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기대치에 부흥하는 결과물일까
결론적으로는 아니다 라고 대답할 수 있을 테다.오징어 게임 시즌 1 은 한국보다는 전세계적으로 흥행을 기록했고 역사적으로 그 어느 드라마보다 더 광범위한 인기를 누린 드라마 중 하나다. 원래 황동혁 감독은 시즌 2 를 만들 생각이 전혀 없었을 텐데 넷플릭스의 회유와 돈의 힘으로 인해 후속 시즌을 억지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황동혁 감독 본인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결국 시즌 2를 만든 건 돈의 힘이 컸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오징어 게임이 이렇게까지 성공하기 전 황동혁 감독은 차기작으로 영화를 생각하고 있었다고 여러 차례 밝힌 적이 있다. 그런데 아무래도 넷플릭스가 돈으로 유혹을 해서 그렇게 된 거 같은데 이번 시즌 2와 시즌 3는 한 번에 촬영을 해서 아마 조만간 차기작 영화 촬영 소식이 들려올 것도 같다.
다들 기억은 못 하겠지만 오징어 게임 시즌 1 은 공개되고 나서 오히려 한국에서는 재미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나도 그런 후기를 듣고 감상을 시작 했는데 나는 의외로 재미있었고 생각해 보면 내가 황동혁 감독의 작품을 괜찮게 보았다는 생각이 떠오르기도 했다.
연출을 정말 잘 하는 감독이라기 보다는 사회를 굉장히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내가 세상을 보는 시선과 비슷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 면에서 나와 조금 통하는 감독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작가나 감독들이 현실을 어떻게든 포장하려고 할 때 황동혁 감독은 날것의 느낌이 나게 보여주는 느낌이다.
연출의 기술이 좋다고 생각하는 감독은 아니지만 들려주는 이야기가 하이퍼 리얼리즘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아마 그래서 호불호가 조금 강하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나는 분명 긍정적인 느낌을 많이 받기는 했으나 초반에 나오는 모텔 앞에서 남녀가 나누는 대화에서조차 불쾌감을 표현하는 분들이 많은 걸 보면 어쩔 수 없는 부분처럼 보이긴 한다.
쓸데없는 대화처럼 보이지만 보통의 남자들이 얼마나 쓰레기같은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2030 젊은 남자들의 찌질함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대기업에 의해 괴롭힘 당하는 소녀 아이돌 그룹은 다짜고짜 까내리면서 나라를 계엄으로까지 몰고 간 권력을 몰아 내기 위한 시위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게 바로 대한민국의 젊은 남자들이다.
오징어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비율을 봐도 남자들이 압도적으로 높은데 아무래도 남자들이 스스로 본인의 인생을 망치고 그걸 또 만회하려고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진실을 황동혁 감독은 알고 있는 거다.
어찌 보면 도박이나 알코올 그리고 섹스에 중독되어 인생을 망치는 비율은 여자보다 남자가 압도적으로 비율이 높다. 이건 뭐 다른 거 찾을 것도 없이 통계적으로 이미 증명이 된 사실이다. 이건 비단 우리 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여성들보다는 남성들이 이론적으로 맞지 않는 극우 논리에 더 쉽게 현혹이 된다고 한다.
남자들은 멍청하고 어리석은데 비열하기까지 하다.
그러한 남자들의 세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게 바로 오징어 게임이다.
이번에는 규칙이 조금 바뀌긴 했다. 매 게임이 끝날 때마다 게임을 계속 유지할 지 말지 투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아슬아슬하지만 다들 게임을 계속 이어 나가기로 합의를 한다. 옆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지만 중독의 무서움에 여기서 다시 한 번 드러난다. 옛말에 도박을 끊겠다고 손을 자른 사람이 발로 화투를 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중독의 무서움은 생각보다 강렬하다.
다들 오징어 게임이라는 도박에 중독된 상태로 자신만은 괜찮을 거라고 상상한다. 말 그대로 근거 없고 논리적이지 않은 상상인데 인간은 이렇게나 어리석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분명히 잘못된 길인 걸 알고 파국인 걸 알지만 시간이 지나면 망각하고 같은 선택을 하기 마련이다. 특히 도박으로 인생을 망친 사람들은 결말이 다 비슷하다.
이번 한 판만 끝나고 다시는 안 하겠다고 고백한다.
오징어 게임에서도 이번 한 판만 하고 마무리를 하자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한 무더기다. 하지만 그들은 살아 남게 되면 더 많이 남겨진 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 한다. 결국 어머니까지 버리는 아들이 되고 자신과 연을 쌓은 소녀가 죽어 나가야 정신을 차린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보자면 근본적으로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성기훈은 치밀한 계획을 세우지만 그 계획은 그렇게까지 촘촘하지 않아 결국 다 발각이 되고 오징어 게임에 어쩔 수 없이 다시 참여하게 된다. 그래도 경험이 있어서인지 다시 한 번 살아 남고 결국 반란을 일으키지만 그 반란이라는 것도 너무나 미약하고 허술하여 제압당하고 만다.
시즌 3 에서 어떠한 이야기를 다룰지는 모르지만 성기훈과 오징어 게임을 만든 사람들 간의 치열한 전투가 되지 않을까.
오징어 게임을 보면 황동혁 감독이 남자라는 생물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제대로 알 수 있는데 제대로 된 남자 캐릭터가 한 명도 없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성기훈 조차도 착하고 선한 인물로 나오지만 머리가 좋지 않아 결국 운으로 살아 남기 마련인데 그러한 성기훈도 급조한 계획으로 결국 친구를 잃고 만다.
처음 했던 기대치와는 조금 다르지만 나는 그래도 재미나게 감상했다.
황동혁 감독이 그리는 세계관과 내가 생각하는 현실이 어느 정도 통하는 부분이 있는 데다가 결국 자기만 살아 남으면 된다는 다수의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망치는 현실이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너무 큰 기대를 했다면 실망을 할 수도 있으나 나는 시즌 1도 그렇게까지 걸작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터라 시즌 2에 대해서도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나름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었을 거라고 본다.
중간에 조금 황당하게 마무리가 되는 측면이 있고 이걸 굳이 파트 1과 파트 2로 나눌 필요가 있었을까 싶지만 그래도 내년 말에 시즌3 가 공개되면 보고 싶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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