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하나는 기가 막히게 뽑았다
유명한 소설을 원작으로 이미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버전이 나온 드라마 잭 리처.영화는 전혀 안 보고 당최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는 상태로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는데 무언가 분위기가 안 좋은 의미로 너무 미국 드라마여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나도 드라마를 많이 보다 보니 안타깝게도 눈이 너무 올라가 버리긴 했다. 특히 처음 HBO 드라마를 보고 받은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 한다. 그 동안 그저 그런 완성도의 드라마만 보다가 각잡고 제대로 만든 HBO 드라마를 보고 나서 충격에 빠진 적이 있다.
모든 디테일을 이 정도 까지 끌어 올리면 재미 역시 올라간다는 사실을 그때 배웠다. 단순히 연출과 각본 그리고 연기가 좋은 수준을 넘어서 촬영이나 조명과 음악 그리고 세트장 안의 먼지까지 신경을 쓰는 드라마를 보고 나면 수준 낮은 드라마를 보기 힘들어지게 된다. 마치 너무 맛있는 음식을 한 번 먹으면 그 전 단계의 음식을 맛 보고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잭 리처 역시 기본적으로 보자면 잘 만든 드라마다.
연출도 괜찮은 데다가 각본과 연기 역시 좋다. 특히 주인공을 정말이지 절묘하게 뽑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스럽다. 근육이 너무 많아서 움직임이나 동작이 조금 어색하긴 한데 액션에 특화된 배우이고 외모도 터미네이터 느낌이 나서 잭 리처 캐릭터와 찰떡이다. 외모만 봐도 캐릭터에 대한 별다른 설명이 필요하지 않아 보일 정도다.
그런데 문제는 계속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조금 질린다는 점이다. 외모에 비해서 연기력이 아주 좋지는 않은 편이기에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이기가 무척이나 어렵고 그로 인해 로보트 같은 인상을 받는다. 임팩트가 큰 배우이긴 하지만 역시나 연기력의 한계는 존재한다. 연기력이 아주 구린 수준은 절대 아닌데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줄 만큼 노련하지도 않다.
그래도 시간 죽이기 용으로는 괜찮은 드라마이긴 하다.
미국 드라마를 보면 이렇게 이름 없는 시골 마을의 부패를 다루는 경우가 자주 있는 듯한데 미국은 연방 정부이기 때문에 우리 나라처럼 작은 나라와는 시스템이 많이 다르다. 우리 나라는 지방 정부 시스템이라고는 해도 중앙 정부의 입김이 상당히 거센 편인데 미국은 주들이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지방 소도시들의 경우 보안관이나 시장이 절대 권력이라고 할 만해서 이들이 부정을 저지른다고 해서 쉽게 그 더러운 진실이 드러나기 힘든 구조다. 그래서인지 드라마에서는 이들의 부정부패를 까발리고 폭로하는 집단이 항상 외부자들이다. 내부자들은 권력이 무섭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이득을 누려온 역사가 있기에 쉽게 입을 열지는 못 한다.
그래서인지 항상 이런 드라마에서는 잭 리처 같은 외부자를 견제하는 세력이 존재하며 이게 너무 클리셰여서 웃음이 나올 정도다. 외부자는 사건을 해결하고 떠나면 되기 때문에 일단 잃을 게 없고 이렇게 시골 마을까지 와서 악을 타도할 정도면 정의감도 뛰어난 터라 이해가 가긴 하는데 현실에서는 절대 있을 법한 일은 아니기에 냉정히 말하면 개연성은 없다고 할 만하다.
총평
머리 비우고 보면 재미는 있다.
평점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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