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팍의 드라마 리뷰
[넷플릭스 TBS 일드 일본 드라마 추천 누가 공작의 춤을 보았나? 후기]
생각보다 탄탄한 서사와 캐릭터
미안한 말이지만일본 드라마는 기대를 많이 하고 보게 되지는 않는다.
그 동안 봐온 일본 드라마들의 완성도가 어쩔 수 없이 하나의 기준점이 될 수 밖에 없었던 데다가 내가 최근에 본 일본 드라마들은 재미나 작품성 면에서 실망스러움을 감추기 어려웠던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이 작품 역시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게다가 제목이 무슨 누가 공작의 춤을 보았나라니 기대가 전혀 안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게 된 건 바로 히로세 스즈 덕분이다.
알고 보니 만화 원작이었고 릴리 프랭키까지 나와서 기대감이 올라가긴 했지만 처음부터 기대를 한 드라마는 아니었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범죄 미스터리 수사물 정도라고 할 수 있으나 전형적인 일본 드라마의 느낌이 나기도 해서 기존 일드팬들에게도 기대감을 불러 일으킨다. 다소 뻔해 보이는 전개와 소재 그리고 주제 의식을 보여줄 게 예상이 가긴 하는데 의외로 뻔하게 재미있어서 계속 보게 하는 힘이 있다.
최근에 본 일본 드라마 중에서는 완성도나 재미 면에서 가장 뛰어난 드라마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물론 상대적인 기준이기는 하다. 최근에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아수라처럼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이긴 하지만 완성도에 비해 재미가 너무 없던 터라 계속 보고 있기가 정말 힘들기는 했다.
나는 평론가도 아니고
일반인으로 드라마를 볼 수 밖에 없다 보니 평론가들이 작품성에 열광하는 걸 이해하지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전적으로 공감하기는 어렵다. 그들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노는 느낌이랄까. 나도 사람인지라 취향이 있고 내 기준점이 어느 정도 설정되어 있는 터라 아무리 작품성 기준으로 좋은 작품이라고 해도 계속 봐주기는 어렵다.
아수라처럼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예술 작품이긴 하지만 영화는 2시간 안에 끝나서 어떻게든 보게 되지만 드라마는 호흡이 길어서 참고 보는 게 조금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넷플릭스는 1월에는 일본 드라마 아수라처럼 그리고 한국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를 공개했는데 개인적으로 작품성은 아수라처럼이 한 수 위라고 생각하지만 글로벌 차트를 보면 중증외상센터의 압승이긴 하다. 나는 중증외상센터도 그렇게까지 흥미롭게 본 건 아니었는데 지나가는 개가 봐도 흥행할 작품으로 중증외상센터를 꼽을 수 밖에 없고 아무리 중증외상센터가 내 취향의 드라마가 아니라고는 해도 재미 면에서는 중증외상센터의 압승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심지어 아수라처럼은 일본의 여성 인권이 지금보다 더 낮았던 1970년대를 사는 일본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지금의 일본 여성들의 권리도 전세계 기준으로 보면 낮디 낮은 수준인데 1970년대 여성들의 인권이 흥미로울 리가 없고, 이게 일본 사람들한테도 안 먹힐 소재인데 전세계인들이 이런 고루한 일본 여성들에게 공감할 여지가 전무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여성 인권 의식이 높은 편도 아니고 생물학적으로 남성인데 여성을 이해하는 듯한 작품은 안 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보다는 차라리
만화 원작이라 현실감이 없긴 하지만 전개 속도가 빠르고 의사들을 중심으로 한 의학 드라마 중증외상센터가 인기를 모으는 게 당연해 보인다. 이런 걸 보면 드라마의 작품성도 중요하지만 대중 예술의 범주 안에 들어 왔다면 재미도 조금은 신경 써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드라마 아수라처럼은 작품성이 아주 좋은 것도 아니고 애매한 수준인데 그에 반해 재미는 없어서 별다른 반향을 불러 일으키지 못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일본 드라마는 여전히 크게 기대를 하지 않게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아수라처럼에 대해서 어느 정도 기대하고 기다렸는데 드라마 아수라처럼을 다 보고 나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좋은 감독이긴 하지만 트렌드를 잘 읽는 감독은 아니라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기도 했다.
