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무당 캐릭터인가
오징어 게임2를 재미나게 감상했다.바람이긴 하지만 내년 상반기 안에는 시즌3를 공개했으면 한다. 실제로 시즌이 나눠진 게 아니라 누가 봐도 파트를 나눈 거라서 조속한 시일 내에 공개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 내에서의 반응은 생각만큼 좋지는 않은데 나는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은 드라마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부터 시즌제로 기획한 드라마도 아닌 터라 넷플릭스의 회유와 압박에 의해 후속 시즌이 만들어진 드라마 치고는 황동혁 감독이 각본을 정말 잘 썼다는 생각이 든다.
워낙에 화제작이기에 한국인들의 평가가 냉혹한 게 사실이긴 하지만 나는 이 정도면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특히 역시나 한국보다는 해외에서 반응이 좋은데 한국에서는 어색하다고 반응이 안 좋은 타노스와 무당 캐릭터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신기하기도 했다. 어찌 보면 타노스나 무당 캐릭터나 기존 한국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사람들인데 보통의 드라마였다면 몰입 자체에 방해가 될 정도의 캐릭터이지만 오징어 게임 세계관 내에서는 신기할 정도로 평범할 정도여서 기묘할 정도다.
이런 거 보면 황동혁 감독의 탁월함이 다시 한 번 느껴진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재미있는 드라마를 집필하는 능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시는 듯하다. 차기작 영화로 미래 배경의 디스토피아 작품을 구상 중이시던데 대충 내용이 젊은이들이 나이 든 사람을 무차별적으로 죽인다는 건데 이러한 논쟁적인 내용을 어떻게 그려 나가실지도 궁금한 부분이다.
나 역시 무당 캐릭터가 흥미롭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무 구시대적인 무당이라는 이야기가 많아서 조금 놀랍기는 했다.
하긴 생각해 보면 영화 파묘에 나오는 무당들만 봐도 세련되고 그 누구보다 멋진 모습인데 오징어 게임의 무당은 전형적인 민폐 무당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이런 전형성에서 무당의 새로운 면을 보게 되었다.
그 동안 무속인하면 조금은 꺼림칙하고 무서운 모습이 나에게 만큼은 남아 있었는데 아무래도 귀신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 자체가 달갑게 다가오질 않았다. 그러다 보니 나는 신점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주변에서는 주기적으로 보러 가는 걸 보면서 이해가 조금 안 가기도 했다.
말이 무속인이라는 직업이 아무리 흔하다고는 하지만 연애 예능 신들린 연애만 봐도 무속인들이 결혼 시장에서 어떠한 대우를 받는지 쉽게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결국 자신의 미래는 듣고 싶어도 가족으로 받아 들이기는 무리라는 걸 그대로 드러내는 프로그램이 아니었나.
나는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무당을 보면서 의외로 무당이라는 사람들 자체가 생각보다 정신력이 굉장히 약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신내림을 받는 거 자체도 귀신의 기에 짓눌려 받는 측면이 크고 아무래도 기 측면에서 보자면 죽은 사람보다 산 사람의 기가 당연히 강하다고 생각하는데 눈에 보이지도 않는 귀신의 귀에 눌려서 신내림을 받을 정도면 보통의 사람보다 더 기가 약하다는 건데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오징어 게임 안에서 누구보다 강한 척 하지만 결국 실속은 하나도 없는 무당 캐릭터가 이해가 된다.
황동혁 감독이 그런 식으로 묘사해서 그렇게 보이는 측면도 커 보이지만 냉정히 생각해서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에 굴복하는 사람들이 과연 기가 보통 사람보다 강하다고 볼 수 있을까. 그 누구보다 기가 약하기에 귀신과 이야기를 할 정도이며 그로 인해 그러지 못한 사람들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 하는 이들이 측은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애초에 인생이라는 거 자체가 미리 예견하지 않더라도 행복과 고통이 반복해서 일어나는 굴레 아니던가. 좋은 일이 있다가 나쁜 일이 있고 이번 제주 항공 참사만 보더라도 비극은 미리 예측한다고 해서 될 게 아니다. 어느 순간 극도의 행복감을 맛 보았다가 바로 다음 순간 비극을 맞이하는 게 그리고 그게 아무 이유도 없는 게 인간의 삶이다.
제주 항공 참사 희생자들 역시 연말 방콕 여행을 통해서 누구보다 행복한 감정을 느꼈을 텐데 그렇게 한국으로 다 와서 죽음을 맞이할 거라고 과연 상상이나 했을까.
나는 의외로 기가 강한 편인데 애초에 고난이나 행복도 번갈아 가면서 아니 굳이 그렇지 않더라도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편이기에 신점이나 사주 같은 걸 진지하게 받아 들이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무속인이라는 직업이 우리 나라에서 유독 흔하고 많은 사람들이 널리 이용한다는 점은 재미있는 부분이긴 하다. 원래 우리 나라 사람들의 신기가 유독 강하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그만큼 예민하고 긴장감이 넘치는 민족이라는 이야기 같기도 해서 신기하다.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듯 보이지만 자신의 죽음 만큼은 예견하지 못할 무당 캐릭터를 보면서 그런 연유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내 주변에도 보면 이런 무속인들에게 매년 꽤 많은 돈을 쓰시는 분들이 있는데 차라리 그 시간에 명상을 하는 게 넓게 보면 인생에 더 큰 도움이 되지 않으려나.
무속인들을 무시하는 게 절대 아니라 어찌 보면 그 누구보다 예민하고 기가 약한 사람들이 무속인을 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리고 황동혁 감독이 이러한 무속을 바라보는 관점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어서 더 흥미로웠다.
그나저나 자신의 죽음마저 예측하지 못 하는 무당이라니 참으로 하찮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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