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유토피아
드라마 정년이를 재미있게 감상했다.생각보다 화제가 되지 않아 놀라웠을 정도인데 개인적으로는 인생 드라마라고 할 정도로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이다. 일단 김태리가 정말이지 대단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연기력과 존재감을 보여 주었다. 원래 연기 잘 하는 건 알고 있었으나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거의 김태리 원톱 주연이라고 해도 무방한 작품에서 본인의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며 가끔은 한계를 넘는 연기를 보여준다.
아마 비슷한 나이대에서는 연기력이나 스타성이나 비교할 대상이 없을 정도인데 유일하게 김고은 정도가 비빌 수 있는 수준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보다 보면 드라마 정년이에는 괜찮은 남성 캐릭터가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아 물론 남자 캐릭터가 나오긴 하는데 대부분은 여성들을 이용해 먹는 악한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정년이를 이용하려고 하거나 뒤에서 음흉하게 국극단을 농락하려는 남자들 뿐이다.
보통의 한국 드라마에서 지고지순하고 순결한 데다가 해바라기 같은 남자 캐릭터가 하나 나와서 여심을 흔들기 마련인데 정년이에는 그런 게 없다. 원작 웹툰에도 당연히 없었겠지만 이건 누가 봐도 남자를 배제하고 나온 세계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고 해서 사랑이 아예 안 나오는 건 아니다.
주란이와 정년이의 관계를 사랑이 아니고 우정으로만 과연 설명할 수 있을까.
이쯤 되면 아예 남자들은 필요 없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생각해 보면 현실에서 남자들은 제대로 된 가장 역할을 하는 경우도 좋은 아빠 역할을 하는 경우도 크게 많지 않다. 내 주변만 봐도 한 사람의 인간 몫을 하지 못하는 남자들이 수두룩하다.
심지어 자녀가 장애인이거나 자폐아라는 판정을 받으면 90% 이상이 이혼을 하게 되는데 그런 경우 거의 대부분 어머니 쪽이 자녀를 키운다는 통계 수치가 있다. 이런 것만 봐도 남자들이 과연 이 세상에 필요한 건지 의문이기까지 하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드라마 정년이 세계관이 진정한 유토피아가 아닐까 싶다.
여자들은 남자가 필요 없다.
아니 정확히는 여자들을 이용만 하고 자구 욕구만 채우면서 비열하게 살아가는 남자들이 필요없다는 말이다. 종족 번식은 안 될지 모르지만 요즘 세상에서 특히 이렇게까지 남자들의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아이를 낳으라는 말은 그만큼 공허하고 쓸데 없다.
나도 남자지만 여자들이 행복하려면 좋은 남자를 만나는 것보다 나쁜 남자를 만나지 않는 게 더 중요하게 보일 정도다.
그런 의미에서 여자들이 드라마 정년이를 보고 판타지처럼 느끼는 게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