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좋다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스타워즈 스켈레톤 크루의 시작이 나쁘지 않다.한국 기준으로 2화 정도 만이 공개되어 앞으로의 전개가 불분명한 가운데 감독 이름으로 존 와츠가 보여서 안심이 되기도 했다. 보시고 나서 구니스가 떠오른다는 분들이 많은데 아마 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구니스가 뭔지 모를 가능성이 높다. 우리 시대에는 아무래도 기묘한 이야기라고 이야기해야 알아 들을 텐데 아역 배우들이 주역인 점을 제외하면 넷플릭스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와는 전혀 다르게 흘러간다.
그래도 아역들이 주역으로 나오는 드라마치고 크게 유치하다거나 지루한 부분이 없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리고 어린 아이들이 주연이다 보니 사건 사고가 발생하는 빈번함 역시 크게 억지스럽지 않다. 어린 아이이기에 이해가 가는 분명 존재한다. 아마 다 큰 어른이 저렇게 사고치고 다녔으면 민폐 캐릭터로 욕을 많이 먹었을 텐데 아이라면 납득 가능하지 않은가. 실제로 아이를 키우거나 아이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아이들은 아무리 주의를 줘도 잠시 한 눈을 팔면 기상천외한 사고를 치기 마련이다.
그렇게 낙원같은 곳을 떠나 우주에서 떠돌게 된 아이들은 제다이를 만나게 된다.
여기까지가 2화의 이야기이며 제다이로는 잘 생긴 걸로 유명한 배우 주드 로가 나온다.
세트 장면도 그러하고 이런 저런 디테일을 보면 디즈니가 돈즈니라고 불리는 건 다 이유가 있어 보인다. 대충 봐도 세트 장면에서 돈을 많이 들인 티가 난다. 넓진 않으나 마을 하나를 완성해 놓은 것만 봐도 이런 디테일 면에서는 디즈니를 따라갈 제작사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스타워즈 세계관에 어렵지 않게 시청자들을 데리고 들어 간다.
보통 이렇게 세계관 자체가 다르면 세세한 면에서 공을 들여야 하는데 스켈레톤 크루는 역시나 돈이 많이 들어간 드라마답게 이런 부분에서는 만족스럽다. 그래서 그런지 평론가들과 스타워즈 팬들의 평가가 굉장히 좋은 편이다. 우려스러운 지점이라면 화제성을 얼마나 기록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아닐까.
만달로리안을 제외하면 스타워즈 드라마 중에서 제대로 흥한 게 없을 정도인데 세계관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드라마 하나 제작비가 영화 제작비보다 더 들어가는 형국인데 계속적으로 실패만 한다면 스타워즈 드라마를 이렇게나 많이 만들어내는 이유가 궁색해 보인다. 스켈레톤 크루 역시 국내는 당연히 화제성이 전혀 없는 수준이고 북미 내에서도 크게 화제가 되는 느낌은 아니다.
그렇다고 망한 드라마는 아니지만 디즈니가 OTT에 대한 기대치가 초반에 너무 컸던 게 지금에 와서는 독으로 작용했다는 걸 부인하기 어렵다. 애초에 극장과 다른 시장에서 잘 나가니 OTT에서 무리하게 넷플릭스와 경쟁을 할 필요성은 없었을 텐데 초반의 기세를 생각해 보면 지금의 디즈니 플러스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차라리 일년에 한 편 정도만 마블 오리지널 드라마 그리고 스타워즈 오리지널 드라마를 내고 거기에 마케팅과 홍보를 집중했다면 지금과 같은 대참사는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이제 시청자들은 디즈니 플러스가 무슨 작품을 만들어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 불경기가 시작되면 다들 힘들어서 OTT구독을 취소하기 마련인데 넷플릭스야 1등 사업자이다 보니 어떻게든 살아 남겠지만 디즈니 플러스가 과연 살아 남을 수 있을까.
그리고 스켈레톤 크루는 준수한 작품이지만 디즈니 플러스를 지옥에서 꺼내줄 만큼 대단한 드라마는 또 아니라는 점이 문제라면 문제다. 작품 자체의 문제는 전혀 없으나 숨이 넘어가기 직전의 디즈니를 구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디즈니 플러스를 구독 중이라면 보라고 추천하고 싶으나 그렇지 않다면 굳이 구독까지 해서 보라고 하지는 못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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