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드라마 조명가게 후기

 강풀은 천재일까 

드라마 무빙에 이어 또 한 번 디즈니에서 작품을 공개한 강풀 작가님.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웹툰 작가에서 이제는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드라마 작가가 되려고 하신다. 드라마 무빙을 보다 말았는데 무빙을 다시 한 번 봐야 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최근 유튜브 예능에 나오셔서 드라마 극본을 쓰기 위해 하신 노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는데 본인은 웹툰 문법에만 익숙한 사람이어서 유명한 드라마 극본집을 찾아 보고 드라마도 실제로 많이 보면서 연습을 꾸준히 했다는 게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이 정도로 성공한 사람도 이렇게까지 노력하는 게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특히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무조건 글을 쓴다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는데 드라마 무빙 이후로 조명가게 까지 잘 만들까 싶었는데 역시 드라마는 작가 놀음이라는 게 다시 한 번 입증되었다. 게다가 배우 김희원 님이 혼자 다 연출하신 거 같은데 연출 실력도 상당해서 앞으로 감독으로 활동하시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을 듯하다. 연출이 아예 처음이라고 하기에는 원래 연극 연출도 하신 분이라고 하던데 연극 연출과 드라마 연출은 스케일이 다르긴 해서 다시 한 번 감탄했다.

나는 원작을 보진 않았기에 무슨 내용인지 조차 모르고 시작했는데 보자마자 취한듯이 몰입하고 말았다. 최근에 이 정도로 몰입해서 본 드라마가 있었나 싶을 정도인데 보면서 드라마 무빙을 마저 봐야지 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마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 정도에 무빙을 몰아서 보게 될 듯하다. 

드라마 조명가게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서 이 세상을 떠도는 영혼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죽은 상태는 아니지만 이미 죽거나 죽은 사람들 말이다. 구천을 떠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죽음은 항상 거의 언제나 내가 예상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다가오기 때문에 억울한 영혼들이 얼마나 많을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광주 민주화 항쟁 때에도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사람들이 죽어 나갔고 제대로 장례도 치르지 못 했는데 그런 영혼들이 대한민국을 떠돌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젊은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환경에서 일하지도 못해 열악한 상황에서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은 게 우리 나라의 특징인데 데이트 폭력으로 죽은 여성들 만큼이나 소수자에게는 가혹한 사회가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배우들이 나오지만 누구 한 명의 분량이 절대적인 아니라는 점도 신선했다. 강풀 작가의 작품 특징이기도 한데 그래서 그런지 매 회차가 한 편의 영화 같다는 인상도 받는다. 드라마 주연급을 맡아도 모자를 배우들이 크지 않은 분량에도 대단한 연기력을 보여주다 보니 버릴 장면이 하나도 없다. 

특히 기대를 안 했던 설현도 카리스마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어서 놀라웠다.

논란이 많았던 배성우 역시 연기력 하나만큼은 제대로다. 음주 운전 과거는 지탄 받아 마땅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자숙을 하고 나면 연기 활동을 하긴 해야 하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음주 운전에 대한 이야기는 개인보다는 사회적인 차원에서 다시 한 번 검토해야 되는 거 아닌가. 음주 운전 처벌을 아주 강력하게 만들고 술을 권하는 사회를 끊어 내는 게 더 시급해 보인다. 

아직 4회차만 공개가 되어서 강풀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벌써부터 예측하긴 어려우나 흥미롭고 재미있는 작품이고 그 동안 한국 드라마에서 보기 드물었던 작품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이런 드라마가 있었나 싶을 정도이고 이런 내용을 이렇게나 적나라하고 재미있게 다룬 적이 있었나 싶다. 

아직 전체 이야기가 다 드러난 게 아니지만 무엇보다 재미있다. 

드라마는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드라마 조명가게는 완벽한 작품이다. 장르에 대한 호불호가 상관없이 모두가 재미있게 볼 만하다. 어두운 소재이긴 하지만 힘겹게 소재를 다루지도 않으면서 특유의 개성을 유지한다. 수많은 캐릭터들이 나와서 연출에 집중력이 흐려질 만도 한데 김희원 감독은 노련하게 이야기를 전달한다. 

드라마 무빙을 봐야 겠다. 

평점 5/5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일본 드라마 무능한 타카노 후기

타카노 만큼이나 무능한 드라마 인기 만화 원작의 드라마 무능한 타카노가 2화까지 넷플릭스에서 공개 되었다.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로 1화만 보자 싶었는데 47분 내외의 1화도 다 보기가 곤혹스러웠을 정도로 재미를 찾기가 어려웠다. 보면서 만화 원작인가 싶었는데 역시나 만화 원작이었다. 일본은 만화를 드라마로 옮기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만화에 충실하다가 드라마 자체의 완성도를 말아 먹는 경우가 정말 많은데 이게 방송사나 PD의 문제라기 보다는 원작자의 입김이 강한 일본 만화 업계의 문제라는 생각도 든다.  일본은 원작자의 힘이 강력한 나라 중 하나이기에 만화의 내용을 하나라도 제외하거나 변경하려고 하는 시도 자체가 거의 불가능해서 우리 나라의 영화 감독 봉준호 조차 일본 유명 만화가의 작품을 영화화하는 걸 포기한 전적이 있을 정도인데 영상과 만화는 다르다는 점을 원작자들이 이해해줄 리가 만무하고 어느 정도 표현의 차이가 있다는 점을 타협하기가 불가능하기에 지금처럼 이도저도 아닌 작품이 나오게 된 게 아닐까 혼자 상상만 해본다. 정확한 건 내부자들만 알 수 있겠지만 말이다. 드라마 무능한 타카노는 시종일관 만화 같은 연출을 보여준다. 캐릭터에 대한 묘사와 대사 그리고 연출까지 만화를 그대로 옮긴 듯한 인상이다. 안 좋은 점이라면 이게 긍정적인 효과를 전혀 불러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캐릭터는 단순하고 이야기 전개도 유아적인 수준이기에 차라리 20분 내외의 시트콤처럼 가볍게 저예산으로 만들었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별 거 없는 이야기를 47분 분량으로 만들다 보니 이야기는 늘어지고 캐릭터의 매력은 사라지고 드라마의 재미도 가라앉는다.  애초에 완성도가 높은 일본 드라마를 찾아보기 힘든 요즘인데 일본 드라마 중에서 볼만한 작품은 방송사 작품이 아니라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 작품이 오히려 많기는 해서 그 괴리가 너무 크기에 이 정도면 방송사 드라마 작품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최근에 보면서 만...

