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옥씨부인전 결말을 보고 느낀 바

 픽팍의 드라마 리뷰

[넷플릭스 JTBC 한국 드라마 추천 옥씨부인전 후기 결말] 

시의적절한 주제와 소재 

중반에 하차하긴 하였으나 

그래도 결말은 궁금해서 마지막 화만 챙겨 보게 되었다.

이런 저런 사건 사고들이 참 많았지만 

역시나 기대한대로 해피 엔딩이다. 뭐 이런 드라마에서 해피 엔딩이 아닌 게 더 어색할 정도인데 그래도 요즘 한국의 드라마 작가들이 가끔 정신 못 차리고 이상한 결말을 내는 경우도 있다는 걸 생각해 보면 이 정도 결말은 나름 만족스럽다. 

특히 뻔하긴 하지만 권선징악의 결말과 사극이라는 소재가 잘 어울리긴 한다. 

죄를 지은 사람은 벌을 받고 착한 사람은 억울한 일이 풀려 행복한 삶을 살아 나간다. 단순하지만 실제 현실 세계에서는 참 이루기 어려운 신기루같은 목표와 다름 없다. 죄를 지은 사람이 항상 벌을 받기는 커녕 오히려 피해자보다 더 떵떵거리며 잘 사는 모습을 우리는 너무 오래도록 그리고 자주 보아 왔다. 

친일파가 독립운동가보다 더 윤택하게 살고 

서민들을 화학 물질로 죽인 대기업은 지금도 제대로 된 보상을 하지 않고 

을에게 갑질을 하기로 유명한 회사 역시 여전히 잘 나가는 현실

그런 지독한 현실을 매일 보고 있으면 현실 자체에 신물이 난다. 억울한 일을 한 번 이라도 당해 보면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뼈저리게 알 수 있을 거다. 나 역시 그 동안 세상이 순리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 쯤은 알고 있었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 실제로 부조리한 모습들을 종종 마주하면서 많이 좌절했다. 

끊임없이 실망하고 좌절하지만 

그래도 기대하게 된다. 

현실에서 권선징악이 제대로 실현되는 걸 말이다. 아마 현재의 탄핵 국면을 보는 시민들의 염원이 그런 거 아닐까. 그러하기에 드라마 안에서도 악인들은 처벌을 받기를 원하는 게 사람의 마음이다. 가끔 유럽 영화에서 피해자가 끔찍한 결말을 맞이하고 가해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결말을 보여주는 경우가 있는데 현실을 반영했다고는 하지만 관객들에게는 온전히 닿기가 어렵다. 

그런 결말을 기대하고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없다. 

평론가들을 제외하면 일반 소시민들에게

이야기는 하나의 신화로 작용하며 신화는 사람의 욕망과 소망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우리의 욕망은 나쁜 놈들이 죽도록 고생하고 착한 사람들이 억울한 일 없이 살아 나가는 거다. 그래서 옥씨부인전의 결말은 우리가 모두 원하는 끝맺음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도 과연 저렇게 구덕이가 그 시대의 최고위층을 상대로 승리의 깃발을 꽂을 수 있을까. 

현실은 내란이라는 명백한 범죄를 저지른 나라의 지도자 하나 체포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아무리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해도 저렇게까지 고위층을 상대로 연속적으로 이겨 나가는 건 판타지를 넘어 신화에 가깝다. 

그리고

그러하기에 우리는 구덕이라는 인물에 공감하고 열광하게 된다. 임지연이 연기를 워낙에 잘 하기도 하였으나 구덕이가 가진 역지사지의 마음은 우리 모두를 흔들리게 했다. 사람은 그 입장이 되어 보지 않으면 절대로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기 어렵다. 자식을 잃어 보지 않은 사람이 자녀 잃은 부모의 마음을 절대로 알 수 없는 것과 매한가지다. 

과거 

대통령 후보에 출마하는 대선 후보들이 모여서 시민들의 질문을 받는 토론 방송이 있었다. 유력한 대권 후보인 경력이 다소 화려한 대통령에게 한 시민이 질문을 했다. 

혹시 지금 입고 계시는 양복의 브랜드가 무엇입니까?

그 후보는 자신있게 대답했다. 

그 후보 입에서 나온 브랜드는 어지간히 잘 사는 사람들도 들어 보지 못한 브랜드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런 듣보잡 브랜드를 후보가 입고 나온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알고 보니 유럽의 명품 브랜드도 아닌 소수의 부자들도 사기 힘든 유럽 사람들도 잘 모르는 수제로 만든 장인의 초고가 브랜드였다는 게 밝혀지고 그 후보의 인기는 역시나 수직 하락했다.

대선 후보로 나오려면 어느 정도 부자여야 한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다. 

선거에는 돈이 들어가는 걸 모르지 않는다. 

