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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디스클레이머 복수는 나의 기쁨

복수에 눈에 돌아버린 스티븐 

드라마를 보기 전에는 당연히 캐서린이 주인공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오히려 주인공은 복수의 화신 스티븐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티븐의 존재감이나 비중이 상당하다. 오히려 주연 배우들의 비중이 크게 많다는 생각이 안 들 정도인데 케빈 클라인이 연기력이 대단한 수준인데 아들의 죽음 그리고 연이은 부인의 사망으로 인해 만들어진 광기 어린 늙은 남자의 전형이었다.

그동안 우리가 흔하게 보아 오던 건 중년의 남성이 뛰어난 체력과 체력을 바탕으로 신들린 능력으로 자식들을 구해내는 서사였는데 디스클레이머는 늙고 병든 남자의 치밀하고 오밀조밀한 복수이기에 더 현실감이 있다. 은근 통쾌한 부분이 분명이 있긴 하지만 알폰소 쿠아론은 역시나 사적 복수 역시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그동안 사적 복수를 다룬다고 하면 아무리 잔인한 방법을 동원한다고 해도 심정적으로 응원하게 만드는 방식이 연출에 교묘하게 사용되었다. 그편이 관객을 몰입시키기에 더 편하고 쉬웠기 때문이다. 인간은 복잡한 동물이지만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로남불이라는 말 그대로 내가 아닌 상대방에게만 적용 가능하다.

나의 불륜은 사랑이며 정당하다고 외치는 게 인간의 본성이다. 

인간 스스로 본인이 악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는다.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마저 사람을 죽이는 상황에 있을 때 본인이 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들도 그럴지언대 평범한 사람이라면 자신이 악당이라고 생각하기는 커녕 오히려 선한 쪽에 가깝고 자신의 모든 행동이나 발언들에도 의도가 있다고 여긴다. 

나 역시 그러했다.

누가 봐도 잘못됭 행동이고 누가 들어도 비난받을 만한 발언이지만 나는 다 이유가 있다라고 분개한다. 그게 인간이다. 이게 잘못되었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인간은 편협하며 편파적이다. 본인 스스로는 어떠한 방식으로든지 자기 합리화를 해 나가야 하지만 현실이 그러하며 나 역시 다르지 않다. 나도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남들에게 받은 오해가 어찌 보면 나의 진실을 가장 잘 드러낼 때가 있었다. 

캐서린과 스티븐은 하나의 사건에 있어서 대척점에 있는 인물들이다.

스티븐은 아들 조나단의 죽음을 어떻게 해서든 억울하게 보이게 만들어야 한다. 조나단을 성자로 만들 필요는 없으나 적어도 버릇없고 건방진 소년이라는 실체는 숨기려고 한다. 여자 친구와 헤어진 이유를 알기는 어렵지만 조나단의 여자 친구 어머니가 분노한 걸 보면 조나단 역시 건강하고 밝게 자란 청년이라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낸시는 이를 소설에서 드러내지 않았다. 그렇게 하는 순간 사람들은 조나단의 죽음이 어느 정도 합리적이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었고 이는 엄마인 낸시가 인정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캐서린을 악마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조나단이 순진한 소년이라는 이미지가 필요했다. 특히 낸시에 소설에서 조나단은 성에 관해 전혀 모르는 소년처럼 나오지만 정말 그러할까. 

캐서린은 조나단의 죽음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터라 어떻게든 변명을 해야 한다. 조나단은 성자도 아니고 순수하지도 않으나 자신의 아들 니콜라스를 구하려다가 목숨을 잃은 건 사실이고 자신이 조금이라도 빨리 조치를 취했다면 조나단은 죽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캐서린은 조나단이 얼마나 멍청하고 비현실적인지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되었고 차라리 조나단이 죽는 게 나을 거라는 상상을 행동으로 옮기면서 본인을 비극 속으로 몰아 넣는다. 

어찌 보면 캐서린에게 조나단은 젊고 아름다운 딜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테다. 

