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지만 지루하다
소설 완득이 작가의 원작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연출한 감독
공유와 서현진의 만남
겉으로만 보면 흥행을 안 하는 게 오히려 불가능해 보이는 조합인데 의외로 반응도 없고 본 사람들도 재미가 없다는 이야기가 많은 드라마 트렁크.
나는 세나를 먼저 보느라 트렁크는 나중에 보게 되었는데 실망스러운 반응이 생각보다 많았기에 크게 기대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감상을 시작하게 되었다. 애초의 기대보다 더 낮아진 상태에서 시청을 시작해서 그런지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정말 재미있는 작품인가
라는 질문을 내게 한다면 고개를 가로저을 것이다. 공을 들인 흔적도 나고 돈도 많이 들인 티가 나긴 하는데 정작 재미가 없다. 야한 장면이 나와서 눈길을 끌긴 하지만 무명 배우의 야한 장면은 크게 매력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드라마에서 유명하지 않은 배우들이 벗은 몸으로 소모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최근 한국 드라마는 인지도가 낮은 배우들을 기용해 지나치가 싶을 만큼 야한 장면들을 넣고 있는데 꼭 필요하지 않은 장면들은 최소한의 흥분감도 불러 일으키지 못한다.
게다가 전개 속도가 느려도 너무 느리다.
서현진과 공유의 좋은 연기로도 이 공백은 도무지 메꿔지지가 않는다. 굉장히 독특하고 보기 드문 작품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결론적으로 재미가 없으면 무슨 소용인가 싶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드라마 중 하나가 보면서 이게 재미가 있는 건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이 드라마가 딱 그러했다.
시종일관 보면서 세트나 연출은 나쁘지 않은데 이게 과연 재미있는지 헷갈린다는 점이었다. 알맹이가 별로이니 화려하게 포장으로 어필하려는 모양새가 마치 광고를 보는 듯했다. 광고는 1분 정도면 마무리가 되지만 이렇게나 늘어지게 만들 필요가 있었나 싶기도 하다. 게다가 설정이나 이야기가 신박하다면 어느 정도는 그 이야기 자체로 설득을 시켜야 하는데 트렁크에 나오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실현 불가능한 작가의 판타지에 가깝다.
말이 좋아서 결혼이지 막말로 고급 매춘과 뭐가 다른지 의문이다.
우리 나라 만이 아니라 매춘업을 공식적으로 허용하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내가 알기로 네덜란드 정도인데 네덜란드는 원래부터 마약과 매춘을 공식적으로 허용하면서 열린 나라라는 인식이 많았으나 최근 들어서는 이러한 시도가 치안 불안으로 연결되면서 네덜란드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키퍼라는 존재가 있어서 보호를 해준다고 하지만 보디가드 처럼 보호하는 것도 아니고 빛좋은 개살구라는 생각이 드는 건 비단 나뿐일까. 고급 매춘을 억지로 포장을 한 거 같은데 현실적으로 일어나기에 너무나 실현 가능성이 낮아서 황당할 정도였다. 만약 부자들만을 위한 비밀 서비스로 접근했다면 그나마 괜찮았을 텐데 그마저도 아니라 놀라웠다.
대단한 사연을 가진 공유와 서현진의 눈빛은 좋으나 이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그러하기에 이들의 사연으로도 이 이야기는 바닥을 다지기 버거워 보인다. 이야기의 재미를 위해 기상천외한 설정이 이용되는 건 흥미롭지만 독특한 설정을 위해서 이야기가 희생되는 걸 보는 건 안타깝다.
마치 외모는 아름다운데 대화를 해보면 지루한 사람과 하루 종일 힘 빠지는 데이트를 한 기분이다.
다음 번 데이트는 절대 신청하지 않을 뭐 그런 사람 말이다.
최근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들은 거의 다 침몰하고 있는 모양새다. 더 글로리 이후로 히트작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으며 그냥 다 넷플릭스 구독했으니 관성으로 보는 거 같은데 이 정도면 드라마 제작 수장을 바꿔야 하는 정도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오징어 게임 시즌 2 는 그래도 흥행할 거 같은데 만약에라도 이 작품마저 몰락한다면 넷플릭스 구독자들도 일탈을 시작하지 않으려나.
나만 해도 최근 OTT들의 구독을 해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트렁크처럼 쓸데없이 비싸고 재미없는 드라마 말고 정말 재미있고 흥미로운 드라마를 넷플릭스에서 보고 싶다.
평점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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