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 배고픔
영국 드라마 블랙 미러의 대단한 성공 이후 비슷한 드라마들이 참 많이도 나왔다.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며 다소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을 다루면서 누가 봐도 블랙 미러가 떠오르게 만든다. 블랙 미러의 모든 에피소드가 잘 만든 건 아니지만 확실히 신선하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새롭게 다가오기는 했다. 나도 어쩌다 보니 전 시즌을 다 감상했는데 그래서 다음 시즌도 무척이나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아무래도 근미래이다 보니 제작비가 많이 들어갈 수 밖에 없고 옴니버스로 만들다 보니 배우 캐스팅도 다 따로 해야 해서 완성도가 제각각인 건 블랙 미러도 그렇다. 그런데 이걸 다른 나라에서 비슷하게 만들다 보니 비슷한 문제가 역시나 따라온다. 에피소드마다 완성도가 제각각이며 블랙 미러와 견주어서 크게 차별점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태국 드라마 미래의 우리는 역시 대놓고 블랙 미러를 표방한다.
근미래
디스토피아
하지만 재미가 없다.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재미없는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면 기묘할 정도로 시간이 잘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느끼게 된다. 한 시간 지났나 싶으면 겨우 10분 지나있다. 재미있는 드라마는 당연히 그 반대다. 10분 정도 지났나 싶은데 이미 다음 화 예고편을 하고 있다.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이 드라마가 그러하다.
뻔하디 뻔한 내용을 한 시간 이상 만드는 이유를 전혀 모르겠다. 넷플릭스가 돈을 많이 주니 세트를 만들고 최대한 그미래 배경의 느낌을 내긴 하지만 배경의 화려함은 이내 사그라진다. 애초에 미장센은 재미있는 이야기에 가니쉬 정도다. 정작 드라마가 재미없으면 그 자체가 장점이 되지는 않는다.
여유롭게 만들면 좋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창작자는 배가 고파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우스갯소리가 절대 우습게 들리지 않는다. 모든 지원을 다 해준다고 해도 좋은 작품이 나오기 힘들다. 돈만 있다고 재미있는 드라마가 만들어 지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트렁크나 미래의 우리는 두 작품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화려한 드라마인데 정작 재미가 없다면 그 드라마의 의미는 무엇일까.
트렁크나 미래의 우리는이나 뻔한 이야기를 늘어지게 하면서 마치 스스로 좋은 드라마라고 으스대고 있다. 하지만 재미있는 드라마는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 반대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느낀다.
넷플릭스 입장에서도 안 될 프로젝트는 미리 점검을 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할텐데 최근 들어 그런 게 없는 거 같아서 안타깝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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