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아이들
드라마 교회 계단의 아이들은 브라질 빈민가 소년들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작품이 조금은 밝은 빛을 띄려고 하긴 하는데 브라질의 빈부 격차는 전세계가 다 아는 일이긴 해서 드라마에서 묘사가 된 부분이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그래도 교회 계단에서 지저분한 담요를 깔고 해맑게 잠이 드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안 좋긴 한다. 그렇다고 교회 안으로 들이기에도 감당이 안 될 테니 교회에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에 교회를 비난하고 싶은 마음 역시 안 든다.
우리 나라도 빈민층이 없지는 않겠으나 그래도 사회적인 제도 안에서 비나 눈을 피할 곳은 마련해 주는 편이고 배가 고프면 복지 센터에 가면 쌀이나 라면 정도는 제공을 하고 있다. 실제로 자신이 무직이고 당장 먹을 것이 없다면 행정 센터를 방문하면 이런 저런 생필품을 무료로 받을 수 있으니 주저하지 말고 방문하자.
한국은 그래도 어느 정도 복지 시스템이 상대적으로는 잘 갖추어진 나라여서 본인이 밖으로 나가서 도움을 요청하면 굶어 죽을 일은 없는 나라다. 오히려 한국은 복지를 악용하는 사회적인 약자마저 존재해서 세금이 샌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나라인데 모든 나라가 다 이렇지는 않다. 특히 브라질처럼 빈민층이 압도적으로 많은 나라들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미래가 안 보일 정도다.
특히 과거 브라질 리우 올림픽 당시 여행을 한 사람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소매치기가 너무 심해서 본인을 제외한 일행 모두가 지갑이나 여권 그리고 고가품 하나 정도를 도난 당했다고 한다. 본인은 조심에 조심을 거듭하여 하나도 잃어 버리지 않았는데 잠시라도 한 눈을 팔면 고가의 물건이 사라지는 건 일상다반사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브라질의 치안을 뭐라하기에는 브라질에서 소매치기를 누가 하고 있는지를 자세히 살펴 봐야 한다. 소매치기는 훔치고 나서 빠르게 도망을 가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어린 남자 아이들이 많이 한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영상을 봐도 어린 소년들이 이런 일에 만히 연루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들도 처음부터 원해서 소매치기에 뛰어든 게 아니다.
정부 차원에서 해주는 건 없고 부모의 보살핌도 받을 수 없다 보니 범죄에 가담할 수 밖에 없는 브라질의 현실이다. 과거보다 빈민층이 많이 사라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남미에서 치안이 가장 안 좋은 나라로 브라질이 손에 꼽히는 만큼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은 현실에 브라질은 몸살을 앓고 있다.
교회 계단에서 잠을 청하는 소년들 역시 미래가 보이지 않는 현실 앞에서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 간다. 자신을 아들로 받아준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장례를 치뤄 주고 싶었던 소년이 범죄에 연루되고 그런 소년들을 몰살하려는 검은 세력들과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는 교회 계단의 아이들은 이 아이들이 처한 환경과 미래가 얼마나 암울한 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무차별적인 총기 난사에 노출되었다 하더라도 이들을 보호할 사람들이나 단체가 없다는 점도 절망적이다. 사실상 죽어 나간다고 해도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먼지 같은 존재들이고 다들 이 아이들이 청소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 역시 너무나 분명하다. 사회 구조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이 아이들은 암적인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남의 돈과 재산을 훔치고 질서를 무너 뜨리며 보기에도 안 좋은 이 소년들을 좋아할 사람들은 그 누구도 없다. 하지만 이 아이들도 엄연히 브라질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인 데다가 인격을 가진 인간이다. 소년들은 살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지 이 소년들이 범죄를 위해 태어난 것도 아니기에 이런 딜레마 앞에서 브라질은 속수무책이다.
드라마 자체는 크게 재미를 느끼기 어려운데 보면서 브라질 빈민가 아이들의 현실 앞에서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정부의 대책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적인 문제가 분명히 존재하며 앞으로도 이 아이들의 처우가 개선될 거라는 기대조차 하지 못하게 되는 터라 보면서도 씁쓸함을 감추기 어려웠다.
총평
재미보다는 의미에 방점을...
평점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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