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실제로 현실에서도 능력 있는 사장과 젊고 예쁜 비서가 만나면 정분이 안 나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그래서 그런지 크게 보면 드라마의 설정 자체는 통속적이고 자극적이다. 너무 뻔한 설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보스는 한지민 그리고 비서는 이준혁
비주얼 면에서 보자면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다.
특히 이준혁이 완벽한 비서라는 점에서 여성들의 마음을 대놓고 흔들려는 전략이 돋보이며 이준혁 역시 오랜만에 로맨스 장르를 맡아서 무한 매력을 발산한다. 이 드라마에서 이준혁의 매력이나 존재감을 제외하고 드라마 자체의 재미를 논의하기가 힘들 정도다.
한지민도 매력적으로 나오지만 이 드라마는 바로 이준혁을 중심으로 놓고 생각해 볼 수 밖에 없는 드라마이고 캐릭터 빌드업마저 완벽해서 여자가 아니라 남자여도 이준혁이 맡은 유은호 캐릭터에 반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실제로 드라마 안에서도 유은호가 얼마나 잘 생겼는지 제 3자의 입장에서 끊임없이 의도적으로 언급이 되는데 너무 사실이어서 부인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그래 잘 생긴 게 최고다
게다가 대기업 인사팀에서 능력 좋고 인물까지 좋은 유은호가 결국 비서로 합류하게 되는 서사도 나름 완벽하다.
조금 억지스러운 설정이 있었다면 극의 재미가 반감되었을 텐데 능력 있는 유은호가 우울증을 앓는 본인의 어린 자녀로 인해 육아 휴직을 쓰게 되었고 하필이면 그 당시 팀장이 맡은 프로젝트가 유은호가 아니면 성공시키기 어려웠던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무사히(?) 휴직을 마치고 돌아온 유은호에게 남은 건 팀장의 무시무시한 복수 뿐이었다.
결국 팀장의 음침한 계략에 의해서 회사에서 잘리게 된 유은호는 친한 선배의 인맥으로 초반에 관계 설정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한지민이 대표로 있던 피플즈에 입사하게 되며 능력은 좋으나 비서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여성 보스를 위해 일하게 된다. 물론 혐관으로 시작한 관계여서 초반 시작이 매끄럽지는 못하지만 역시나 능력 있고 인물 좋은 이준혁은 이 모든 난제를 차근 차근 극복해 나간다.
그리고 로맨스를 많이 봐 온 사람들은 알지만 혐관으로 시작해야 꿀맛이다.
결말이 뻔하 보이고 그 안에 닥칠 여러 서사들이 대충 예상이 가능하긴 한데 이준혁의 얼굴만 봐도 재미있어서 분명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드라마라는 게 쉽게 예상이 가기도 한다. 누가 그러지 않았나. 우리가 드라마를 보는 건 말도 안 되게 잘 생기고 예쁜 사람들을 보기 위해서라는 거 말이다.
나는 그 말이 전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외모는 관리와 과학으로 어느 정도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영역이지만 타고난 사람을 이기기는 힘들다. 물론 요즘은 성형 기술이 워낙 좋아서 자연과 인공을 구분하기가 힘든 시대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의 아름다움은 쉽게 바래지 않는다. 때로는 유일무이하기도 하다.
어느 정도 나이가 있지만 여전히 강동원과 전지현이 최고의 미남 미녀라고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이준혁은 아름다운 외모와 달리 그동안 너무 장르물 안에서만 활약을 해 왔는데 이번에 제대로 로맨스를 보여주려고 작정을 한 것처럼 보인다. 본인의 실제 모습도 어느 정도 들어가 있는 듯한데 그런 면에서 이준혁과 유은호를 완벽하게 분리해서 보는 건 어찌 보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준혁의 매력이 그대로 유은호에게 투영되는 건 바로 그래서다.
그 동안 드라마에서 자세하게 다루지 않았던 헤드 헨터 업계라는 설정도 흥미롭고 빌런도 제대로 만들어진 터라 큰 줄기 안에서 벌어지게 될 작은 서사들 역시 기대가 되고도 남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회사에서의 평판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 할 수도 있으나 경력직 입장에서는 평판이 중요하지 않을 수가 없기에 상사가 작정하고 내 평판을 말살하려고 한다면 아무래도 힘이 없는 사람들은 피해자가 되기 쉽상이다. 본인이 무시무시한 기술과 재능을 가진 게 아니라면 특히 이직에 있어서 평판은 무시하기 어려운 요소다.
능력자를 구하려는 회사 입장에서도 평판이 엉망인 사람보다는 아무래도 비슷한 조건이라면 평판이 좋은 사람을 선호하는 것 역시 당연하다. 이상한 사람과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유은호처럼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게 조금 특이한 경우이긴 하지만 현실에서 아예 없는 일이라고 보긴 어렵다.
나도 회사 생활이나 조직에서 일하면서 그런 식으로 일 잘하고 능력 좋은 후배를 질투하는 상사들을 보았던 기억이 있기에 그러하다. 사람이 얼마나 간사하냐고 하면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거짓말과 과장도 서슴치 않고 하게 되는데 나는 그러질 못 해서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경악을 했던 기억이 나기도 한다.
오랜 직장 그리고 서비스업 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건 사람은 상상 이상으로 악하고 교활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착하고 선한 사람들이 희소할 정도다.
드라마 안에서 이준혁과 한지민의 피사체를 아름답게 보여주기 위한 조금 과장된 연출과 촬영 기법이 조금 나오긴 해서 거부감이 들만도 한데 둘의 비주얼을 보면 이 모든 게 용서가 되기도 하며 이런 식으로 조금 더 오래도록 보여주는 게 어찌 보면 국민의 의무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드라마 자체도 나름 재미있는 데다가 일단 얼굴이 너무 재미있어서 보면서도 계속 미소를 짓게 만든다.
이야기도 이야기이지만 결국은 아름다운 게 최고다.
물론 드라마 자체도 무척이나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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