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재미있다
이집트 드라마 라니.태어나서 이집트에서 만든 드라마는 처음 본다. 넷플릭스 덕분에 국가의 장벽이 무너진 건 확실히 맞다고 볼 수 있다. 중동 드라마 자체가 처음이어서 문화가 좀 낯선데 드라마 안에서 명예 살인이 나오는 거 보면 확실히 중동이 맞긴 하다. 명예 살인이라는 건 집안에서 여자가 명예롭지 않은 일을 했을 경우 가족들이 죽여도 처벌을 받지 않는 조항인데 요즘은 그렇지도 않은지 아니면 국제 사회의 눈을 의식해서인지 처벌이 가끔 내려지긴 한다.
물론 솜방망이 같은 처벌이고 애초에 처벌까지 가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여자들이 집안의 명예를 더럽히는 예로는 크게는 혼전 임신부터 작게는 공공 장소에서 히잡을 쓰고 다니지 않았다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이유들이 많아서 기가 막힐 따름이다. 인권이 낮은 나라일수록 약자인 여자들의 인권이 낮은 공통점이 있는 거 보면 결국 하찮은 남자들이 잘난 여자들이 두려워서 어떻게 해서든지 억압하려고 하는 걸로 밖에는 보이질 않는다.
물론 드라마 과거의 메아리는 명예 살인이 주가 되지는 않는다.
스쿠버 다이빙을 하다가 의도적인 사고로 죽게 된 나디아는 혼전 임신을 하고 나서 누군가에 의해 살해 되었고 이를 친동생이 모두 다 뒤집어 쓰면서 복수가 시작된다. 처음에는 1년만 살다 나오면 부와 명예를 쥐어줄 거라고 나디아의 남자 친구의 집안에서 이야기를 했기에 순진한 나디아의 동생 예히아는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다. 하지만 재판은 그런 식으로 흘러가지 않았고 애초에 살인이라고 볼 수 있는 정황이 발견된 걸 예히아만 모르고 있었다.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가고 10년 이상 형을 살다 나온 예히아는 이제 전의 순진한 예히아가 아니다. 당연히 자신을 이렇게 만든 권력있는 집안을 목표로 복수를 기획하게 되고 이를 실행에 옮긴다. 일단 자신을 이렇게 만든 악덕 변호사를 죽이고 나서 집안의 공장을 폭파시키는 데에 성공한다.
이제 남은 건 피의 복수 뿐이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당장 경찰을 불러 잡고 싶으나 그렇게 되면 과거의 과오도 공개가 되기 때문에 주저하는 점이나 복수를 하는 방식이나 수단이 조금 단순해서 허술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단점을 찾기 힘들다. 아 그리고 지나친 카메라 슬로우 무빙은 조금 거슬리긴 한다. 연출가의 스타일이긴 한 거 같은데 이미 철지난 스타일이어서 그런지 멋있어 보이지도 않고 그저 시간만 질질 끄는 느낌이어서 별로 였다.
하지만 기대를 전혀 하지 않은 이집트 드라마에서 막장 드라마의 향기는 물론 복수극 자체의 재미도 한몫 단단히 해서 복수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모두가 좋아할 만한 드라마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야기 전개도 빠르고 시원시원하게 복수를 진행하는 터라 대리 만족 역시 상당하다.
모두가 복수를 꿈꾸지만 실제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에 우린 복수 이야기를 참 좋아라 한다.
같은 예로 우리는 불륜 상대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도 무척이나 좋아한다. 실제로 불륜은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복수를 하는 경우는 사실 별로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복수라는 게 그렇다. 드라마처럼 척척박사같이 진행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사적 복수는 그래서 요즘 화두이긴 한데 실제로 하는 사람은 별로 없고 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감옥 엔딩을 맞이하게 된다.
현실적이지도 않고 개연성도 없으나 복수 자체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충분히 재미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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