드라마 누가 공작의 춤을 보았나? 는 히로세 스즈와 릴리 프랭키가 나오는 걸 제외하면 아수라처럼과 비슷한 지점이 하나도 없고 심지어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릴리 프랭키는 역시나 짧게 나오기도 하며 주인공이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나서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 파헤치게 되는 작품인데 그 아버지의 죽음이 너무 의문스러워서 범인이 누군지 의심조차 할 수 없는 지경이다.
저렇게 사이가 좋은 가족이 한 쪽을 잃으면 나머지 한 명은 그 비밀스러운 죽음에 대해서 누구보다 의심을 하고 탐구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저렇게 물적 증거가 없는 와중에 용의자가 먼저 잡히는 건 흔한 일이긴 하지만 그럴수록 의심에 의심을 거듭해 봐야 한다. 아버지가 편지로 잡힌 용의자가 절대 범인이 아니라고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거 아닐까.
당연한 말이지만
사건이 진행되면서
주인공이 상상도 하지 못한 비밀이 아버지의 죽음 뒤에 도사리고 있을 게 뻔하고 사건을 파헤치면서 가족의 감추고 싶었던 비밀과 그 주변 인물들의 비밀이 드러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자신에게는 항상 선하고 무슨 일이 일어날 때마다 오로지 자신을 믿어 주던 아버지의 본 모습을 본 주인공이 과연 마지막까지 정신줄을 부여잡을 수 있을지도 주목해야 할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특히 1화를 마무리하면서 주인공이 유전적으로는 아버지의 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진실이 드러나면서 반전에 반전을 가하고 있는데 연출도 나쁘지 않고 각본도 탄탄하고 무엇보다 배우 히로세 스즈의 존재감이 확실해서 만족스러운 작품이다.
이런 거 보면 확실히 배우가 주는 힘은 대단하다.
아무리 드라마가 작가가 중요하다고는 해도 가끔 보면 작가의 상상력을 구현할 수 있는 배우의 힘을 무시하기 힘들다. 히로세 스즈는 젊은 배우 중에서는 연기력이 가장 좋다고 할 만한데 순간적으로 집중하는 힘이 대단하고 연기가 굉장히 자연스러워서 연기를 한다기 보다는 그 인물이 되는 터라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전혀 없다.
그렇다 보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작품에 연속적으로 등장하는 거 아닐까.
저렇게 자연스럽고 물 흐르듯이 여유롭게 배역에 몰입하는 건 노력도 있겠지만 분명 타고난 재능도 한 몫 단단히 한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다시 봐도 참 좋은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에는 철이 없던 탓에 말실수를 하면서 일본인들의 비호감 연예인 순위에도 들었던 걸로 아는데 너무 어린 시절부터 활동을 한 탓에 어느 정도 성장통이 있었다는 생각도 든다.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는 걸 보면 기본적으로 일에 있어서는 철두철미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애초에 인성이 개판이었으면 아무리 인기가 많다고 해도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는 없었을 테니 말이다.
간만에 볼 만한 일본 드라마가 하나 나왔는데 히로세 스즈가 연기를 잘 해서 보는 맛이 더 크다. 뭐 냉정히 말하자면 드라마 자체가 아주 유별나게 잘 만든 건 아니지만 배우의 힘 덕분에 드라마의 재미가 더 배가되는 부분도 있다.
예쁘기도 예쁘지만 이 정도로 연기를 잘 하면 정말이지 거부하기가 힘들다.
히로세 스즈 팬이라면 무조건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릴리 프랭키는 짧게 나와도 역시나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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