이 외에도

대중 교통 버스비가 천원인 시절 버스비가 50원이라고 대답한 대선 후보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부자이기만 했던 사람이 대통령 후보가 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서민의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사람을 좋아하기는 힘들다. 당연한 말이지만 대통령 선거는 인기 투표와 별반 다르지 않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구덕이 역시 옥태영인 시절 노비의 삶이 얼마나 고단한 지를 알았기에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다. 구덕이가 아닌 옥태영이라면 과연 그러했을까. 물론 아주 부분적으로 서민들의 마음과 사정에 공감하는 부자들이 있기는 한데 그 수는 정말이지 극소수보다도 더 희소하다.

성경에도 나오지 않는가.

부자가 천국에 가는 건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고. 그렇게 언급이 된 건 실제로 부자는 천국에 못 간다는 의미라기 보다는 그 오래 전에도 부자들이 얼마나 서민들의 질투와 미움을 받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 부자들은 단순히 서민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 하는 걸 떠나 서민들을 어떻게든 쥐어 짜려고 한다. 최근에 미국에서 일어난 거대 보험 회사 우두머리 암살 사건은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은 일인당 국민 소득이 연간 1억이 넘는 부자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사회 복지 시스템은 처참한 수준이다. 

그런 나라에서조차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말을 다 한 거 아닐까.

마지막은 그래도 구덕이와 다른 모든 이들이 행복한 결말을 맞이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말 그대로 구덕이 덕분에 세상이 바뀐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악인은 처벌을 받고 구덕이는 오래도록 행복할 수 있었을 테다. 성윤겸은 세상을 바꾸려고 자신 만의 조직도 만들고 병든 자들을 치료했으나 결국 그는 병들어 숨지고 말았다. 

오히려 작가의 세계관은 성윤겸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작가도 애초에 세상을 사람 한 명이 바꿀 수 있을 거라는 꿈을 꾸지는 않는다. 구덕이 역시 근본적으로는 세상을 바꾸지는 못 했다. 그저 자신과 자신의 사람들을 지킨 게 다였지만 노비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면 이 역시 기적에 가깝다.

그러한 기적의 과정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열광하고 구덕이를 응원할 수 밖에 없었다.

어찌 보면 현대 사회의 대부분의 소시민들은 노비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그러하다. 노비 구덕이처럼 우리 역시 종속된 사회 안에서 굴복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월급이 몇 달이라도 안 들어 오면 삶을 유지하는 것조차 어렵고 그러하기에 노비처럼 매일 매일 출근을 하거나 일을 하는 현실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지금이나 예전이나 소시민의 삶은 참 고단하다.

그래도 구덕이를 통해서 노비가 승리하는 이야기를 듣는 건 아무리 판타지라고 해도 기분 좋은 일이다. 세상에 구덕이처럼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남들을 배려하며 지혜로운 사람들이 더 많이 늘어 났으면 좋겠다.

부질없지만 그런 희망을 품게 된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일본 드라마 무능한 타카노 후기

타카노 만큼이나 무능한 드라마 인기 만화 원작의 드라마 무능한 타카노가 2화까지 넷플릭스에서 공개 되었다.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로 1화만 보자 싶었는데 47분 내외의 1화도 다 보기가 곤혹스러웠을 정도로 재미를 찾기가 어려웠다. 보면서 만화 원작인가 싶었는데 역시나 만화 원작이었다. 일본은 만화를 드라마로 옮기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만화에 충실하다가 드라마 자체의 완성도를 말아 먹는 경우가 정말 많은데 이게 방송사나 PD의 문제라기 보다는 원작자의 입김이 강한 일본 만화 업계의 문제라는 생각도 든다.  일본은 원작자의 힘이 강력한 나라 중 하나이기에 만화의 내용을 하나라도 제외하거나 변경하려고 하는 시도 자체가 거의 불가능해서 우리 나라의 영화 감독 봉준호 조차 일본 유명 만화가의 작품을 영화화하는 걸 포기한 전적이 있을 정도인데 영상과 만화는 다르다는 점을 원작자들이 이해해줄 리가 만무하고 어느 정도 표현의 차이가 있다는 점을 타협하기가 불가능하기에 지금처럼 이도저도 아닌 작품이 나오게 된 게 아닐까 혼자 상상만 해본다. 정확한 건 내부자들만 알 수 있겠지만 말이다. 드라마 무능한 타카노는 시종일관 만화 같은 연출을 보여준다. 캐릭터에 대한 묘사와 대사 그리고 연출까지 만화를 그대로 옮긴 듯한 인상이다. 안 좋은 점이라면 이게 긍정적인 효과를 전혀 불러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캐릭터는 단순하고 이야기 전개도 유아적인 수준이기에 차라리 20분 내외의 시트콤처럼 가볍게 저예산으로 만들었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별 거 없는 이야기를 47분 분량으로 만들다 보니 이야기는 늘어지고 캐릭터의 매력은 사라지고 드라마의 재미도 가라앉는다.  애초에 완성도가 높은 일본 드라마를 찾아보기 힘든 요즘인데 일본 드라마 중에서 볼만한 작품은 방송사 작품이 아니라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 작품이 오히려 많기는 해서 그 괴리가 너무 크기에 이 정도면 방송사 드라마 작품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최근에 보면서 만...

