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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옥씨부인전 후기

 재미있는 이야기의 힘 

정년이와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가 마무리가 된 이후 볼만한 드라마가 없던 찰나에 입소문이 좋은 거 같아서 시작하게 된 드라마 옥씨부인전.

임지연 원톱 주연물 드라마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임지연의 비중이 큰 드라마 중 하나인데 역시나 재미있다. 작가가 드라마 엉클을 집필하신 분이어서 어느 정도 기대했는데 드라마가 재미지는 요인에 작가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작가 혼자 힘으로 재미를 책임지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옥씨부인전은 서양과 동양의 실화를 엮어서 각색을 많이 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진심으로 재미있다. 

임지연은 물론 주조연 배우 라인업도 괜찮고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던 추영우의 존재감도 괜찮다. 게다가 임지연과 추영우의 케미도 좋아서 앞으로가 더 기대가 된다. 추영우는 1인 2역을 맡아 활약을 펼칠 예정인데 키도 훤칠하고 한예종 출신이어서 그런지 연기 기본기가 탄탄하다. 얼굴이 크게 개성이 있는 편은 아니지만 연기력이 좋아서 앞으로가 더 기대가 된다. 

물론 이 드라마는 임지연이 혼자 이끌어가는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김미숙이나 성동일 그리고 김재화 같은 탄탄한 조연 배우들이 드라마를 지탱해 주고 있어서 임지연 혼자만 고군분투한다는 느낌도 별로 들지 않는다. 크게 기대를 모은 작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1화가 너무 재미있어서 2화는 시청률이 폭등했는데 개인적으로는 3화 시청률도 무조건 잘 나올 거 같기는 하다. 현재 경쟁 드라마 중에서 강력한 드라마가 없는 터라 주말 드라마 시장에서 혼자 독주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 

그리고 뭐 일단 시청률이나 화제성도 그렇지만 재미있다. 

드라마의 근간은 역시 재미다. 옥씨부인전에도 나오지만 대중들은 시름을 덜기 위해 TV앞에 앉거나 ott를 튼다. 우아하게 예술하자고 브라운관 앞에 앉아 있거나 스마트폰으로 드라마를 보지는 않는다는 거다. 문영남 작가 역시 말하지 않았나. 아픈 환자들이 자신의 드라마를 보고 현실의 시름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다면 작가의 역할은 그걸로 족하다고. 

나 역시 그러하다.

드라마 보면서 연기가 어떻고 연출이 어떻고 촬영이 어쩌구 저쩌구는 사실상 중요하지 않다. 재미있으면 그만이다. 재미만 있으면 어느 정도 허술한 부분은 넘어가게 된다. 이 드라마 역시 대사 중 개취라는 부분이 조금 거슬리긴 하지만 어차피 정통 사극도 아니고 가볍게 넘어가게 된다. 이를 신경 쓰기에는 드라마 자체가 너무 재미있고 신명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만들어지는 사극은 철저한 고증보다는 로맨스와 판타지에 더 집중하는 모양새인데 옥씨부인전은 실화와 판타지 사이에서 제대로 균형을 잘 잡아주고 있다. 연출이나 연기의 힘도 크지만 기본적으로 극본이 탄탄하다. 드라마 엉클 이후로 이 드라마까지 만약 시청률 10%를 넘는다면 박지숙 작가의 위상은 다시 한 번 높아지리라. 

다들 한국 드라마의 위기라고 한다. 

그 동안 글로벌 마켓을 노리고 돈으로 떡칠했으나 정작 재미가 없었던 드라마들이 너무 많이 나오면서 전세계인들은 물론 한국인들마저 한국 드라마에 등을 돌리고 있다. 돈으로 무장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들이 주목을 받지 못하는 건 다 이런 이유다.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다는 점을 제작자들만 모르는 거 같다.

저예산이어도 일단 재미있으면 만사오케이다. 

드라마에 있어서 뭐가 더 필요할까. 

특히 시청자들이 공감할 만한 캐릭터가 절실하다. 구덕이 캐릭터는 조선시대 노비이지만 현대를 사는 현대판 노비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대 젊은 노당자들이 일을 하다가 목숨을 잃고도 크게 주목을 받지 못 하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구덕이 말처럼 적당히 일하면서 늙어 죽는 게 서민들의 꿈이자 희망일 수 있다.

평범하게 일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사는 게 꿈인 구덕이의 꿈은 서민들의 심금을 울린다. 지금의 우리의 현실이 구덕이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구덕이가 옥태영이라는 이름을 얻어 소위 말해 기득권 층인 양반들에게 대항하며 자신만의 입지를 다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실화에서는 구덕이가 비극으로 결말을 맞이하지만 드라마이니 만큼 현실의 결말보다는 판타지스러운 열린 결말이 될 거 같기는 하다. 

초반이긴 해도 이야기 전개가 굉장히 빠르고 캐릭터들이 다 살아 있고 그걸 배우들이 기똥차게 연기를 하는 터라 앞으로가 더 기대가 된다. 기본적인 이야기 구조도 재미있는 범죄 미스터리 스릴러 같은 전개도 기대가 된다. 전체적인 이야기도 매력적인데 그 안의 이야기도 흥미롭기 때문에 시청률이 안 오르는 게 이상할 정도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임지연이 있다.

연기 잘 하는 거야 원래 알았지만 어떠한 배역이라도 자신 만의 방식으로 소화해 낸다. 나는 1화를 보자마자 임지연이 맡은 구덕이의 인생을 응원하게 되었다. 온갖 핍박과 개 돼지 취급을 받으면서도 복수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그저 탈출하는 꿈만을 꾼 노비. 보면서 뉴진스도 떠올랐는데 그저 탈출하는 것만을 꿈꿀 뿐이지만 그들은 추노꾼을 풀면서 추한 결말을 맞이하려고 한다.

현실에서는 기득권 층이 항상 이기는 결말이지만 그래도 드라마에서는 구덕이가 최종적으로 승리하는 결말을 응원하게 된다. 사실 뉴진스도 어찌 보면 노비 입장이라고 하기는 애매하지만 하이브가 하는 일을 보면 추노꾼이나 양반보다 더한 측면이 있어서 마음 속으로 응원하게 된다. 아마 일반 회사원이 저 상태였다면 아무도 주목하지 않고 넘어갔을 테지만 그래도 뉴진스이기에 이 정도 주목을 받고 모두가 응원할 수 있는 거 아닐까. 

있는 것들은 모든 악행을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대중을 호도하고 구덕이를 저주하고 노비를 짐승 취급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항상 그러해 왔다. 당연하지 않은가. 역사는 항상 승리자의 편이었고 소수의 승리자들은 개미들을 밟아 짓이기면서 역사를 만들어 왔다. 그리고 가끔 열받은 개미들이 참지 못하고 반항을 하면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 왔다. 

승리는 드물지만 약자의 반란은 그래서 흥미롭다.

구덕이의 이야기가 기대되는 건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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