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가능한 결말 그리고 무빙
드라마 조명가게는 의외로 김희원 연출이 인상적인 작품이었다.연극 연출만 하시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드라마까지 연출하신 건데 생각보다 본인의 스타일도 있으면서 수려한 연출이기에 놀라움을 금하기 어려웠다. 다음 번에도 연출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아마 무빙 시즌 2 에서도 몇 편 정도는 본인이 연출을 하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8화로 막을 내린 조명가게는 예상 가능한 결말이기에 크게 놀랍지는 않았다.
오히려 초반부에 이 정도로 집중력을 일으키게 만든 강풀 작가의 필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개인적으로는 무엇보다 초반부가 좋았는데 마지막에도 떡밥을 제대로 회수하고 끝맺음을 해서 더 좋았다.
물론 결말보다 더 화제가 되는 건 무빙 시즌 2 와 세계관이 연결된다는 점이다.
배성재가 맡은 양성식이라는 인물은 무빙 시즌 2 에 나올 수도 있어 보인다. 귀신을 본다는 독특한 능력이 힘을 발휘하는 거 같은데 나는 이보다 박정민이 맡은 김영탁의 존재감이 더 궁금하다. 무빙 시즌 1 에서는 손만 나온 인물로 시간을 멈추는 능력을 가진 능력자인데 이 능력은 가히 놀라울 정도여서 궁금하긴 하다.
마블이나 DC에서도 이 능력자는 안 나온 거 같은데 강풀 작가가 김영탁을 무빙 시즌 2 에서 어떻게 풀어 나갈지도 기대가 된다.
강풀은 앞으로 10년간 본인이 만든 작품들의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고 하는데 말 그대로 강풀 유니버스가 제대로 구현되어 전세계로 나아가는 미래가 그려지기도 한다. 무빙은 정말 넷플릭스 방영이었다면 전세계적인 신드롬이 일어났을 법한 작품이어서 더 그렇다.
드라마 조명가게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정원영와 정유희 부녀의 이야기가 핵심이라는 생각도 든다. 마지막에 이 둘이 부녀 지간이라는 사이가 밝혀지는데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것도 비슷하고 무언가 삼품 백화점 사고와 성수대교 사고가 연결되면서 우리 나라의 안전불감증이 세대를 초월하여 개인에게 불행을 미치는 게 인상적이었다.
100% 안전한 나라가 전세계에 어디 있겠냐마는 우리 나라는 큰 재난이 일어나도 사건 수습을 제대로 하지 않고 후속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비슷한 사건이 항상 반복되어 일어나는 나라 중 하나인데 그런 우리 나라에서 원영과 유희같은 부녀들이 얼마나 많을지도 쉽게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과거를 잊은 나라는 미래가 없다고 하지 않은가.
1980년대의 독재 시대를 겪고도 지금의 대통령을 뽑았다는 게 믿기 힘들만큼 불행한 사실이지만 민주주의는 정말 쉽게 오지 않으며 권력이라는 존재는 항상 감시하고 견제해야 한다는 진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결말이 조금 허무해서 아쉽긴 한데 그래도 참 좋은 드라마였다.
디즈니 플러스에서 그려 나갈 강풀 작가의 세계관이 무척이나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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