일본 드라마 사자의 은신처 후기

다소 뻔하지만 볼만한 가족 드라마 일본 드라마를 즐겨 보지는 않으나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거나 극본이 좋으면 보는 편인데 디즈니 플러스 드라마 간니발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야기라 유야가 주연을 맡은 금요 드라마 사자의 은신처가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길래 호기심에 감상을 해 보았는데 주말 가족 드라마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스토리 자체가 좀 평이한 편이어서 크게 만족하지는 못 했다고 할 수 있다.  아직 1화 정도만이 공개 되었는데 무언가 전형적인 가족 드라마같은 느낌이 드는 데다가 이야기가 전개 방식도 조금 식상하긴 해서 크게 재미를 느끼지는 못 했다. 거의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며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동생 미치토를 돌보다시피하는 히로토가 결국 라이온을 경찰에 맡기지 못할 거라는 걸 누구나 알 수 있는 부분인데 갑자기 횡단보도에서 포효하며 달려가는 모습은 너무 오버스러워서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유독 일본에서 대안 가족 소재로 드라마나 영화가 많이 나오는 느낌인데 전통적인 가족이 해체 되는 일본 사회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일본은 우리 나라보다 출산율이 훨씬 더디게 무너지고 있는데 문제는 출산율 자체가 아니라 아이를 낳으면 안 되는 환경에서 아이를 낳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학대하거나 방치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나라도 정부나 지방 자치 기관에서 제대로 조사를 하지 않아서 그렇지 생각보다 방치되고 학대 당하는 아이들이 분명히 많을 거라고 생각 한다. 보통 아이들은 목소리를 내기가 힘드니 결국 죽거나 심각한 상태가 되어서야 세상에 알려지고는 하는데 그런 면에서 보자면 우리 나라에서 언론이나 영상 매체에서 가출 팸들의 이야기를 다루지 않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할 만하다.  투표권도 없고 나이도 어려서 존재감이 없는 가출 청소년들에 대해 다룰 때에 항상 범죄 관련 이야기로 들어올 수 밖에 없는데 생각해 보면 이런 청소년들은 피해자가 되거나 범죄에 뛰어 들어 가해자가 되거나 둘 중 하나의 길 밖에 남아...

티빙 드라마 스터디그룹 후기

 픽팍의 드라마 리뷰  티빙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추천 스터디그룹 후기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를 보고 나서  바로 시작하게 된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스터디그룹. 공교롭게도 둘 다 웹툰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그러니  비교를 안 할 수가 없다. 재미 면에서만 본다면 스터디그룹의 압승이다.  다소 거친 느낌이 드는 작품이긴 하지만 이런 게 바로 오리지널의 맛이 아니겠나. 수위나 소재를 생각한다면 전파를 타기 힘들어 보이긴 하는데 원래 티빙 오리지널 작품들은 공개 이후 TVN에서 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아마도 어느 정도 편집 과정을 거친 이후에 방송을 타게 될 거 같기는 하다. 전혀  잔인한 소재라는 생각이 안 들긴 했는데 대사에 ㅅㅂ이 정말 많이 나오는 데다가 폭력 수위가 상당해서 아이들이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재미있다.  아주 잘 만들고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는 생각은 사실 안 드는데 원초적인 재미를 제공해 준다. 특히 주인공 윤가민의 독특한 캐릭터가 주는 카타르시스가 상당하다. 중증외상센터에서 주지훈에게 거의 무매력을 느끼고 나서 이 드라마를 보니 황민현이 연기를 이렇게 잘했나 싶기도 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황민현은 연기력이 좋다기 보다는 캐릭터에 찰떡인 느낌이기도 하다. 배우 자체가 윤가민 이라는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 그런 시너지 효과도 절대 무시하지 못 한다. 마치 응답하라 1988에서 혜리와 덕선의 캐릭터가 거의 동일 인물인 것처럼 보인 것도 이와 비슷한 이치라고 하겠다.  개인적으로 황민현의 연기력이 아주 좋다고 보긴 어려우나 감독의 연출 스타일이 연기력을 커버해 주기에 크게 신경이 쓰이진 않는다. 뭐 막말로 황민현이 연기를 잘 한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 게 문제라면 문제인데 드라마가 워낙 호흡이 빠르고 거칠어서 크게 무리가 없다.  어찌 보면 연출이 모든 걸 보완해주는 구조다.  이장훈 감독의 연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