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원작 드라마의 한계
난 게임을 전혀 하지 않는다.문제라면 게임 원작 드라마는 소설이나 만화 그리고 웹툰 원작 드라마와 달리 드라마의 완성도가 높다고 하더라도 시청자들이 게임도 한 번 해봐야지가 안 된다는 점이다. 원래 게임을 하던 사람이라면 모를까 게임을 전혀 안 하던 사람들은 그런 방식으로 유입이 되진 않는다. 그만큼 선순환이 안 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게임을 하는 인구는 정해진 데다가 소설이나 만화처럼 새롭게 유입이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소설이나 만화도 비슷한 구조이긴 하지만 게임은 일단 전용 기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진입 장벽이 훨씬 더 높다. 그리고 게임은 기본적으로 오타쿠들이 많이 하는 경향이 있어서 드라마로 만들 경우 원작을 얼마나 잘 가지고 와서 훼손하지 않았느냐가 관건이다. 게임 오타쿠들 사이에서도 인정을 받아야 겠으나 게임을 하지 않는 나같은 사람도 만족을 시켜야 한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소설은 그나마 현실에 기반을 한 경우가 많아서 영상화가 될 경우 가장 매끄럽지만 만화와 게임은 오로지 상상력에 기반해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개연성이나 현실성을 개나 줘 버린 경우가 정말이지 많다. 그로 인해 이야기가 안드로메다로 흘러가 버린다거나 이야기 구성 자체가 엉성해지기 마련이다.
그동안 인기 게임이라고 해서 많이 영상화가 되었으나 제대로 된 작품이 없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어차피 게임 자체가 이야기가 탄탄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서 이 이야기의 뼈대를 만드는 게 정말 어렵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폴아웃은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은 몇 안 되는 드라마 중 하나다. 이미 시즌 2 가 확정되었고 제작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감상을 시작했는데 역시나 나에게는 다소 평이한 게임 원작 드라마로 남을 거 같다. 일단 이야기 자체가 크게 재미가 없고 흥미롭지 않다. 아포칼립스 이후 200여년이 지난 미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주인공의 모험이 주가 되기는 하지만 그 여정이 그다지 궁금하지가 않다.
원래 나는 드라마를 볼 때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게 다음 회차를 보고 싶으냐 마느냐이다. 완성도가 조금 낮더라도 1화를 보고 나서 2화가 너무 보고 싶으면 계속 보는 편이다. 완성도는 가끔 돈에서 나오기 때문에 예산이 많지 않은 경우 옥에 티가 많기 마련이다. 그래도 이야기만 재미있으면 어떻게든 다음 회차를 보고 이게 이어지면 마지막 화까지 보는 편이다.
하지만 폴아웃은 내게 그러지 않았다.
일단 1화도 하품을 하면서 감상했을 정도로 지루했다. 재미가 없고 등장 인물 중에서 누구에게도 감정 이입을 하기가 어려웠다. 배경 자체가 너무 새로워서 적응을 하기 힘든 지점도 있었으나 꽤나 공들여서 빌드업한 주인공 캐릭터들도 크게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보면서 하나 떠오른 건 역시 나는 지구 종말이 와도 별로 살아 남고 싶지 않다는 점이었다. 저렇게 아득바득 힘들게 살고 싶지 않다고나 할까. 그리고 인류의 멸망은 저렇게 인간의 실수를 벌어지기 보다는 빙하기처럼 갑작스럽게 죽는지도 모르게 죽어나갈 확률이 더 높아 보인다. 저렇게 소수의 인간이 남아서 명맥을 이어갈 거 같지도 않다.
특히 최근 기후 위기로 인간에게 역대급 재앙이 실시간으로 닥치는 걸 보면 이미 지구는 만반의 준비를 해 놓았고 시기만 보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인공 지능이 아무리 발달을 한다고 해도 기후 위기 대응은 전혀 못하는 거 보면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고 인간의 상상력은 현실 앞에서 이리도 빈곤한 건가 라는 생각마저 든다.
총평
게임을 안다면 모르겠으나 게임을 모르면 재미있게 보기 힘들다.
평점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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