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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2 감독이 바라보는 여성

 왜 자주적인 여성 캐릭터는 없는가 

여성들이 주로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오징어 게임 안에 나오는 여성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엄마이거나 엄마가 될 예정이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많은 비판을 받았다. 

게다가 배우들의 과거 일로 인해서 이 드라마를 보이콧 하겠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그 심정을 이해하지 못 하는 건 아니지만 너무 드라마 외적인 요소에 과몰입해서 드라마가 가지는 재미나 의미를 미리 차단하는 태도를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일단 드라마는 드라마 자체로 보고 나머지 외적인 요소는 다른 측면에서 건드려야 하는데 이게 너무 중첩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다들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 하고 있다. 그러다가 이 드라마의 해외 반응이 괜찮으니 여론이 다소 바뀌는 걸 보는 게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다. 

적어도 드라마 자체를 좋아한다면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휘둘리지 말고 한 번 정도는 보라고 말하고 싶다. 

남을 신경 쓰는 게 당연한 한국 사회이지만 취향에서까지 남의 눈치를 보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게 안타깝다. 

특히 나는 오징어 게임 안에서 정상적인 여성 캐릭터가 나오지 않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당연한 거 아닐까. 정상적인 사고 방식을 가지고 살아 가는 사람이 오징어 게임의 세계관 안에서 생존할 수 있을리가 없다. 유유상종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나도 주변에 보면 사이비 종교에 빠지거나 다단계에 빠지거나 아니면 도박에 빠지거나 한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이게 내가 사람을 골라서 만난다기 보다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연유가 크다.

그런 나에게 딱 한 번 마약을 수시로 하는 사람과 인연이 닿은 적이 있었는데 우연히도 호주에서 지낼 당시에 같은 집을 공유했기에 자연스럽게 이어진 인연이었다. 말 그대로 섹스와 마약 그리고 여성에 취약한 남성이었고 자신의 본능과 욕망에 매우 솔직하고 당당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도덕이나 규칙에 있어서는 자신만의 판단으로 나름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물론 나와는 잘 맞지 않아서 내가 먼저 연락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결국 생각보다 인연이 질긴 거 같아서 내가 먼저 인연을 끊어 버린 사람이다. 마약을 하는 거야 나와 크게 상관은 없으나 이런 사람들과 엮여서 좋을 일이 없을 거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고 내가 일본에 잠시 있을 동안 일본으로 매춘 일을 하러 간 여자 친구를 호텔에서 구출해 달라는 황당한 제안을 받고 나서는 오만정이 다 떨어져 버렸다. 

근묵자흑 이라는 말이 있다. 

마음이 검은 사람 곁에 있으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전염이 된다는 말이다. 무조건 친구 탓을 하기는 어렵지만 내 주변에 정상이 아닌 사람이 많다면 내가 너무 무르거나 나 역시 그런 사람이 아닌가 의심을 해봐야 한다. 

같은 기준으로 오징어 게임 안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 역시 인생 밑바닥이라고 할 만하며 성기훈을 제외하면 크게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기 힘든 그야말로 인간 말종들이다. 456억을 결국에 받는다고 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확률이 그리 높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이번 시즌에는 유독 여성 캐릭터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하나같이 인상적이라고 할 만하다. 

특히나 해당 배우에 가지고 있던 전형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한 역할들이 많아서 더 새로웠다.

언론이나 커뮤니티에서 지적하던 대로 여자는 엄마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렬하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실제로 나오는 핵심 여성 캐릭터의 절반이 엄마와 연결되어 있기는 하다. 아들의 노름 빚을 갚기 위해 들어온 노년의 엄마나 무턱대고 임신을 하게 된 20대의 젊은 예비 엄마나 북한에 아들을 놓고 온 요원이나 엄마라는 공통된 소재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이게 황동혁 감독의 한정된 여성관이라기 보다는 여성의 인생에서 엄마라는 의미가 그다지 축복이 아니라는 비관적인 세계관에 기인한다고 보는 편이다. 

보통 사회적으로 여성은 엄마가 되며 행복하고 안정된 삶을 살아 가고 자식을 키우면서 보람을 느끼며 장성한 자식을 보내면서 기쁨을 그리고 인생이 완성이 된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아이를 임신할 당시에도 삶은 힘들고 낳아도 힘들며 장성해서도 힘들다. 특히나 장성한 자식이 제 앞가림을 못 하는 경우 그 비극은 아빠보다는 엄마에게 돌아오는 경우가 더 많다. 

니 주변만 봐도 중년의 자녀들을 돌보는 건 결국 노년의 엄마들이다. 

모든 걸 비관적으로 볼 건 없지만 엄마라는 자체가 축복이라는 건 옛말이며 황동혁 감독 역시 이 부분에 주목을 했다고 본다. 엄마가 되어 오징어 게임 세계 안에 들어온 자체가 비극이 아닐까. 자식은 정말 남들의 말처럼 축복일까. 그러한 경우도 분명 있지만 이게 나의 노력이나 애쓰는 힘만으로 가능한 부분일까. 

내가 노력이 부족해서 부족한 자식을 낳았다고 할 수 있나. 다운 증후군이나 자폐아를 낳는 경우 과연 그 부모나 엄마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그렇게 된 건가. 

결국 자식은 부모 아니 결국 엄마에게 짐이나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오징어 게임 안에서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 잘 없다. 성기훈만 해도 이혼하고 나서 딸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가진 책임이나 부담에 고통을 느낀다. 현실적으로 조용히 살면서 딸의 미래를 위해 양육비나 제때 주는 게 더 바람직한 일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성기훈은 모두를 구하겠다고 또 무모한 도전을 한다.

가족에게는 차갑지만 타인에게는 관대한 아버지들이 떠오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한국 사회 만이 아니라 전세계 어디를 봐도 결국 부족한 자녀를 부양하는 건 나이 든 엄마 외에는 잘 없다. 그래서 자식은 그리고 여성에게 엄마가 된다는 걸 축복이라기 보다는 비극에 더 가깝다. 특히 요즘처럼 젊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취업 자리를 찾기 어려운 시대에 다들 집 안에서 누구의 도움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뼈가 빠지게 고생해서 다 키워 놨더니 이제는 노름으로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망치는 게 자식이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엄마는 아들에게 말도 하지 않고 오징어 게임에 참여한다. 어찌 보면 그런 엄마의 태도가 자식을 망치게 한 근원일 수 있다. 자식이 저지른 일은 그리고 싸지른 일은 스스로 치우라고 미리부터 교육을 했어야 하지 않을까.

막말로 자식이 노름 빚으로 손가락이나 신체의 일부를 잃는다고 해도 그것 역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본인의 벌인 일을 본인이 해결하지 않으면 절대로 성장하지 못 한다. 오징어 게임에서는 이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오징어 게임 세계관 안에는 자주적인 여성이 나올 수가 없다. 

그러한 여성들은 오징어 게임을 하기 직전의 상태까지 자신을 몰아 붙이지 않고 그 전에 미리 해결책을 마련하거나 방안을 도출하기에 그러하다. 오징어 게임 세계관 안에서 남자들이 그렇게나 많은 건 오히려 남자들이 얼마나 멍청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적으로 하는지를 보여준다.

정선 카지노만 가봐도 아니 멀리 갈 것도 없이 경마장만 가봐도 폐인처럼 흐물대는 사람들은 거의 다 남자들이다. 

그리고 그런 남자들을 낳은 엄마들의 미래는 결코 밝을 수가 없다. 

이러한 비극을 오징어 게임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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