일본 드라마 사자의 은신처 후기

다소 뻔하지만 볼만한 가족 드라마 일본 드라마를 즐겨 보지는 않으나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거나 극본이 좋으면 보는 편인데 디즈니 플러스 드라마 간니발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야기라 유야가 주연을 맡은 금요 드라마 사자의 은신처가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길래 호기심에 감상을 해 보았는데 주말 가족 드라마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스토리 자체가 좀 평이한 편이어서 크게 만족하지는 못 했다고 할 수 있다.  아직 1화 정도만이 공개 되었는데 무언가 전형적인 가족 드라마같은 느낌이 드는 데다가 이야기가 전개 방식도 조금 식상하긴 해서 크게 재미를 느끼지는 못 했다. 거의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며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동생 미치토를 돌보다시피하는 히로토가 결국 라이온을 경찰에 맡기지 못할 거라는 걸 누구나 알 수 있는 부분인데 갑자기 횡단보도에서 포효하며 달려가는 모습은 너무 오버스러워서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유독 일본에서 대안 가족 소재로 드라마나 영화가 많이 나오는 느낌인데 전통적인 가족이 해체 되는 일본 사회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일본은 우리 나라보다 출산율이 훨씬 더디게 무너지고 있는데 문제는 출산율 자체가 아니라 아이를 낳으면 안 되는 환경에서 아이를 낳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학대하거나 방치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나라도 정부나 지방 자치 기관에서 제대로 조사를 하지 않아서 그렇지 생각보다 방치되고 학대 당하는 아이들이 분명히 많을 거라고 생각 한다. 보통 아이들은 목소리를 내기가 힘드니 결국 죽거나 심각한 상태가 되어서야 세상에 알려지고는 하는데 그런 면에서 보자면 우리 나라에서 언론이나 영상 매체에서 가출 팸들의 이야기를 다루지 않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할 만하다.  투표권도 없고 나이도 어려서 존재감이 없는 가출 청소년들에 대해 다룰 때에 항상 범죄 관련 이야기로 들어올 수 밖에 없는데 생각해 보면 이런 청소년들은 피해자가 되거나 범죄에 뛰어 들어 가해자가 되거나 둘 중 하나의 길 밖에 남아...

티빙 드라마 스터디그룹 후기

 픽팍의 드라마 리뷰  티빙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추천 스터디그룹 후기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를 보고 나서  바로 시작하게 된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스터디그룹. 공교롭게도 둘 다 웹툰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그러니  비교를 안 할 수가 없다. 재미 면에서만 본다면 스터디그룹의 압승이다.  다소 거친 느낌이 드는 작품이긴 하지만 이런 게 바로 오리지널의 맛이 아니겠나. 수위나 소재를 생각한다면 전파를 타기 힘들어 보이긴 하는데 원래 티빙 오리지널 작품들은 공개 이후 TVN에서 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아마도 어느 정도 편집 과정을 거친 이후에 방송을 타게 될 거 같기는 하다. 전혀  잔인한 소재라는 생각이 안 들긴 했는데 대사에 ㅅㅂ이 정말 많이 나오는 데다가 폭력 수위가 상당해서 아이들이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재미있다.  아주 잘 만들고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는 생각은 사실 안 드는데 원초적인 재미를 제공해 준다. 특히 주인공 윤가민의 독특한 캐릭터가 주는 카타르시스가 상당하다. 중증외상센터에서 주지훈에게 거의 무매력을 느끼고 나서 이 드라마를 보니 황민현이 연기를 이렇게 잘했나 싶기도 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황민현은 연기력이 좋다기 보다는 캐릭터에 찰떡인 느낌이기도 하다. 배우 자체가 윤가민 이라는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 그런 시너지 효과도 절대 무시하지 못 한다. 마치 응답하라 1988에서 혜리와 덕선의 캐릭터가 거의 동일 인물인 것처럼 보인 것도 이와 비슷한 이치라고 하겠다.  개인적으로 황민현의 연기력이 아주 좋다고 보긴 어려우나 감독의 연출 스타일이 연기력을 커버해 주기에 크게 신경이 쓰이진 않는다. 뭐 막말로 황민현이 연기를 잘 한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 게 문제라면 문제인데 드라마가 워낙 호흡이 빠르고 거칠어서 크게 무리가 없다.  어찌 보면 연출이 모든 걸 보완해주는 구조다.  이장훈 감독의 연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