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윽시 할런 코벤
할런 코벤은 넷플릭스와 장기 계약을 맺은 유명 작가 중 한 분이다.거의 모든 작품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있는데 드라마 각각의 완성도가 조금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흥행성만큼은 좋아서 아마 보다 더 많은 그의 작품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을 듯하다. 제작비를 많이 투입하는 드라마는 아니어서 빈틈이 조금 보이긴 하지만 원작이 탄탄하고 흥미로워서 재미있기는 하다. 개인적으로는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도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로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나도 전부 다 본 건 아니지만 할런 코벤 원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들을 꽤나 챙겨 보았다. 잔상에 강하게 남는 작품들은 아니지만 재미있다는 점에서는 항상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연유로 평론가들은 딱히 좋아하지를 않는다. 비평가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사실상 거의 없기에 그러하다.
말 그대로 막장 요소가 많고 자극적인 설정이 많아서 그렇다.
이번 미싱 유 역시 중의적인 제목을 가지고 있는데 두 가지 사건이 동시에 벌어지면서 주인공을 괴롭힌다.
존경받던 경찰 아버지의 의문의 죽음과 갑자기 사라지는 사람들을 함께 조사하던 형사는 아버지의 죽음에 자신이 모르던 숨겨진 비밀이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게 된다. 경찰의 죽음이 드문 일도 아니긴 하지만 이렇게 원인도 모르고 아버지를 떠나 보낸 딸이라면 충분히 의문을 가질 만하다. 게다가 그 죽음을 많은 사람들이 은폐하려는 걸 알아챈 후라면 더욱 더 궁금하지 않겠나.
한 마디로 정의감보다는 궁금해서 견디지 못할 거 같기에 죽음의 비밀을 찾아 헤매는 듯한 인상인데 그 비밀에 자신의 과거 연인이 연루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야기는 재미를 더해 나간다. 특히 연인이 아버지가 죽고 나서 갑자기 사라진 게 가장 걸리는 점이다.
그 와중에 로맨스 스캠 사건 역시 곁다리로 넣고 있기는 한데 저렇게 아무리 시골이라고 하지만 사람들을 허술하게 가둬 놓고 로맨스 스캠 범죄를 저지를 거 같지는 않아서 조금 허술해 보이기는 했다. 게다가 저렇게 사람들을 감금해 놓고 하면 아무리 거액이라고 해도 은행에서 돈을 털어가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을까.
그보다는 전문 해커를 고용해서 코인을 터는 게 더 괜찮아 보일 정도였다.
누군가는 보면서 저런 로맨스 스캠을 정말 믿는 사람이 있을까 라고 하지만 최근 딥페이크 기술의 발달로 인해서 이런 식으로 사기를 당해 큰 돈을 날리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고 한다. 나는 온라인에서 사람을 만나는 거 자체를 신뢰하지 않기에 의문이긴 한데 과거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연인에게 수억원을 송금한 사람들이 실제로도 있어서 경악했던 기억이 있다.
외국에 있으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을 영상 통화만으로 사랑할 수 있다는 그 순수함도 놀라웠고 그러면서도 연인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요구하고 갈취하는 게 당당한 관계라는 것도 신기하긴 했다.
하지만 현대인은 외롭고 사람이 고립되면 정상적인 판단이 잘 되질 않는 것도 사실이다.
내 주변에서도 온라인 상에서 남자 친구를 만났다가 스토킹 피해를 당한 사람이 있어서 그런지 남일 같지 않았다. 온라인 상에서는 뭐든지 조작 가능해서 신뢰도가 낮은 데다가 직접 만나기 전까지는 공포 그 자체이기 때문에 특히 약자의 입장이 되기 쉬운 여성이라면 되도록이면 지인의 소개로 연애 상대를 만나는 걸 추천한다.
그렇게 로맨스 스캠 사건은 무난하게 마무리 되는데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해서는 무언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분명이 있었기에 더 이야기를 하려나 싶었는데 역시나 아버지의 죽음은 평범한 부패 경찰의 죽음이 아니었고 보다 더 큰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과거 아버지는 동성애자 였고 이를 숨기기 위해서 파커라는 애인을 두고 몰래 만나고 있었다. 경찰인 데다가 과거 였기에 자신의 과거가 들키면 파멸해 버리리라는 걸 알고 있던 아버지는 이를 무조건적으로 숨기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딸의 친구에게 들키고 말고 그녀를 찾아가 비밀을 지키라고 협박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 때 우연히 딸의 친구에게 걸려온 딸의 전화를 받고 이미 비밀이 누설되었다고 생각한 아버지는 극도의 흥분 상태에서 딸의 친구를 죽이려고 하지만 그러한 과정에서 딸의 친구와 지인 사이였던 딸의 연인이 들어와 실랑이를 하다가 실수로 아버지를 죽이고 만다. 이 모든 걸 은폐하려고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서로 말을 맞추며 비밀을 유지하였으나 결국 모든 게 다 들통이 나 버린다.
이미 딸은 아버지가 동성애자 였다는 사실에서부터 충격의 도가니였는데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했던 전 연인이 아버지를 죽인 사람이었다는 사실에 무너지고 만다.
하지만 이게 의도적인 사건도 아니었던 데다가 아버지의 본 모습에 대해서 많이 내려 놓은 딸이기에 결국 전 연인을 넓은 마음으로 받아 들이게 된다. 나름 해피 엔딩이긴 한데 전개가 조금 급박하고 개연성이 조금 없기는 해서 김이 빠지긴 한다.
그래도 재미는 있다.
때로 진실은 아프다. 나도 어린 시절에는 무조건 진실만이 최고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 의도가 선하거나 진실을 알아도 아무 도움이 안 된다면 선한 거짓말 정도는 하고 사는 게 최선이라는 걸 안다. 나도 뭐 나이가 먹어서 그런 거겠지.
완성도가 조금 아쉽지만 역시나 흥미롭다.
애초에 할런 코벤 원작 드라마에 작품성을 크게 기대하는 게 웃기다 보니 어찌 보면 이 정도의 즐거움이면 어느 정도는 만족하면서 보게 된다. 싸구려 선술집 가서 먹으면서 미슐랭 정도의 맛을 기대하는 게 말이 안 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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