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기대를 많이 했나
생각해 보면 신기할 정도로 아이돌 산업에 관련된 드라마가 별로 없다.우리 나라의 아이돌 산업은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전세계적인 트렌드가 되었는데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다. 생각보다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일 테다. 그만큼 아이돌 산업 자체가 조금 독특한 산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내 주변에서도 아이돌 덕질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보통의 정신 상태는 아닌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라마 나미브에 대한 기대치가 어느 정도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고현정이 하기로 하면서 더 화제가 되었는데 방송사가 ENA이다 보니 지니 티비를 제외하면 무조건 본방송이나 재방송으로 봐야 한다. 다행시 스카이 라이프를 보고 있긴 해서 오랜만에 IPTV를 틀어 보았다.
분명 밤 10시에 시작이라고 했는데 조금 일찍 시작한 건지 아주 초반은 제대로 보질 못 했다.
고현정과 려운이 주인공을 맡아서 스타 메이커와 스타의 이야기를 들려 주고 있는데 어딘가에서 민희진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근본적으로 보자면 여자 제작자인 걸 제외하면 비슷한 지점이 거의 없다고 하겠다.
한 순간의 실수로 나락에 떨어진 스타 제작자가 무명의 아이돌 연습생을 스타로 키워내면서 극적인 이야기를 연출할 생각인데 내가 보기에 작가는 프로듀스 시리즈와 피프티 피프티 사태에 더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미 7월에 촬영에 들어간 걸 보면 작년에 대본이 다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보아 민희진과 뉴진스의 이야기를 담기에는 시간상 맞지가 않다.
아무래도 아이돌 산업에 대한 이야기이다 보니 여성들을 주 타겟으로 해서 만들어진 드라마인데 그래서 보지 않으려고 하다가 그래도 고현정 주연이라는 이야기에 감상을 시작하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볼 만은 한데 애매한 지점이 분명 있다.
고현정과 려운은 혼신의 존재감과 연기력을 보여준다. 고현정 연기 잘 하고 카리스마 있는 거야 이미 알던 사실인데 려운의 모습에 감동받았다. 외모나 기럭지도 아이돌 같기는 한데 연기력도 좋아서 나올 때마다 집중을 하게 된다. 어린 배우인데 힘을 빼고 연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이 둘을 제외하면 배우 라인업이 조금 부실하긴 하다.
특히 윤상현은 시종일관 비슷한 연기를 보여준다. 배우 윤상현에게 무언가 큰 걸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10년 전에도 같은 연기를 보여준 듯한데 참 일관되게 연기 안 느는 거 보면 무언가 차태현같은 존재감을 기대하는 거 같은데 차태현 만큼의 매력도 없어서 연기 실력 좀 제발 키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나마 이진우는 괜찮긴 한데 표정 연기가 전혀 안 되는 터라 안타깝기는 했다.
드라마 나미브 보면서 제작비가 의외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아무래도 제작비가 여유로우면 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촬영이 가능하고 세트 장면은 물론 조연 배우 라인업도 괜찮게 채울 수 있을텐데 그런 부족한 지점이 드라마 나미브 곳곳에서 보인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집필한 엄성민 작가의 작품인데 드라마 대본은 처음이신 건지 대사가 조금 구리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도 흥행을 하긴 했으나 좋은 평가를 받은 영화가 아니어서 크게 기대를 안 했는데 설정이나 인물 그리고 큰 줄거리의 이야기가 너무 고리타분하다.
마치 90년대에 나왔다고 해도 위화감이 전혀 없을 정도다.
한 마디로 고현정과 려운을 제외하면 장점을 딱히 찾기 힘든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이야기도 크게 매력적이지 않은 데다가 더 중요한 건 이 이야기의 끝이 너무 보이고 과정까지 선명하게 예측이 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려운이 맡은 유진우 같은 인재를 저 큰 회사가 전혀 발굴하지 못 하고 장기 연습생으로 놔둔다는 거 자체가 어이가 없기는 하다. 그리고 강수현은 아들의 미래를 위해서 공장을 구입하고 아들 친구에게 월급을 주는 게 현실에서 가능한 일인가 싶어 실소가 나왔다. 세세한 설정 자체가 개연성이 없어서 그런지 몰입이 잘 되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있다.
어느 정도 기대했는데 역시나 참 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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