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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봇 초등학교 시즌 1 후기

 그렇게 선생님이 된다. 

나도 한 때 선생님을 진로로 할까 고민한 전적이 있었다. 

바야흐로 수능을 마치고 나온 점수대로 대학 원서를 내야 하는데 가고 싶었던 대학은 아니었고 2지망에 안전 지원으로 서울 교대를 지원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공무원의 인기가 굉장할 때여서 여자 기준으로 서울 교대는 서울대 만큼이나 들어가기 어려웠으나 나는 다행히(?) 남자 였기에 그다지 높지 않은 수능 점수로도 합격 안정권이었다.

원서를 내러 서울 교대까지 갔던 기억이 나는데 거기에서 잠깐 만난 기억도 안 나는 동아리 회장 분은 교문으로 나가는 나를 직접 따라와서는 꼭 여기로 오라고 신신 당부를 했던 기억도 있다. 다행히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고 나서 서울교대는 가지 않게 되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나에게 교사라는 직업은 정말이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고 애봇 초등학교를 보면서는 교사의 길을 가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선생님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긍정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당시만 해도 체벌이 난무하던 시기여서 나에게 선생님은 좀 극단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었다. 한없이 좋은 분이거나 아니면 한없이 폭력적이거나 둘 중 하나였다. 세상 좋은 선생님들은 열과 성을 다해 아이들을 보살피고 사랑을 주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많아 자신의 화에 못 이겨 아이를 발로 밟고 주먹질을 하는 수준 이하의 선생님들도 많았다. 

지금이야 그렇게 하면 아무리 교사여도 감옥에 갈 수 있지만 내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만 해도 나름 야만의 시대였다고 추억한다. 

학교에 대한 이러한(?) 추억을 가진 나에게 미국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 애봇 초등학교는 크게 흥미롭게 다가오지 않았기에 처음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가 되었을 때만 해도 1화를 보고 나쁘진 않네 하면서 하차했을 정도다. 그러다가 다시 한 번 시도하게 되었고 4화 이후부터는 끊어 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무엇보다 재미있다. 

주연을 맡은 퀸타 브런슨이 각본과 제작까지 맡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흑인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점도 특이했으나 그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낸 점도 신기하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학원물하면 선생님과 학생의 갈등과 화합이 주가 되는 게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우라면 애봇 초등학교는 아이들이 안 나오는 건 아니지만 핵심은 선생님들이다. 

아는 사람은 알지 모르지만 미국에서는 공립 학교 선생님은 선호되는 직업이 아니다.

일단 월급이 많지 않으며 직업적인 보람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공교육이 무너진 건 좀 된 이야기여서 그런지 미국도 어느 정도 중산층이면 거의 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사립 학교에 보내는 경우가 많다. 내가 살던 홍콩도 비슷한데 홍콩도 달에 최소 100만원은 들어가는 사립 학교를 보내는 부모들이 많았다.

말이 100만원이지 보통 400만원 정도는 매달 내야 제대로 된 사립 학교를 보낼 수 있다고 건너서 듣기는 했다.

미국이나 홍콩이나 돈이 없는 중산층들은 어쩔 수 없이 학비가 없거나 저렴한 공립 학교를 가야만 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이 되는 공립 학교를 선생님들에게 많은 월급을 주기 어렵다. 당연히 우리 나라처럼 선생님들이 공무원도 아니다 보니 은퇴 이후 연금도 넉넉하지 않다. 

한 마디로 미국에서 선생님을 하는 사람이라면 직업 자체에 대한 애정도가 높아서이거나 딴 게 할 게 없어서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애봇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다르다. 

모든 선생님들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핵심 인물들은 개성은 달라도 다들 학생들과 교육에 진심인 사람들이다. 

우당탕탕 자닌

교장을 꿈꾸던 그레고리 

교장이 맞나 싶은 에이바 

지나치게 수다스러운 제이컵

마피아같은 멀리사 

우아한 바버라까지 

누구 하나 평범한 선생님이 없다. 다들 의견도 강하고 자신의 생각을 말할 때 거침이 없지만 이들은 서로를 위하며 아이들을 진심으로 생각한다. 특히 에이바 역시 가벼워 보이고 아이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이지만 중요할 때에는 제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사실 교장이라는 위치는 그냥 멍청이처럼 가만히 있어 주는 게 때로는 더 도움이 될때도 있다는 걸 생각해 보면 나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할 만하다. 

미국은 교육 시스템이 무너진 나라이긴 하지만 보상이 확실한 편이기에 미국의 대학으로 전세계 인재들을 다 끌어 모은다. 그로 인해 무너진 공교육 시스템을 머리 좋은 이민자들로 대체하는 기묘한 나라이긴 하다. 애초에 미국의 교육 시스템을 일으켜 세워서 내부자들로만 채워도 될 일인데 왜 이렇게 하는지 조금 이해가 안 가긴 한다. 

애봇 초등학교는 미국의 공교육 시스템의 허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이를 비난하지는 않는다. 현실이 그렇다고 해서 모든 걸 놓아 버리는 게 무슨 소용이겠나. 어차피 변화를 오래 걸린다. 그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선생님들에게 주목하면서 현실과 이상 모두를 잃지 않는다. 

쥐꼬리 만한 월급을 받지만 아이들을 진심으로 생각하고 걱정하고 신경쓰는 이들을 마음 깊은 곳에서 응원할 뿐이다. 

시즌 4까지 방영 중인데 디즈니 플러스 코리아에는 아직 시즌 3 까지만 올라와 있다. 

아직 시즌 1만 봐서 앞으로 볼 생각을 하니 너무나 행복하다.

그나저나 자닌이 마지막에 남자 친구와 헤어진 건 정말 잘한 일이었다. 익숙하고 편하다는 이유로 미래가 없는 관계를 계속 유지해도 뭐 상관은 없지만 자닌이 너무나 아깝다. 그나저나 자닌과 그레고리는 대체 언제 이어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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