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재미있는 옴니버스 드라마
가끔 티빙이나 웨이브에서는 별다른 홍보도 없이 새로운 드라마를 올려 준다.저렴하게 수입해 온 중국과 일본 드라마가 그러한데 홍보와 마케팅 비용에 돈을 쓸 리가 없으니 주말 정도가 되면 주기적으로 새로운 드라마에 새로운 게 뜬 게 없나 확인해 보게 된다. 드라마 지금부터 스트리밍을 시작하겠습니다 역시 그렇게 가볍게 시작하게 된 드라마이다.
한 편당 24분 내외인데다가 4부작으로 마무리가 된 짧은 드라마인데 얼굴을 아는 유명 배우가 하나도 안 나오긴 해서 보다가 재미없으면 하차해야지 하는 심정으로 보았다가 각본이 의외로 괜찮아서 마지막까지 정주행해 버리고 말았다.
일본 드라마 특유의 허무주의도 별로 없는 데다가 교훈적인 내용도 아니어서 신선했다.
일본 드라마를 못 보시는 분들이 주로 하는 말이 강박적으로 교훈적인 내용을 주입하려한다는 지점인데 그러한 부분이 전혀 없이 5명의 주요 등장인물들이 의외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흥미로운 내용을 전해준다.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인데 핵심적인 주인공은 그나마 백흑 판다를 중심으로 부녀가 중심이 되긴 하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이 나와서 이야기를 더 다채롭게 만들어 준다.
특히 남자보다 여자에게 더 끌리는 딸의 진심을 알고 응원해주는 아버지의 마음이 최근 동성 결혼 합법화라 착실하게 진행 중인 일본 내의 정서를 반영한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드라마와 사회적인 분위기 역시 비슷한 기조를 띌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겨우 24살 임에도 결혼에 대한 압박을 아직도 받는다는 게 일본 사회 라는 게 놀랍기는 하다. 하긴 생각해 보면 일본은 의외로 결혼을 일찍하긴 해서 일본에 거주하는 지인 중 한 명도 본인이 학부모 참관하러 가면 나이가 많아서 놀랄 때가 있다고 하는데 그 분은 한국 기준으로는 늦게 결혼한 편은 아니지만 일본이 워낙 결혼을 일찍해서 더 비교가 된다고 하시더라.
아무리 동성 결혼에 대한 국민들의 찬성 여론이 높다고는 해도 본인이 게이나 레즈비언이라고 밝히는 건 아무리 서구 사회라고 해도 어려운 법이다. 특히 어느 정도 이성에게 인기가 있을 만한 즉 누가 봐도 일등 신붓감이나 신랑감이라면 주변에서의 압박은 더 거세진다. 소개를 시켜주려고 한다거나 아니면 접근하는 사람도 많아서 피곤할 정도다.
그런 의미에서 소꿉 친구를 좋아하는 여성의 마음은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해 썩어 문드러지고 있다. 친한 친구에게 자신의 본 마음을 고백하기도 그렇다고 고백하지 않기도 뭣한 그 애매모호한 감정을 평생 가지고 살아야 한다. 아마 그러하기에 성소수자들은 초반에 이성애자들을 좋아하지만 이내 현실을 알고는 본인들끼리 만나게 되는데 어찌 보면 당연한 거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되질 않으니 인생이라는 건 참으로 잔인하고 오묘하다.
결국에는 이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으나 그래도 저렇게나 딸을 위하고 넓은 마음을 가진 아버지를 만났으니 결국은 행복한 삶이 아닐까. 아버지가 본인을 절대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버지는 나보다 더 많은 걸 알고 있었고 진심으로 딸을 사랑하고 있었다. 특히 백흑 판다 인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의외로 감동적이었다.
게다가 부자 행세를 하면서 무리하게 연기를 하던 젊은 여성은 결국 자신이 원하는 건 부자 행세가 아니라 모든 걸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태도였다는 걸 알게 된다. 가난해서 엄마가 싫었던 게 아니라 엄마의 눈치를 보면서 본인이 원하는 걸 전혀 말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실망했다는 점 역시 흥미로웠다.
가난한 건 금방 바꿀 수 없지만 솔직하게 터놓고 이야기하면서 소통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셜미디어에서 보여지는 모습들이 얼마나 가공 가능한지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그래서 나는 기본적으로 인스타그램에서 지나치게 가공된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으며 사실 잘 보지도 않는다.
작은 카메라 하나로 나의 모든 걸 보여줄 수 있다고 착각하지만 제대로 보여주기도 어렵고 마음만 먹으면 조작이 가능하다. 게다가 보는 사람도 화면 밖의 모습을 딱히 기대하는 건 아니다. 어찌 보면 애초에 보여주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자신이 원하는 걸 보여주고 보는 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서 어느 정도는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어찌 보면 나 역시 블로그에다가 글을 싸지르면서 속이 후련해질 때가 종종 있다. 평소에 친한 지인이나 친구들에게는 그리고 가족에게도 모든 걸 다 털어 놓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다 털어 놓으라고는 하지만 간혹 그런 솔직함이 독이 되어 돌아오기도 하기에 다른 사람을 괴롭히기 보다는 자신 만의 분출구를 찾는 게 더 중요하다.
나처럼 글을 쓰거나 아니면 라이브 스트리밍을 하거나 아니면 노래를 부르거나 그도 아니면 그림을 그리거나 소리를 지르면서 본인의 표출할 수 있다.
마음 속에 담고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속에서 썩어 들어간다.
그런 사람들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독한 냄새가 올라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걸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주변에 퍼뜨리게 된다. 결국 본인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취미 생활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는 게 좋다는 걸 다시금 확인해 보는 계기였다.
일본 드라마는 저예산이긴 하지만 가끔 각본이 좋은 경우가 있으니 이렇게 도박처럼 한 번 시도해 보면서 로또를 맞기도 한다.
드라마 지금부터 스트리밍을 시작하겠습니다 역시 기대 하나 없이 시작했으나 의외릐 수확이었기에 주말에 시간이 되면 감상을 시작하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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