그리고 조나단은 캐서린이 실제로 자기에게 반했다고 생각할 만큼 멍청하고 오만했으며 미성숙했다. 스티브은 니콜라스가 형편없고 수준 낮은 아이라고 생각하지만 조나단 역시 니콜라스와 그렇게 다르지 않다. 조나단 만큼이나 니콜라스 역시 미성숙하며 니콜라스 만큼이나 조나단도 불안정한 상태였다. 

그래서인지 스티븐의 복수가 이제는 불편하게 느껴진다. 

이제 그만할 때도 되었다. 본인의 평안과 조나단 그리고 낸시를 위해서 복수를 한다고 하지만 과연 그러할까. 캐서린이 마지막회에서 본인의 입장을 이야기하긴 하겠지만 그걸 듣고 나서도 스티븐은 크게 변할 거 같지는 않다. 어마무시한 반전이 있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정작 스티븐은 본인의 아들 조나단이 유부녀와 섹스를 할만큼 멍청하다는 사실을 절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있고 이게 어찌 보면 낸시와 스티븐이 맞이한 비극의 시초였다. 

세상을 살다 보면 무슨 일이나 벌어질 수 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어이없는 사고나 질병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고 본인 역시 그러하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거의 대부분의 일들은 특별한 이유없이 일어난다. 죄를 지어서라거나 부모의 업보라거나 하는 건 모두 인간의 만들어낸 거짓말이다. 스티븐은 캐서린의 원죄로 니콜라스를 해하면서 정당성을 찾았지만 냉정히 보자면 그렇지 않다. 캐서린에게만 복수해서는 본인이 만족하지 못하기에 이기적인 마음으로 니콜라스를 괴롭힌 사실을 스티븐은 죽기 직전까지 아마 인정하지 않을 거다. 

나도 살면서 복수를 하고 싶은 순간이 많았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뒤돌아서면 잊어 버리는 성격이고 그 사람의 얼굴을 안 보면 더 이상 분노도 느끼지 않아서 한 번도 실행에 옮긴 적은 없다. 상상 안에서는 찢어 발기고 불태워 버린 적도 수만번이지만 현실에서는 작은 복수라도 해 본 적은 없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벌어진 일이고 나 혼자만 나아가면 그만이다. 

캐서린이 진심어린 사과를 했다면 아마도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테다. 캐서린이 눈물어린 사과를 통해 당시 사건의 진실을 이야기하고 조나단의 부모에게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면 이 정도로까지는 오지 않았을 건 자명하다. 스티븐과 낸시도 사람이기에 그런 사람 앞에서 복수를 기획하지는 않았을 것이며 낸시 역시 어느 정도 마음이 풀렸을 거다.

오히려 캐서린은 낸시에게 조나단을 제대로 추억하거나 되돌아 볼 기회를 완벽하게 차단했기에 지금과 같은 결과를 받아 들여야 했다.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라는 게 있다. 캐서린은 그 절대적인 타이밍을 받아 들이지 않았고 이런 화를 당한 꼴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모든 게 너무 늦어 버렸다. 사과도 후회도... 

이 드라마의 특이점은 로튼 토마토 팝콘 지수가 더 낮다는 점이다. 당연한 일이다. 억울한 피해자인 스티븐이 저렇게 광기 어리게 묘사가 되면 시청자들은 당황스럽다. 본인은 스티븐을 응원하고 있었으나 니콜라스까지 죽이려고 하자 선을 넘었다고 느끼며 누구에게 감정 이입을 해야할 지 혼란스럽다. 

알폰소 쿠아론은 질문을 던진다. 

사적 복수라는 게 항상 옳은 일인지, 그리고 그걸 행하는 사람이 항상 응원을 받아야 하는지 말이다. 어찌 보면 디스클레이머에 나오는 스티븐의 사적 복수는 충분히 현실에서도 가능한 일이라는 점에서 더 현실감있게 다가온다. 

문제라면 스티븐이나 캐서린이나 무슨 짓을 해도 절대로 구원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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