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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씨부인전 이야기의 마력

 순수하게 재미있는 서사 

흥미진진한 이야기 

순수하게 재미있다. 

두 역사적인 실화를 섞어서 만든 드라마로 가상의 이야기라고 보면 될텐데 이걸 절묘하게 잘 섞어 놓은 데다가 실화에서는 소재만 따왔을 뿐 전혀 다른 전개로 가고 있어서 상당히 흥미로운 지점인데 생각해 보면 박지숙 작가의 전작인 엉클도 리메이크 였다는 걸 생각해 보면 박지숙 작가의 매력은 각색에 있지 않나 싶다. 

아예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해 내는 데에 대단한 재능을 가진 사람도 있으나 이처럼 사건이나 실화에 영감을 받아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도 있다. 

음식으로 치면 안 그래도 맛있는 재료에 조미료를 제대로 더해서 일품 요리를 내는 형식인데 걸작의 완성도까지는 끌어 올리지 못 해도 충분히 10년 이상 갈 맛집으로 인정할 만한 맛은 내고 있다는 지점이다. 

박지숙 작가의 저력 

박지숙 작가가 김은숙이나 김은희 작가 만큼의 공력을 가질 것인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하지만 옥씨부인전을 보면 확실히 시청자들이 어디에서 감동을 받고 재미를 느끼는 지 작가 님이 제대로 알고 있다는 인상이다. 

연출이나 연기는 사실 평이한 부분이 많은데 좋은 배우들이 포진해 있어서 그렇긴 해도 연기적으로 두드러지거나 대단함을 느끼는 장면은 사실 별로 없다. 모든 배우들이 다 제 역할을 해주고 있는 터라 걸리는 점이 없다고나 할까. 

그보다는 확실히 드라마 옥씨부인전은 작가의 저력이 드라마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상당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같은 이야기를 다른 작가가 했다면 어떠했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아마 이 정도의 재미는 만들어내지 못했을 테다. 

양반과 노비 

구덕이는 노비 그리고 옥태영은 양반이다. 

양반과 노비라고 하면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알기 어렵겠지만 가히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실제로 양반은 노비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상태였고 조선 시대는 꽤나 오래도록 유지가 되었기에 이런 신분 제도 역시 오랜 역사를 유지하고 있다.

인도의 카스트 제도 정도로 생각하면 비슷할지도 모를 일이다.

양반이 죽으라고 하면 노비는 죽으라는 시늉이 아니라 실제로 죽어야 할 정도로 양반의 기세는 어마무시했다. 물론 지금 대한민국에서 이런 신분제는 상상도 하기 어렵지만 자본주의 시스템이 들어 오면서 신분 시스템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종종 바닥의 신분에서 부를 일구어낸 사람들이 상류층으로 올라가기도 하지만 실제로 오래전부터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특권층을 뚫고 들어가는 건 여전히 한계가 있다. 이건 우리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주의와 평등을 외치는 영국도 마찬가지다.

의외로 일본이나 영국도 평등과는 거리가 먼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데 영국은 신분이 천한 노동 계급 출신의 배우가 영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왕족 역할을 맡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들었다. 우리도 다 아는 레전드 배우 게리 올드먼이나 제임스 맥어보이 역시 노동 계급 부모님을 둔 덕분에 영국에서는 귀족이나 왕족 역할을 맡을 수 없었기에 누구보다 활발하게 할리우드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게 우스갯소리 같지만 지금도 그러하다. 

구덕이 캐릭터가 가진 한계

옥씨부인전에서도 당당한 태영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구덕이의 캐릭터 한계는 명확하다.

거의 외줄타기를 하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혼인이 들어와도 자신의 신분이 발각되면 두 집안 모두 무너질 위기를 걱정하는 게 바로 구덕이다. 자신의 행복이나 안위보다는 모두를 위해 대의를 희생하기로 한다.

어차피 죽을 목숨이었지만 태영 아씨 덕분에 한 번의 인생을 더 산다고 생각하기에 더 용감하게 노비들을 지킬 수 있었던 거다.

이런 걸 보면 버스비가 얼마인지도 모르는 정치인들이 민중을 위해 정치를 하는 게 얼마나 어불성설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구덕이는 다르다.

누구보다 양반에게 핍박을 받으며 세상을 배운 사람이다. 천운으로 양반이 될 기회를 얻었지만 언제라도 신분이 발각될 위기에 놓여 있다. 바로 이 점이 드라마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지점이다. 구덕이의 활약을 응원하지만 우리는 동시에 구덕이가 발각되지 않고 억울한 노비들을 더 많이 도와 줬으면 하고 바란다.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이겨나갈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지금은 다른가

지금도 부르는 말만 다르지 양반 계급과 노비 계급은 존재한다. 우리가 단지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우리 나라는 아직 민주주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아서 영국이나 미국 그리고 일본처럼 사회 계급화가 완벽하게 진행된 상태는 아니다.

그러하기에 옥씨부인전 같은 이야기에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는 거다. 

우리도 언제든지 양반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기저에 존재하기에 그러하다. 

태영이 행세를 하는 구덕이는 돈을 보고 그리고 명예를 위해 살아가지 않는다. 오로지 정의와 올곧음으로 바로 선다. 판타지스러운 캐릭터이지만 거기에 공감을 하는 건 우리 나라의 소시민들이 대부분은 돈보다는 명예와 양심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사실 아닐까.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건 이 어려운 시국에 양심이 있는 국민들이 아직도 우리 나라에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일 테다. 

그래서 희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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