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팍의 애니메이션 리뷰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시리즈 당신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 후기]
재미까지 친절한 스파이더맨
소니가 가장 잘한 일이 있다면 바로 스파이더맨 판권을 구입한 일이 아닐까.
다른 영화는 하나같이 말아 먹어도 스파이더맨 영화 시리즈는 마블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여지껏 한 번도 흥행과 비평 면에서 실패한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톰 홀랜드 주연으로 다시금 3부작 시리즈를 만들려고 한 거 같은데 이걸 다 개봉하려면 최소 10년 정도는 잡아야 해서 앞으로도 10년 간은 톰 홀랜드가 스파이더맨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을 예정이다.
톰 홀랜드는 인터뷰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잠시 은퇴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아마 스파이더맨 이후로 진지하게 은퇴를 고려하고 있다는 걸 시사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배우 중에서는 스파이더맨을 가장 오래 연기한 사람으로 기록에 남을 가능성 역시 다분하다.
사실 톰 홀랜드는 영국인인데 스파이더맨으로 역대급 인기와 명성도 얻은 걸 떠나서 젠다야라는 평생의 사랑을 만났으니 스파이더맨과 자신의 인생을 구분해서 생각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연기력도 기본적으로 좋아서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제외하고도 여러 영화나 드라마에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워낙에 큰 프랜차이즈이다 보니 생각보다 그 덕분에 포기한 프로젝트도 많았다.
대표적으로 오스카 후보에도 오른 영화 1917 역시 톰 홀랜드가 주인공 중 한 명으로 나오려고 했다가 마블 영화 촬영 일정과 겹치는 바람에 끝내 고사했다는 건 유명한 일화인데 톰 홀랜드가 나왔어도 괜찮았겠다 싶어서 개인적으로 조금 아쉽긴 하다.
그런데 이건 비단 톰 홀랜드 만의 문제가 아니라 할리우드 배우들 중에서 마블과 장기 계약을 한 연기자들은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로 보인다. 무엇보다 스파이더맨은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마블 캐릭터 중 하나이고 국내에서야 아이언맨의 인기가 가장 높지만 미국에서 만큼은 압도적으로 스파이더맨의 인기가 높은터라 영화나 애니메이션도 공개만 되었다 하면 역대급 흥행 기록을 세우기도 한다.
그 동안 이 짧은 시기에 극장 프랜차이즈로 세 번이나 만들어진 것만 봐도 얼마나 미국인들이 스파이더맨에게 환장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 와중에 디즈니 플러스에서 작정하고 만든 당신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 역시 스파이더맨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다. 기본적인 구조는 거의 비슷한데 그래도 초반에 멀티버스가 나오는 걸 보면 나중에 세계관이 다시 한 번 확장될 여지도 있어 보인다. 사실 나는 초반부터 닥터 스트레인지 나오고 멀티 버스 나오는 걸 보면서 내심 한숨이 먼저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마블에서 멀티버스를 너무 울궈먹는다는 인상을 받았고 그로 인해 마블이 망조로 접어 들었다고 보는 사람인 터라 이제는 멀티버스를 너무 심하게 우려 먹지 않기를 바래왔는데 다행히 멀티버스는 초반을 제외하면 2화까지는 한 번도 안 나오긴 한다. 애초에 멀티버스는 정말 치트키로 잠깐 잠깐 사용했다면 괜찮았을 텐데 거의 모든 마블 영화나 시리즈에 멀티버스가 나오다 보니 대중이 먼저 멀티버스에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정도가 되었다.
마블은 이제 엄격한 멀티버스 사용 기준이라도 만들어서 배포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멀티버스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너무 빈번하게 사용하면서 세계관이 무너지는 걸 보고 싶지 않다는 건데 다행히 당신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은 멀티버스가 아주 가볍게 나오고 바로 넘어가 버린다.
당신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에서 피터 파커는 실험실에서 감염이 되는 게 아니라 멀티버스 세계관에서 날아온 거미로부터 감염을 당한다. 그로 인해 스파이더맨이 되고 이후에는 비슷한 전개라고 보면 된다. 사실 이야기적으로는 아주 새롭다거나 대단하다거나 기발하다거나 그런 건 전혀 없다.
우리에게는 상당히 익숙한 이야기이고 그와 동시에 그 동안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전혀 안 본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이야기 구조가 단순하다. 시각 효과 부문이 일단 압도적인데 작화도 좋고 연출도 괜찮아서 개인적으로는 스파이더맨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만족스럽게 감상했다.
특히 스파이더맨이 거미줄을 타고 도시를 가르는 시원시원한 활공 장면의 연출이 어느 영화나 애니메이션보다 좋다. 확실히 이런 거 보면 기술의 발전은 놀랍기 그지없다. 인공 지능은 어줍잖게 배우나 시나리오 작가 교체할 생각하지 말고 이런 기술적인 부분에서 극강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에 기여를 했으면 한다.
활공 장면이 후덜덜하다 보니 피터 파커의 정의의 사도 이야기의 재미 역시 배가 된다.
다른 이야기는 사실 궁금하지 않은데 우리의 피터 파커가 어떻게 악당들을 처단하고 뉴욕 시의 안전을 지키는 지만 관심이 갈 뿐이다. 특히 지금 미국은 여러 도시들에서 온갖 범죄와 마약 중독자들이 난무하는 형국인데 지금과 같은 시대에 미국에는 피터 파커가 절실해 보이기도 한다. 그런 장면들을 보면서 왜 미국인들이 그렇게까지 스파이더맨이라는 캐릭터에 열광하는지 이해가 갈 정도였다.
피터 파커의 매력도 한 몫 하겠지만 그의 선함과 순박한 역시 보통 미국 시민들에게 어필하는 부분도 무시할 수 없으리라. 평범한 소년이 거미에 한 번 물렸다고 가공할 만한 힘을 얻는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로운 데다가 그렇게 힘을 얻은 뒤에도 피터 파커는 놀랍게도 자신의 힘을 숨기면서 정의를 구현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춘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 정도 힘을 얻으면 권력과 돈을 함께 얻기 위해 노력할 텐데 피터 파커는 그런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인 적이 없다. 그 순수함과 세상 물정을 모르는 순진함이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온다. 나 역시 마블 캐릭터 중에서는 가장 인간적인 스파이더맨에게 정이 많이 간다.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고 영웅이 되는 계기도 사소하기에 평범한 사람들이 감정 이입을 하기도 좋고 강한 힘을 가지고 나서도 변하지 않는 모습이 매번 감동을 준다.
당신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은 이야기 자체는 상당히 단순하지만 전개가 빠르고 무엇보다 활공 장면이 전율을 일으킬 만큼 좋아서 대단히 만족스럽다. 화면이 큰 TV로 보면 더 괜찮아 보여서 정말이지 나중에는 최소 75 인치 티비 정도는 사야 만족이 될 거 같다. 그리고 그로 인해 극장 방문은 점점 더 줄어들 전망이다.
요즘 들어 티비 전용 블루투스 스피커를 사야 하나 하는 생각마저 드는데 이렇게 집안이 완벽한 극장 환경이 되면 점점 더 극장에는 안 갈 거 같아서 걱정이다.
그래도 스파이더맨의 새로운 시리즈 영화가 개봉하면 무조건 극장으로 달려가서 볼 생각이다.
스파이더맨은 놓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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